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스포츠

[취재파일] 10살 어린이를 개처럼 짖게 한 쑨양 코치

권종오 기자

입력 : 2015.02.06 10:27|수정 : 2015.02.06 13:48


수영스타 박태환의 도핑 파문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박태환의 라이벌로 꼽히는 중국 쑨양은 새로운 코치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최근 새로 영입한 브라이언 킹이 10살밖에 안 된 남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비인간적인 학대를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고소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쑨양은 오랫동안 호주 사람인 데니스 코터렐의 지도를 받으며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었습니다. 쑨양은 해마다 호주 골드코스트에 위치한 마이애미 수영클럽에서 전지훈련을 펼쳤습니다. 이때 데니스 코터렐 밑에서 쑨양의 훈련을 도운 사람이 바로 브라이언 킹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보조코치였던 셈입니다. 킹은 보조코치를 하면서 마이애미 클럽에서 훈련하는 10살부터 14살까지의 소년을 지도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킹은 학부모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습니다. 지난 2011년 킹은 훈련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10살밖에 되지 않은 남자 어린이에게 땅에 엎드리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리고 개처럼 기어다니게 한 뒤 '멍멍' 짖으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훈련으로 녹초가 된 소년에게 접영으로 1,000m를 헤엄치라고 또 지시했습니다. 학교 운동장을 20바퀴나 돌아 헉헉대는 학생에게 다시 30바퀴를 뛰라는 격이었습니다.
취파

브라이언 킹 코치의 몰상식한 행동이 지속되자 학부모들의 투서가 빗발치듯 쏟아졌습니다. 학대를 당한 한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듣고 마이애미 클럽에 이런 내용의 진정서를 보냈습니다.

"킹 코치가 내 아들을 수영장에서 나오게 한 뒤 모서리에 엎드리게 했다. 그런 다음에 네가 훈련하는 모습이 마치 개 같으니 짖는 것도 개처럼 하라고 말했다."

매우 중대한 사안이었지만 데니스 코터렐과 호주수영협회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브라이언 킹이 2013년 12월 해고될 무렵 호주수영협회는 마이애미 클럽에 공문을 보내 “킹 코치가 해고되면 기금 조성을 비롯해 여러 문제에서 마이애미 클럽에 불리하게 될 것”이라며 오히려 압박을 가했습니다.

브라이언 킹의 직속 상관이라 할 수 있는 코터렐 코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킹과 이미 얘기를 나눴다.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한 뒤 얼마 안돼 마이애미 수영클럽 관계자에게는 “모든 것이 오해에서 빚어졌다”며 킹 코치를 두둔하기에 바빴습니다.

호주 언론사인 <선데이 텔레그래프>에 의해 이런 사실이 뒤늦게 폭로되면서 브라이언 킹은 코치 자격을 박탈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호주 수영지도자협회의 로스 게이지 대표는 “만약 킹의 유죄가 인정되면 코치를 비롯해 모든 자격이 영구 박탈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쑨양은 또 새로운 코치를 구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브라이언 킹이 어린 학생들을 학대한 사실이 드러난 뒤에 킹 코치와 데니스 코터렐 코치는 반응을 일절 보이지 않은 채 함구하고 있습니다.

쑨양이 지난 해 금지약물 복용으로 3개월 자격정지를 받자 호주 수영협회는 쑨양에게 2가지 불이익 처분을 내렸습니다. 호주 수영협회가 지원하는 마이애미 수영클럽에서 훈련을 하지 못하게 했고 데니스 코터렐 코치와도 결별할 것을 통보했습니다.

호주 훈련이 사실상 힘들어진 쑨양은 '꼼수'를 동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해 12월 24일 관광비자로 호주에 들어온 뒤 마이애미 수영클럽에서 2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한 수영클럽(Runaway Bay Sports Super centre)에서 데니스 코터렐의 직속 부하인 브라이언 킹과 함께 몰래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브라이언 킹의 엽기적인 만행이 드러나면서 킹 코치와 계속 동행을 해야 할지, 아니면 해고하고 새로운 코치를 또 영입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지게 됐습니다.   


▶ [취재파일] 비밀훈련 들통 난 쑨양의 꼼수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