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미셸 골드버그가 피닉스에서 보내온 글이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공화당 활동가 중 한 명인 찰리 커크는 매달 하루 날을 잡아 피닉스 외곽에 있는 오순절 대형 교회인 드림시티 교회에서 “미국 자유의 밤” 행사를 연다. 그는 이달 초 열린 행사에서 (성조기 색깔인) 빨강, 하양, 그리고 파란색 불빛이 수놓은 무대 위에 올라 1천 명 넘는 참가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사실 하나님께서 이미 사전투표를 하셨다고 생각해요. 하나님께서는 이미 지난 7월 13일에 도널드 트럼프의 목숨을 구해주심으로써 투표를 마치셨죠.”
커크는 불과 18살의 어린 나이에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라는 이름의 조직을 설립하는 데 참여했다. 이 조직은 티파티의 일종의 청년 조직으로, 오랫동안 정부의 간섭에 저항하는 자유 지상주의 원칙에 입각한 세속적인 임무를 주로 수행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정치사상인 마가(MAGA) 운동이 갈수록 기독교 국수주의와 노골적으로 결합하자, 커크의 발언도 점점 마가가 지향하는 바를 따라갔다. 그는 드림시티 교회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만약 당신이 주님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래서 성경을 읽고, 스스로 기독교인이라 부른다면, 그렇다면 도저히 이번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를 찍지는 못할 겁니다.”
터닝 포인트는 이제 엄연히 공화당의 한 축이 됐다. 특히 애리조나주는 이를 잘 보여주는데, 트럼프 선거 캠프가 중요한 경합주인 애리조나에서 실제 유권자를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을 사실상 이 단체에 맡겼기 때문이다. 터닝 포인트는 자신들의 선거운동 전략에 “표 좇기 전략(chase the vot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이 좇는 표는 “투표할 마음이 딱히 없는 유권자”들의 표다. 대개 공동체와 소외되고 단절돼 있으며, 투표하기 귀찮아하지만, 만약 투표장에 가서 투표한다면 트럼프를 찍을 가능성이 큰, 주로 남성 유권자를 찾아 이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전략이다. 커크는 “누군가 선거날 투표 결과를 조작하려 해도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많은 표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터닝 포인트의 전략은 분명 검증되지 않은 접근 방식으로, 자칫 트럼프의 선거 전체를 망쳐버릴 수도 있다. 운동원들은 새로운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오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투표할 마음을 먹은 지지자들이 캠프에서 내놓는 선명하고 강력한 주장에 열광하는 데 취해 다른 유권자들도 동조해 줄 거라고 가정하는 거다.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캠프의 경험이 좋은 예다. 당시 샌더스 캠프는 샌더스의 열정적인 포퓰리즘 메시지가 정치적으로 소외당한 유권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필 거로 기대했지만, 미시간주에서 결정적인 패배를 막지 못하는 등 결과는 실패였다. 어쩌면 우파 유권 세력의 전략은 먹힐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건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만큼 터닝 포인트에 중책을 맡긴 결정이 트럼프에게 불확실한, 그래서 위험할 수 있는 결정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드림시티 교회에서 열린 행사를 보고 나는 왜 트럼프 캠프가 기존의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를 넘어 잘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의 표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느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날 10월 자유의 밤에 커크가 연사로 초청한 사람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택부 장관을 지낸 벤 카슨이었다. 둘이 나눈 이야기 대부분은 마가 진영에서 늘 하는, 어쩌면 진부한 대화였다. 그러나 대화의 숨은 의미를 가만히 따져보면 놀라운 사실이 드러난다. 즉, 트럼프란 인물의 특징과 성격 때문에 공화당은 전통적인 지지자를 투표장으로 불러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커크는 기독교인으로서 카멀라 해리스를 찍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물었다. “저들(민주당 사람들)이 '트럼프는 비열하다'는 식으로 늘 험담하는 거 아시잖아요.” 이어 그는 성경에서 삼손이 나귀의 턱뼈를 이용해 블레셋 사람 1천 명을 죽인 이야기를 예로 들며, 지금 미국에도 강력한 독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다 이쯤에서 커크는 은연중에 인상적인 발언을 했다. 바로 보수 유권자들이 뽑는 건 트럼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 주요 보직에 임명할 5천여 명의 일꾼이라고 강조한 거다.
