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업교육원에서 도배 작업하는 수강생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 직업교육원에서 수강생인 신 모(72) 씨는 도배용 풀을 준비하고 벽지를 자르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신 씨는 도배기능사 자격증을 따 '인생 2막'을 열기 위해 지방에서 상경했습니다.
공인중개사인 그는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이 활성화하며 직업의 존폐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다"며 "도배 일은 인공지능(AI)이나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일이고 일감도 많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AI가 수많은 직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AI가 잠식하기 어려워 보이는 직업 기술을 배우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습니다.
통계청 '2024 사회동향'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으로 생성형 AI인 챗GPT가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직업은 전체의 9.8%인 277만여 개였습니다.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업으로는 여행·마케팅 사무원, 고객 상담 요원 등 사무직이 꼽혔습니다.
반면 철근공, 운송장비 정비원, 건축 마감 기능 종사원 같은 '블루칼라' 직종은 AI에 일자리를 뺏길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직업교육원의 원장 박 모 씨는 도배 수업 수강생 중 은퇴를 앞둔 50대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씨는 "수강생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이런 기술은 기계가 할 수 없지 않으냐'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인천 부평구의 한 용접학원도 비슷한 이유로 수강생이 몰린다고 했습니다.
학원 부원장 최 모(62) 씨는 "요즘은 자동용접도 있지만 세밀한 용접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씨는 "매년 학원을 수료하는 100여 명 가운데 IT 직종 출신이 10% 정도 되는 것 같다"며 "IT 회사에서 일해도 40대만 되면 대접을 못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학원에 온 사람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몰려오는 'AI 파도'를 타고 인생 이모작을 계획하는 중장년층도 줄지 않고 있습니다.
챗GPT 같은 AI 활용 능력을 새로운 무기로 삼아 재취업이나 창업을 꾀한다는 것입니다.
강남구의 한 IT 교육기관 관계자는 "간단한 명령어를 작성하는 챗GPT 활용 수업 등을 진행 중"이라며 "퇴직 후 창업을 해 앱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기획하기 위해 AI를 배우려는 50대 수강생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AI를 공부하려는 중장년층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정부가 AI로 대체될 수 있는 직업인지를 알려주는 일자리 정보 체계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Vide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