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1
"나는 충성스러운 믿음으로 윗분을 대하고, 공로를 쌓아 안위를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는 시각장애인이 흑백을 알고 싶어 하는 것처럼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바른 이치를 행하고 부귀를 쫓지 않고 봉사하면서 나의 안위를 구하라는 것은 청각장애인이 맑은 소리와 탁한 소리를 구분하려고 하는 것과 같으니 더욱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두 가지로 안위를 구할 수 없는데 내가 어떻게 간사함으로써 힘 있는 자들의 무리에 가담하지 않겠는가."
#2
"나는 청렴하게 봉사하여 안전함을 구하려 했다. 그러나 이는 마치 컴퍼스나 자도 없이 원과 네모를 그리라는 것처럼 결과를 기대할 것이 없다. 법을 지키고 붕당을 이루지 않고 업무에 매진해 안전을 구하려 해도, 이는 마치 말로 정수리를 긁으려는 것처럼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두 가지로 내가 안전할 수 없는데 내가 법을 폐하고 세도가에 빌붙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가."
한비자는 망조에 든 나라 신하들의 심리상태를 이런 예시를 들어 설명합니다. 『한비자』 간겁시신(姦劫弑臣)편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말 그대로 군주에게 간사하고, 군주를 겁박하거나 살해하는 신하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편입니다. 이 편에선 왕을 사지로 내몰고 겁박하거나 죽이는 신하들은 평소 간사한 말과 행동으로 '입안의 혀'처럼 굴던 간신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간신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원래 사람이란 안전하고 유리한 쪽으로 가려 하고, 위험하고 손해가 나는 쪽은 피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신하가 힘을 다해 공을 세우고 지혜를 짜내 충성스럽게 일하면, 오히려 몸은 고단하고 집안은 가난해지며 심지어 해를 입는다면. 반대로 간사하게 군주의 눈을 가리고, 자기들끼리 뭉치고 빌붙는 자들은 몸은 높아지고, 집안은 부유해지며 혜택이 넘친다면. 누가 이처럼 편안하고 이익이 되는 길이 있는데 위험하고 해로운 쪽으로 가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간신이 되는 길을 택한다는 것이지요.
신하를 간신으로 키우는 건 군주라고 말합니다. 또 사람을 성실히 일하는 관리로 만드는 것도 군주하기 나름이라는 것입니다. 군주의 집을 '간신 양성소'로 만드는 것은 군주의 대표적인 착각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신하들이 나를 존경하고 사랑하여 나를 위해 일한다'는 착각이죠.
군주가 이런 착각에 사로잡히면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고 백성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게 됩니다. 한비자는 "군주를 사랑하는 신하는 없다"고 일갈합니다. 군주는 먼저 이런 '사랑의 미몽'에서 깨어나라고 촉구합니다.
군주가 현명하지 않으면 자신의 통치를 굳건히 해줄 수 있는 인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군주를 이용해 사심을 채우며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는 무리들이 득세하고, 이렇게 득세한 무리는 군주를 제쳐버리고 결국은 군주를 사선으로 내몰게 됩니다.
#3
간신이란 주인의 속마음을 그대로 따라 신임과 총애를 받아 권세를 누리려는 자들이다. 이런 신하들은 군주가 좋아하는 사람은 칭찬하고, 군주가 미워하는 자를 헐뜯는다. 대체로 사람이란 좋아하고 싫어하는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인정해 주고, 다를 경우는 서로 피하게 되는 것이다.
신하가 칭찬하는 사람을 군주도 인정하는 것을 동취(同取)라 하고, 신하가 비방하는 자를 군주도 물리치면 이를 동사(同舍)라고 한다. 이렇게 취사가 같은 데 서로 반목할 수 있을까. 아직 그런 걸 보지 못했다. 이것이 신하 된 자들이 신임과 총애를 받는 방법이다.
간신들은 믿음과 총애의 힘을 얻고서 타자를 헐뜯거나 칭찬하고 그 진퇴를 제멋대로 한다.
그런데도 군주는 법술로 이를 통제하거나 증거를 찾아 심판하지도 못한다. 예전에 자기 의견과 같았다는 것으로 지금 하는 말도 그저 믿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총애받는 신하가 군주를 속여서 사심을 성취하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주인은 반드시 윗자리에 앉아서 속고, 신하는 반드시 아랫자리에서 권세를 부린다.
한비자는 말합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방식이 이 정도로 잘못돼 있으면, 간사함이 나라 안을 덮어 '법'을 받드는 사회풍토는 바랄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 간사함의 난관을 뚫을 수 있을까요. 한비자는 딱 한 가지 처방을 내놓습니다.
"공적인 법만이 사악함을 막을 수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