모든 결혼엔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대표의 결혼에는 '용기'란 단어보다 더 큰 무언가가 필요했을 것 같다. 굳이 결혼식을 치르지 않았어도, 굳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어도 이들은 남들 눈을 피해 잘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거센 비난과 악플들을 감수하지 않았어도 됐다. 그러나 그들은 공개 결혼식을 선택했고, 당당히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들만의 공간에 숨어있지 않고 당당히 사람들 앞에 선 것이다. 왜 그랬을까. 궁금증도 들었고, 호기심이 앞섰다.
취재를 위해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집에서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이들의 집은 평범했다. 취재 후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어떻게 사느냐", "어디서 사느냐"였는데, 남들과 다르거나 특별한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실린 질문들이었다. 특별한 것도, 다를 것도 없었다. 평범한 아파트였고, 내부는 깔끔했고, 통풍이 잘 돼 시원했다. 여느 신혼부부의 집처럼 결혼사진과 액자가 거실장에 놓여 있었고, 우리에게 손님상을 펴고 얼음을 띄운 녹차를 대접했다.
집에서 인터뷰하는 시간 동안 나는 그들이 '동성애자'라거나, '동성커플'이라는 인식, 혹은 선입견을 느끼진 못했던 것 같다. 함께 간 영상취재기자 선배가 남자였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오히려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용기가 부럽습니다"라는 말까지 건넸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그런 말을 뱉은 것에 놀란 듯 했다. 여느 이웃집에 다녀온 것처럼 편안하고, 유쾌한 대화를 나눴기 때문일까. 편견은 사라졌다.

"가사 분담은 어떻게 하나요?", "부부싸움도 하나요?" 같은 호기심어린 질문에 돌아온 대답 역시 평범했다. 한식은 김승환 대표가, 양식은 김조광수 감독이 잘해 각자 잘하는 분야를 하고 있고, 그날 요리를 하지 않은 사람이 설거지를 담당한다고 했다. 청소는 김승환 대표가 진공청소기를 이용해 바닥을 밀면, 김조광수 감독이 물걸레질을 한다고 대답했다. 양가 부모님들과 왕래도 자유로웠고, 김승환 대표가 김조광수 감독의 어머니와 둘이서만 미국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도 들려줬다. 오랜 시간 양쪽 부모님들을 설득시키고 이해시킨 결과였다. 사람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화목했고, 고부(?)간의 갈등도 없었다.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은 하지만 '남-남 커플'이다. 입원이나 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 의료과정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당할 수 있고,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없다. 법률적 권리와 혜택의 배제뿐 아니라 이로 인한 사회적 낙인도 뒤따른다. 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고, 손가락질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들 뿐만 아니라 다른 동성 커플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공개결혼식을 택했고, 혼인신고를 통해 '법적인 부부'로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 법원에서 지난 6일 이들이 서대문구청을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 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의 첫 심문기일이 열렸다. 우리나라에서 '동성혼' 문제가 처음으로 법정에 올랐다.
하지만 결과는 낙관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대법원 판례는 동성혼 인정에 부정적이다. 지난 2011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결혼했거나 미성년 자녀를 둔 성 전환자의 경우 성 전환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다수가 "무릇 혼인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정신적 결합으로 성립하는 것"이라며 "우리 민법은 이성 간의 혼인만을 허용하고 동성 간의 혼인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대표가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공개하고 드러냈다. 욕과 비난을 들어야 할 문제는 아니다. 다르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차별받고 있고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과 평범한 집에서 평범한 인터뷰를 마친 뒤 '틀렸다'는 편견은 '다르다'는 이해로 바뀌었다. '다름'을 보호받기 위해 그들은 세상으로 나왔고, 법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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