“사실 이 5천 명의 일꾼이 누가 되느냐가 어쩌면 ‘트럼프가 인간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싫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사실 나는 트럼프를 향한 훨씬 더 노골적인 찬사를 기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자유의 밤 행사는 트럼프 본인이 6월에 직접 연단에 오르기도 했던 행사로, 마가 영성의 성채와도 같은 행사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오히려 “트럼프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악은 아닌 차악이니 뽑아달라.”는 식의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벤 카슨도 예수님이 직접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한 우리는 모든 선거에서 차악을 현명하게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위터에 올리는 글이나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누군가를 싫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 사람이 암만 싫더라도 당신의 아이들, 손주들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앞세울 정도인가요? 그건 아니잖아요.”
해리스 캠프는 공화당원을 향해 광범위한 구애를 폈고, 여기에 민주당 안에서도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상당히 불편해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해리스 캠프는 전당대회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활동가에게 연설 시간을 허락하지 않은 대신 애덤 킨징어 전 하원의원과 애리조나주 메사시의 존 자일스 시장 등 공화당원을 무대에 올렸다. 해리스 캠프는 또 (민주당 사람들에겐)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대의 대표적인 악당이라 할 수 있는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지지를 받은 점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기도 했다. 여기에 매우 보수적인 성향으로 분류되는 제임스 랭포드(공화, 오클라호마) 상원의원이 주도해 쓴 이민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법안에는 국경을 더 강력히 통제하는 내용이 담겼고,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이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해리스는 지난주 애리조나에서 “건강한 양당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자신이 당선되면 당적을 뛰어넘는 초당적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뉴욕 매거진의 자크 체니라이스는 한탄했다.
“오늘부로 정치적 가능성의 지평을 넓히려는 열망은 사라졌다. 부통령이 늘 주문처럼 외는 ‘과거에 얽매여선 안 된다’는 말과 달리 그 가능성은 철저히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접근 방식에 사람들이 의구심을 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2016년, 민주당은 트럼프의 명백한 막말, 음담패설이 드러나자 공화당원들이 대거 힐러리 클린턴을 찍어줄 거라고 기대했었다. 민주당의 상원 리더인 척 슈머(뉴욕) 의원은 “펜실베이니아 서부 러스트벨트에서 블루칼라 노동자의 표 하나를 잃을 때마다 우리는 대신 필라델피아 근교의 중도 보수 성향의 공화당 표 두 표를 얻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상적인 것, 안정적인 것을 대변하고자 하는 민주당은 자연히 현상 유지를 대변하는 정당이 됐다. 그런데 현재를 떠올리면 온통 불만스러운 점밖에 생각나지 않아서 사람들은 점점 더 변화와 개혁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 초점을 애리조나주의 선거운동 현장에 맞춰보면, 해리스 캠프가 왜 공화당 표를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2016년에 슈머 의원이 지적한 역학관계는 분명 실재했다. 다만 클린턴에게 선거 승리를 안겨주기에는 부족했을 뿐이다. 트럼프 시절을 거치면서 공화당은 노동자 계층에서 점점 더 우위를 점했고, 민주당은 도시와 근교의 교육 수준이 높은 계층, 좀 더 넓게 보면 미국 정부나 공공기관을 기본적으로 신뢰하는 이들에게서 표를 얻었다. 이런 지지 성향의 재배치는 주요 경합주인 조지아, 과거엔 경합주였지만 더는 아닌 오하이오를 비롯해 여러 주의 정치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지 정당의 재편이 애리조나만큼 극적으로, 혁명적으로 일어나는 곳은 없다.
