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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슈퍼스타 산실' 웰터급 왜?

권종오 기자

입력 : 2015.04.22 09:20|수정 : 2015.04.22 09:20


플로이드 메이웨더-매니 파퀴아오가 펼치는 프로복싱 세기의 대결은 웰터급 통합 타이틀전입니다. 두 선수는 웰터급 한계 체중인 147파운드, 즉 66.67kg에 맞춰 링에 오릅니다. 웰터급은 흔히 '스타의 산실'이라 불리는 체급입니다. 미니 플라이급부터 헤비급까지 프로복싱 18개 체급(WBC 기준) 가운데 유독 웰터급에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프로복싱 초창기는 물론 1970년대 말까지 최고 인기 체급은 단연 헤비급이었습니다. 가장 무거운 체급의 챔피언이 사실상 지구에서 가장 강한 사나이로 평가됐기 때문입니다. '갈색 폭격기' 조 루이스, 49전 무패로 은퇴한 로키 마르시아노 등 전설적인 스타들이 모두 헤비급 선수였습니다.

1964년 무하마드 알리(당시 이름은 캐시어스 클레이)가 소니 리스튼을 꺾고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헤비급은 황금기를 맞게 됩니다. 1970년대에는 알리, 조 프레이저, 조지 포먼 등 이른바 '빅3'가 세계 복싱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연출하면서 그 인기는 절정으로 치달았습니다.
 
1980년 알리가 은퇴하는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이른바 '패뷸러스 포'(Fabulous 4)가 등장합니다. 슈거 레이 레너드, 토머스 헌즈, 로베르토 두란, 마빈 해글러가 바로 그들입니다. 이 가운데 해글러만 미들급 선수이고 나머지 3명은 모두 웰터급에서 서로 기량을 겨뤘습니다. 1980년대 중반부터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이 나타나 헤비급의 명맥을 이었지만 그 이후 헤비급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1990년대에도 웰터급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몰랐습니다. 오스카 델라 호야, 퍼넬 휘태커 같은 빼어난 선수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이들의 뒤를 이은 슈퍼스타가 바로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입니다. 웰터급에 특출난 복서가 많이 배출된 가장 큰 이유는 몸무게를 고려할 때 선수층이 굉장히 두껍기 때문입니다.
메이웨더 파퀴아오   

현재 미국인 남자 20대의 평균 체중은 168파운드, 즉 76.2kg입니다. 한국인 남자 20대의 평균 체중은 71kg이고 파퀴아오의 조국 필리핀은 이보다 낮습니다. 미국의 평균 체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고 한국은 중상위권입니다. 전체적으로 70kg-75kg 사이의 청년이 굉장히 많은 것은 틀림없습니다. 프로복싱 웰터급 선수들이 경기를 위해 감량을 하기 전에는 통상 70-72kg 정도입니다. 성인 보통 남자의 몸무게가 웰터급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웰터급 경기는 가장 재미있고 박진감이 넘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헤비급의 경우 파워는 일품이지만 스피드가 느립니다. 플라이급의 경우 스피드는 으뜸이지만 파워가 부족합니다. 파워와 스피드를 모두 갖춘 체급이 웰터급입니다. 헤비급 같은 파워에 플라이급의 스피드까지 보유해 팬들을 흥분시킬만한 명승부를 연출했고 이것이 스타 탄생과 인기 폭발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입니다.

이와는 전혀 다른 각도의 분석도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전반적으로 헤비급이 침체되면서 프로복싱계가 흥행 차원에서 웰터급을 집중 육성했다는 것입니다. 키 190cm 이상에 힘과 운동 신경이 뛰어난 우수 자원들이 '헝그리 스포츠'인 복싱을 기피하고  야구, 농구, 미식축구를 선택하면서 상대적으로 헤비급 경기 수준이 떨어졌고 대신 웰터급이 반사 이익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웰터'(Welter)란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 즉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분분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 단어가 28파운드(약 12.7kg)의 핸디캡을 지고 펼치는 경마 레이스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설은 독일어의 'Welt' 즉 '세계'(World)라는 뜻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웰터급이 세계에서 가장 평균적인 체급이란 뜻으로 '세계 체급'이란 의미를 갖는다는 설명입니다. 이제 메이웨더-파퀴아오의 역사적 대결은 11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온갖 화제를 낳고 있는 두 선수의 진검승부가 역대 웰터급 슈퍼매치를 능가하는 명장면을 팬들에게 선사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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