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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서 '유기농 바나나' 재배 40세 대표

지리산 자락서 '유기농 바나나' 재배 40세 대표
▲ 강승훈 '올바나나' 대표가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에 있는 온실에서 자신이 재배한 유기농 바나나를 살펴보고 있다.

바나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대표적인 수입 과일입니다.

국내 바나나 시장은 사과, 포도 등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과일만큼 그 규모가 큽니다.

그러나 선박에 실어 긴 운송 과정을 거쳐 수입되는 탓에, 바나나를 좋아하면서도 선뜻 사 먹기를 꺼리는 소비자도 있습니다.

이에 청년 농업인 강승훈(40) '올바나나'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재배한 유기농 바나나로 '친환경 바나나 틈새시장' 창출에 도전했습니다.

그는 서른을 앞둔 2013년에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부모님 시설하우스 농사를 돕다 2017년부터 바나나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강 대표는 지리산 자락 경남 산청군에서 바나나를 키웁니다.

산청군 생비량면 도전리에 있는 바나나 온실 규모는 7천 평이나 됩니다.

보통 시설하우스보다 천장이 높은 온실에 사람 키보다 훨씬 크면서 녹색 바나나가 주렁주렁 달린 바나나 나무가 빼곡합니다.

"대학 졸업 후 베트남에 진출해 휴대전화 충전기를 만드는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에 입사했어요. 베트남 주재원으로 일하며 자재 구매, 수출입 통관 등을 맡았습니다." 그러다 그는 진주시에서 파프리카 농사를 하는 부모님이 나이가 들면서 농사일을 힘들어하자, 어렵사리 귀농을 결정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봐 왔지만, 전문적인 농업 지식은 없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집 농사를 돕는다고 하니 '벌이도 괜찮고, 회사 지원도 많은데 왜 그만두느냐'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습니다. 어머니도 '사회생활 더 하다 오라'고 하셨고요." 강 대표는 처음에 부모님 파프리카 농사를 도왔습니다.

그가 보기에 주로 일본에 수출하는 파프리카 농사는 환율 영향을 많이 받고 재배농도 많아져 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해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았습니다.

그때 대체 작물로 눈여겨본 것이 바나나였습니다.

그는 "국내 과일 시장에서 바나나는 규모 1∼2위를 다툴 정도로 시장 자체가 큽니다. 여기다 가격이 비싸도, 믿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수입 바나나는 긴 운송 과정 때문에 보존 처리가 필요한데,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는 바나나를 국내에서 재배하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습니다"며 바나나 재배에 도전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강 대표는 회사 다니며 모은 돈과 영농후계자 대출, 여동생 등 가족에게 빌린 돈으로 부모님이 사는 진주시와 가까운 산청군 생비량면 도전리에 땅을 구해 온실을 지었습니다.

제주도에서 바나나 묘목을 가져와 온실에 심었습니다.

그러나 바나나 재배에 도움 되는 정보를 얻을 길이 막막했습니다.

강승훈 '올바나나' 대표가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에 있는 온실에서 자신이 재배한 유기농 바나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나나가 국내 재배작물로 등록이 안 된 상태였어요. 그러다 보니 작물 재해보험 가입도 안 되고, 재배 매뉴얼도 없고, 보조금 사업 대상에서도 바나나는 아예 빠져 있고…. 모종을 사 온 제주도 농가에 알음알음 묻고, 구글 검색, 외국 자료를 번역해 가며 공부했습니다." 바나나를 수확하려면 1년 정도 걸립니다.

묘목을 심고 6∼7개월쯤 지나면 바나나가 열리기 시작하고, 4∼5개월 다시 지나면 수확이 가능할 정도로 바나나가 자랍니다.

수확이 끝난 바나나 나무는 베어낸 후 삭혀 거름으로 씁니다.

어렵사리 2018년에 바나나 수확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강 대표가 직원 4명과 함께 1년에 출하하는 바나나 양은 140t 정도입니다.

70% 정도는 농협 하나로마트, 생활협동조합(생협), 친환경 마트, 대형마트 등을 통해 팔리고, 30%는 온라인으로 유통됩니다.

그는 "연간 30만∼40만t에 이르는 우리나라 바나나 수입량과 비교하면 우리 생산량은 아주 작은 '티끌' 정도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수입 바나나보다 맛과 품질이 낫다고 자신했습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친환경 자재·약재를 사용해 강 대표가 재배한 바나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유기농' 인증을 받았습니다.

유기농을 의미하는 'organic', '최고'를 의미하는 'all'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브랜드명을 '올바나나'로 지었습니다.

그는 "재배·유통까지 100% 친환경 바나나는 국내에서 키우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며 "수확해 보존 처리를 거쳐 한 달 넘게 걸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수입 바나나와는 신선도가 달라 맛 차이가 대번에 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가 재배한 바나나는 수입 바나나보다 2∼3배 비쌉니다.

강 대표는 "수입 바나나와 시장 자체가 다르다"며 "재구매하는 사람이 많고, 생산량 전부가 팔린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30대 초반이라 의욕이 넘쳤고 체력이 뒷받침되니,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었다"며 생소한 바나나 농사를 시작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젊음을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2018년 첫 수확 때는 팔 데가 없어 바나나가 익어가는데도 그냥 매달아 놔야 했다"며 "제주도 외에 바나나 재배가 흔치 않던 시점에 지리산 내륙 청정지역에서 젊은이가 친환경으로 바나나를 재배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차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강 대표는 "'농사나 짓겠다'고 쉽게 생각하지 말고, 과연 농사를 지을 각오가 되어 있는지 자문하면서 준비기간을 충분히 가지라"고 농업에 관심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조언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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