애리조나는 배리 골드워터를 배출한 주다. 1964년 대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골드워터는 이후 현대 미국 정치에서 보수주의의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최근까지 애리조나주 정치에서 승자는 늘 공화당이었다. 1952년부터 2016년까지 애리조나주는 대선에서 딱 한 번(1996년)을 제외하고 항상 공화당 후보를 뽑았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때 상원의원 두 명의 당적도 당연히 공화당이었다. 2008년 당의 대선 후보였던 거물 존 매케인과 극단적 보수주의자로 분류되는 제프 플레이크였다. 플레이크는 특히 피닉스에 있는 우파 싱크탱크인 골드워터 연구소의 사무총장 출신이었다. 주지사도 공화당 소속 덕 듀시였다. 듀시는 2023년에 임기를 마쳤는데, 2018년 재선될 때 민주당 후보를 14%P 차이로 따돌렸다.
오늘날 애리조나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이 승리한 주 가운데 트럼프와 표 차이가 가장 작았던 주가 애리조나다. 바이든은 1만 1천 표도 안 되는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현재 상원의원은 민주당 소속 마크 켈리 의원과 민주당이었다가 무소속으로 당적을 바꾸고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커스텐 시네마 의원이다. 시네마 의원의 자리를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가 맞붙는데, 지금으로선 민주당의 루벤 가예고 하원의원이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주지사도, 검찰총장도 모두 민주당이다. 주 상원과 하원에선 공화당이 간신히 한 석 차이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음 달 선거에서 이마저도 민주당이 뒤집을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선 레이스에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애리조나를 바꿔낸 데는 민주당 당직자들의 노력이 물론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인구 변화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애리조나주는 매년 많은 인구가 새로 유입되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늘어나는 주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애리조나에서 민주당이 성장한 데는, 즉 공화당이 반세기 넘게 지켜 온 우위를 잃게 된 데는 트럼프와 트럼프 측근들의 실정도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애리조나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메사시 시장실에서 자일스 시장은 내게 자신이 어른이 되고 난 뒤 모든 정치 경력을 공화당에서만 쌓았다고 말했다. “공화당에는 존 버치 소사이어티 같은 매우 보수적인 세력이 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죠.” 존 버치 소사이어티는 극우 성향 반고 단체로 여러 음모론의 진원지이기도 했다.
“물론 그런 극우 세력과 함께 있는 게 저는 편했던 적이 없어요. 그래도 공화당은 다양한 성향을 품어주는 커다란 우산 같은 정당이었죠. 그래서 존 매케인을 지지하는 온건 성향의 공화당원도 얼마든지 공화당을 편안한 내 집처럼 여길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렇다고 할 수 없어요.”
현재 애리조나 공화당의 극단주의는 매우 심각하다. 주 공화당의 전 위원장 켈리 워드는 2020년 선거 결과를 전복하려 한 혐의가 인정돼 지난 4월 17명과 함께 기소됐다. 그럼에도 지난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정서는 여전히 당내 곳곳에 팽배한다. 2022년 공화당은 극우 민병대 오스 키퍼스(Oath Keepers) 대원이었던 마크 핀쳄을 주무장관 후보로 추대했다. 핀쳄은 이번에는 주 상원의원 선거에 나섰는데, 최근에는 로스차일드 금융가가 남북전쟁을 일으켰다는 내용의 음모론을 담은 큐아넌(QAnon)의 영상을 리트윗했다. 주 하원의장을 지낸 극보수 성향의 러스티 바워스는 ‘부정선거 불복 운동’에 동참하지 않았다가 당에서 사실상 축출됐다. 예비선거에서 바워스를 꺾은 사업가 데이비드 판스워스는 2020년 선거를 두고 “실제로 악마가 판을 짠 진짜 음모”라고 주장했다.
