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스포츠

[취재파일] 프로축구연맹 "이재명 시장 8일까지 징계한다"

권종오 기자

입력 : 2014.12.03 09:48|수정 : 2014.12.03 09:48


한국 스포츠 사상 구단주로서는 처음으로 징계 위기에 몰린 프로축구 성남FC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어제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징계 시도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성남시청에서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판정 성역과 연맹에 대한 전면전을 선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성남이 올해 유독 오심의 피해를 자주 봤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리며 오심 피해사례를 구체적으로 거론했습니다. 이에 대해 프로연맹은 1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이 시장의 발언이 프로연맹의 경기·심판 규정 제3장 제36조 5항을 위배했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상벌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습니다.

어제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시장은 인권변호사 출신답게 연맹의 부당한 처사를 조목조목 반빅했습니다. "연맹 규정 제36조 제5항은 경기 직후 경기장 내 인터뷰에서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해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하면 안 된다는 의미"라면서 "이를 장소와 시기를 불문하고 영구적으로 판정 비평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판정을 '성역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과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도 이러한 성역 조항은 없다"면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되는 위헌적인 해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상벌위에 출석해 자신의 의견을 직접 밝히겠다는 이 시장은 "이는 사상 최초의 구단주 징계 시도이며 성남 구단과 성남시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면서 "징계가 강행된다면 소송은 물론 헌법소원 등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심판 비평 영구 금지'라는 해괴한 성역을 없애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프로축구연맹은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스케줄대로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늦어도 8일까지 상벌위를 열어 이재명 시장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프로연맹의 한 고위관계자는 SBS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 시장이 쟁점을 호도하는 것은 물론 주장하는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우리는 원칙과 기준에 따라 정도를 걷겠다. 규정에 따르면 5일 이내에 상벌위 소집 여부를 통보하고 그로부터 5일 이내에 상벌위를 소집해야 한다. 상벌위는 이번 주말 아니면 다음주 초에 열릴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우리 내부에서 논의하고 다퉈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이슈화해서 사법 당국으로 끌고 가는 의도를 모르겠다. 축구 문제는 축구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이 시장이 쟁점을 잘못 알고 있다. 규정 위반도 위반이지만 SNS 글을 읽으면 누가 봐도  K리그가 부패하고 승부조작이 만연된 부조리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심지어 상대팀 구단주에 대한 폄하도 있다. 구단주가 썼다기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만큼 품격이 떨어진다. 그의 발언이 K리그 전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다들 인식하고 있다. 우리가 마시는 우물에 침을 뱉는 격 아니냐? 오심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퍼펙트한 판정은 어렵다. 오심에 대한 피해는 누구나 있는데 자기네만 당한 것처럼 침소봉대했고 또 사례로 든 것도 사실과 다르다. 그런데도 자기네 주장이 맞다고 우기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목숨이 달려 있습니다 시민 세금이 70억이나 100억원씩이나 들어가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왜 가만히 있습니까? 가만히 있지 않는 게 제 의무입니다"며 사용 가능한 초강경 단어를 모두 쏟아냈습니다. 성남 시장과 성남FC 구단주란 지위, 그리고 법률가로서의 법적 지식까지 갖춘 자신감이 넘쳐 흘렀습니다. 끝까지 한번 붙어보겠다는 '일전불사'의 의지가 매우 강했습니다. 이에 맞서는 연맹도 초강수를 둘 분위기입니다. K리그와 프로축구인의 자존심을 걸고 정치인 구단주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겠다는 태세입니다. 한마디로 고속열차가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형국입니다. 이 와중에 경남FC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 도지사까지 연맹 비난에 가세하며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민어사이신어언'(敏於事而愼於言)이라 했습니다. 군자는 일에는 민첩하지만 말은 신중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이재명 성남 시장이 올린 SNS 글을 보면 프로축구 구단주가 사용하기에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꽤 있습니다. 어제 기자회견에서도 불필요하다고 느껴질만큼 전투적이고 결기가 느껴지는 단어를 구사했습니다. 프로축구연맹의 대응도 이성적이라기 보다는 감정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문제는 당초 이렇게 확대될 성질이 아니었습니다. 프로축구연맹이 섣불리 상벌위 개최를 결정하지 않은 가운데 이재명 시장이 유감을 표명했으면 원만히 해결될 수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한국 프로축구연맹과 이재명 시장이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싸운다면 남는 것은 상처와 앙금 뿐입니다. 그 피해자는 가뜩이나 침체된 K리그와 선수들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연맹과 이재명 시장 모두 무엇이 프로축구를 진정 사랑하는 길인지를 심사숙고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 이재명 성남시장 "판정 성역 없애겠다" 전면전 선언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