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상황인데?
2년 전 챗GPT 등장 이후 AI열풍이 불면서 세계적인 GPU 품귀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래픽처리장치인 GPU는 이미지와 영상 등 그래픽을 빠르게 인식해 처리하는 장치인데 시작은 컴퓨터 게임이었습니다. 어려운 계산을 처리하는 CPU와 다른 점은 단순 계산을 대규모로 빨리 처리하는 장점인데 이게 많은 데이터를 빨리 학습해야 하는 AI에는 핵심적 기능을 합니다. 미국의 엔비디아는 이 GPU가 중심이 되는 AI가속기 시장의 90%를 점유하는데 수요가 워낙 폭증하다 보니 공급이 모자랍니다. 웃돈을 줘도 못 사니 선진국들도 줄을 선 형편입니다. 미국은 2천만 장, 수출 통제를 받는 중국은 150~200만 장 정도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영국 등 유럽 국가들도 수십만 장 정도를 보유했습니다.
그동안 3만~4만 5천 장 정도를 가진 것으로 추산되는 한국 입장에선, 이재명 정부가 내년에 1만 5천 장, 2030년까지 20만 장을 확보한다는 국정 목표를 세울 만큼 급한 상황이었습니다. "GPU도 없는데 AI강국 타령은 공염불 아닌가?"하는 냉소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6만 장은 단숨에 세계 3위 수준으로 뛰는 산업적 사건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26만 장이 들어오면 어떻게 사용될지 살펴보면, 우선 정부가 약 5만 장, 삼성전자가 5만 장, SK가 5만 장, 현대차가 5만 장, 그리고 네이버가 6만 장 정도를 받게 됩니다. 정부는 국가적인 AI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통해 한국형 소버린AI의 기반을 만드는 용도로 사용하게 됩니다. 네이버는 기존의 AI인프라에 6만 개 칩을 확장해 소버린AI와 각 산업에 특화된 '피지컬AI' 지원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삼성전자는 이 GPU를 활용해 반도체AI 공장을 구축합니다. 복잡한 초정밀 반도체 설계와 개발을 AI를 통해 대폭 효율화하는 개념입니다. 현대차는 자사가 추진하는 자율주행 레벨 업그레이드와 학습 모델 개발은 물론 로봇제어 알고리즘 개발에 활용한다는 전략입니다. 그동안 GPU의 부족이 가장 큰 난제였던 한국의 AI인프라와 관련 산업이 크게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를 마련한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파격적인 공급을 결정하고, 이재용, 정의선 회장과 치맥 스킨십도 만들었던 엔비디아는 무엇을 원했을까? 당장 2가지 실익이 있습니다. ⓵AI칩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고객'과 ⓶자사가 생산하는 GPU에 들어갈 한국산 '반도체의 공급 확보'가 그것입니다.
한 걸음 더
최근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인 미국 빅테크 기업들(메타, 마이크로소프트)과 AI산업의 중심인 오픈AI까지 독자적인 AI칩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여 비용을 낮추려는 목적입니다. 언젠가는 독주가 흔들리며 매출 전망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에게 한국 정부와 대기업은 '큰손'고객인 셈입니다.
또 하나는 수요가 더 커져 당분간 공급이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이 나오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저전력·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확보 문제입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가장 많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이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입니다. 당장 엔비디아가 이들 기업에 공급할 첨단 AI칩인 '블랙웰 GUP'에는 1개당 HBM 8개가 들어갑니다. 26만 장이면 208만 개 이상이 들어갑니다. 한국 입장에선 막대한 양의 GPU를 사오는 상황이지만 그 부품인 HBM과 다른 메모리 반도체의 수출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결국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만큼 확장 기술력과 생산력을 가진 나라가 없고, 엔비디아 같은 기업도 제품 생산을 위해선 한국 기업과의 관계를 두텁게 형성해야 하는 환경입니다.
젠슨 황이 직접 말한 것처럼, 한국은 반도체 생산부터 데이터센터, 플랫폼, 자동차, 로봇까지 AI산업의 확장에 필요한 제조업 중심 밸류체인을 모두 갖춘 나라인 점이 근본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최근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한국을 찾아 대규모의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계약을 한 것은 이런 흐름의 전주곡이었던 셈입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한국에는 큰 경제효과가 예상되지만 경계해야 할 요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우선 한국 AI산업의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는 효과입니다. 엔비디아는 GPU 기반 AI가속기에 독점적 기술력을 가졌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이 칩에 의존하는 또 하나 이유는 엔비디아 칩에서만 호환되는 AI개발 생태계(플랫폼) 때문입니다.
삼성과 현대차는 물론, 정부의 AI전략은 이른바 '피지컬AI'입니다. 인공지능이 생각과 계산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람처럼 관성과 물리적 법칙을 이해해야 자율주행이나 로봇산업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AI공장도 마찬가지죠. 이번 GPU 26만장 공급으로 삼성, SK, 현대차는 이런 피지컬AI 개발에 필요한 연산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기에 엔비디아가 구축한 AI 플랫폼 활용이 필수적입니다. 현실 세계를 디지털 공간의 세계로 복제하는 '옴니버스'와 피지컬 AI 개발 플랫폼인 '코스모스'같은 소프트웨어들이죠. 쉽게 말해 우리가 스마트폰을 생산해도 구글 기반, 안드로이드 기반이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결국 한국 기업의 관련 기술 개발을 엔비디아가 이미 구축한 생태계에 의존해야 하는 약점이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결국 AI칩을 확보하더라도 독자적인 AI생태계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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