2018년 본사를 피닉스로 이전한 터닝 포인트 역시 바이든이 부당한 방법으로 승리를 갈취했다는 주장에 모든 걸 걸고 싸워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애리조나주 보수 세력의 이념을 통제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었다. 2022년 트럼프의 측근 제프 드윗은 워싱턴포스트에 “(터닝 포인트는) 내가 아는 어떤 공화당 유관 단체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이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터닝 포인트가 공화당 전국위원회보다 강력하다고 묘사했다.
한 정당이 선거 관련 음모론에 함몰되면, 선거에서 지고 나서도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공식 선거 결과는 우리 당을 향한 거대한 음모론이 진짜 있었다는 증거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당 차원에서 음모론이 주류가 되면, 온건한 성향의 유권자들은 점점 주변부로 밀려난다. 다만 어느 정도는, 심지어 찰리 커크 본인도 애리조나주 공화당이 약화했다는 사실을, 거기에 커크가 매우 큰 역할을 했음을 알아야 한다.
극단적인 언사를 마구 쏟아낸 탓에 인기가 없는 공화당 상원 후보 캐리 레이크를 지금 이 자리까지 끌어올린 장본인이 바로 터닝 포인트다. 2021년 TV 앵커 출신인 레이크는 애리조나주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처음에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한 군소 후보에 불과하던 레이크는 터닝 포인트가 피닉스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한 발언으로 트럼프의 눈에 띄었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찬사를 쏟아내는 레이크를 마음에 들어 했고, 레이크는 트럼프의 지지를 등에 업고 유력 정치인으로 급부상, 예비 선거를 뚫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갑자기 공화당 후보가 된 레이크의 주지사 선거 본선을 치른 선거운동원 상당수가 터닝 포인트 직원들이었다.
레이크는 트럼프의 모든 것을 흉내 내고자 했다. 존 매케인을 향한 비판도 마찬가지였는데, 트럼프는 그런 레이크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한때 레이크는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 하마평에도 올랐다. 그러나 애리조나주 공화당 내에서 매케인은 여전히 널리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런 매케인을 대놓고 비방하고 깎아내리는 태도로 일관하는 건 트럼프의 마음에 들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애리조나주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으로선 좋은 전략이 될 수 없었다. 2022년 한 보수 정치 행사에서 레이크는 “우리는 매케인의 정치적 유산의 심장부에 말뚝을 박았다”고 떠벌리듯 말했다. 그해 주지사 선거 직전에는 유세에 온 사람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외치기도 했다.
“지금 여기 계신 분 중에 매케인 지지하는 공화당원 없으시죠? 혹시 있으시면, 당장 꺼지세요!”
많은 사람들이 그 말대로 했다. 메사시 자일스 시장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2년 전 캐리 레이크는 저 같은 사람들을 향해 말 그대로 당에서 꺼지라고 소리를 쳤죠. 만약 MAGA의 관점을 받아들일 수 없는 공화당원을 찾아서 당에서 다 내쫓는 게 그들의 목표였다면, 그들은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자일스는 애리조나주에서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구 공화당원 가운데 한 명이다. 플레이크 전 상원의원도 9월에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매케인 의원의 애리조나주 당협위원장을 지낸 베티나 나바는 내게 자기가 아는 한 매케인 의원을 옆에서 보좌했던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다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가 “단지 민주당을 대표하는 후보가 아니라, 당적을 뛰어넘어 폭넓은 가치를 수용하고 있기에 더 큰 가능성을 대변하는 후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또 한 차례 트럼프 캠프가 참전 용사들과 껄끄러운 상황을 연출한 뒤, 매케인 전 의원의 막내아들인 짐 매케인은 해리스 지지를 선언하면서 아예 민주당에 입당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한 뒤 자일스는 열성적인 마가 지지자들로부터 수많은 악플과 협박을 받을 각오를 하고 있었고, 예상대로 공격을 받았다. 메사시는 상당히 보수적인 지역이다. 메사가 속한 지역구의 연방 하원의원 앤디 빅스는 2020년 선거 결과를 거부하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인물이다. 그러나 오히려 자일스는 그 보수적인 지역의 동네 식당이나 마트에서 만나는 사람 중에 꽤 많은 이가 연설 잘 봤다면서 자일스에게 목소리를 내줘서 고맙다고 한 데 적잖이 놀랐다. 물론 그런 말을 건넨 이 중에는 민주당 당원이나 지지 정당이 없는 사람이 많았지만, 공화당원도 꽤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부정적인 반응, 온갖 악플은 각오했던 만큼 놀랍지 않았는데, 긍정적인 반응은 정말 생각 이상으로 많았어요.”
