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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태환 운명의 날…징계 16개월 또는 2년

권종오 기자

입력 : 2015.03.23 07:46|수정 : 2015.03.23 09:57


도핑 파문'을 일으킨 수영스타 박태환 선수가 운명의 날을 맞았습니다. 일찌감치 국제수영연맹(FINA) 사무국이 있는 스위스 로잔에 도착한 박태환은 한국 시간으로 23일 밤 청문회에 출석해 금지약물로 지정된 테스토스테론 주사, 일명 ‘네비도’ 주사를 왜 맞았는지를 소명할 계획입니다. FINA 도핑 청문회 위원 3명은 박태환의 해명을 듣고 이르면 1-2일 이내, 늦어도 2주 이내에 징계 기간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청문회의 핵심은 박태환이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수준의 징계를 받느냐 여부입니다. 그동안 국제수영연맹의 역대 징계 관례와 대한체육회, 대한수영연맹 등 국내 체육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16개월 또는 2년의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큽니다. 16개월이면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만 2년일 경우에는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는 것은 물론 은퇴가 사실상 불가피하게 됩니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FINA는 도핑에 적발된 선수에게 징계를 내릴 때 그 징계 수준에 따라 차기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출전이 가능한지를 당연히 고려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FINA 청문위원들이 박태환에게 리우 올림픽 출전 기회를 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면 거기에 맞게 징계 기간을 결정하고 그렇지 않다면 아예 출전할 수 없는 징계 기간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어중간하게 리우 올림픽 한두 달 전에 징계가 풀리게 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박태환의 징계가 시작되는 날짜, 즉 징계 시점(始點)은 도핑 테스트를 받았던 지난해 9월3일 아니면 일시 자격정지가 확정된 지난해 12월8일 두 가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박태환의 경우 A샘플 검사 결과에 불복해 B샘플 검사를 요청한데다 양성반응이 나온 뒤에도 전국체전에 출전한 점을 고려하면 12월8일이 더 유력해보입니다.

2014년 12월8일부터 16개월의 징계를 받는다면 2016년 4월7일에 징계가 끝납니다. 리우올림픽은 내년 8월5일에 개막합니다.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해에는 통상 4월말과 5월초 사이에 국가대표선발전을 한 뒤 출전명단 즉 최종 엔트리를 확정합니다. 16개월 징계가 발표될 경우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은 큰 무리가 없습니다.

만약 18개월 징계가 내려진다면 상당히 애매해집니다. 이렇게 될 경우 6월7일에 징계가 끝나게 돼 시간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국가대표 선발전 등 여러 일정을 박태환 1명에게만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 국제수영연맹이 박태환의 징계 시점을 도핑테스트일(2014년 9월3일)까지 ‘소급 적용’하는 혜택을 줄 경우에는 사정이 좀 달라집니다. 이 경우에는 18개월 징계를 받아도 2016년 3월2일이면 징계가 풀리기 때문입니다.     

국제수영연맹은 박태환의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는 어정쩡한 징계는 선택하지 않을 전망입니다. FINA 규정에 따르면 2014년까지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이 나온 선수에게는 최소 1년에서 최대 2년까지 징계가 내려집니다. 박태환이 1년짜리 징계를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다른 선수와의 형평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박태환 선수 캡쳐_ 박태환의 경우 오로지 실무적인 차원에서만 접근한다면 2년 징계를 피하기 어렵다는 게 국내 스포츠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인지 몰랐다”는 담당 의사의 말과 “금지약물 성분이 들어있는지 모르고 주사를 맞았다”는 박태환의 해명 모두 징계 기간을 줄이기에는 설득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런데도 만약 박태환이 16개월 징계를 받는다면 이는 스포츠 외교력을 비롯한 다른 요소가 작용했다고 봐야 합니다. 박태환의 징계 수준은 결국 국제수영연맹 수장인 훌리오 마글리오네 회장이 최종 결정합니다. 다행히도 마글리오네 회장은 ‘친한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광주시가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많은 스포츠인사들은 그와 돈독한 친분을 쌓았습니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 고위 관계자는 “박태환 측이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안다. 우리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이제는 담담히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수영연맹도 징계 수위를 놓고 무척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해 리우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수준의 징계를 결정할 지, 아니면 도핑에 대한 ‘무관용 원칙’과 다른 선수와의 형평을 우선시해 최대 수준인 2년 징계를 적용할지, 두 가지 중에 하나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태환이 만약 FINA의 징계에 불복할 경우에는 3주 이내에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할 수 있지만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박태환이 16개월 정도의 징계를 받는다고 해도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현 대한체육회 규정이 바뀌어야 합니다. 현 규정은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는 징계가 종료된 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에 국가대표 선수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박태환이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수준의 징계를 받을 경우 현 규정을 변경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 대한체육회는 “추후 여론을 지켜본 뒤 결론을 내리겠다”는 말만 내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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