해리스 캠프는 애리조나에서 분명 승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애리조나주의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9일, 팀 월즈는 짐 매케인과 레이크와 상원 선거에서 맞붙은 루벤 가예고 의원과 함께 유세했다. 이튿날 피닉스 외곽 챈들러에서 열린 유세에는 7천 명이 모였다.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를 비롯해 제니퍼 가너, 케리 워싱턴, 글렌 클로즈, 제시카 알바 등 해리스를 지지하는 유명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번주에 유세를 벌인다.
민주당은 또 주 헌법에 임신중절권을 보장할지 묻는 주민투표가 “투표용지 효과”를 일으켜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높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해리스는 지난 10일 유권자들을 향해 호소했다.
“애리조나주 시민 여러분, 우리는 모든 전선에서 계속 싸워나가야 합니다. 이번 선거는 여러분에게 내 몸의 건강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시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해 주는 법제안 139조에 찬성표를 던질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139조 제안이 손쉽게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도 해리스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미국인들이 바이든 행정부에 실망한 여러 가지 문제가 특히 애리조나에서 심각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2022년 한때 피닉스와 주변 지역은 미국 내에서 인플레이션이 가장 높았다. 팬데믹 때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이 문제였다. 지금은 그나마 인플레이션이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경제 문제에 관해 바이든 행정부를, 고로 해리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게다가 애리조나는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주로서 유권자들은 불법 이민자 문제에도 민감하다. 주 경찰과 지방 경찰에 불법 이민자를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을 제정할지 말지 묻는 주민투표도 진행되는데, 이변이 없는 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은 여전히 등록 유권자 수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공화당 다음은 무소속이다. 민주당으로 등록한 유권자는 애리조나 전체 유권자의 29%에 불과하다. 공화당 선거 참모 배럿 마슨은 “애리조나의 제반 경제 지표는 민주당에 불리하다. 게다가 애리조나는 트럼프 지지가 강한 주라고 보기는 어려워도 원래 보수 성향이 더 강한 주”라고 말했다. 마슨이 말한 대로 트럼프가 2016년에 애리조나에서 승리했을 때도 그의 득표율은 50%에 미치지 못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외의 후보들이 합쳐서 무려 7%를 득표했는데, 극단적인 보수 성향의 자유지상주의자가 제3 후보 중에는 표를 제일 많이 받았다. 마슨은 “만약 니키 헤일리가 공화당 대선 후보였다면, 애리조나는 경합주 축에도 못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절대 못 이겼을 거란 뜻이다.
설사 트럼프가 11월 애리조나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그가 주 공화당에 입힌 상처 때문에 공화당 정치인들은 당분간 여러 가지로 고전할 수 있다. 당의 모든 정강, 정책을 사실상 마가와 트럼프주의로 도배한 대가를 가장 극적으로 치르고 있는 예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레이크 선거 캠프일 거다. 레이크는 심지어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마크 로빈슨 후보와 비교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레이크와 마찬가지로 로빈슨도 트럼프가 뽑은, 트럼프의 후보다. 물론 레이크로서는 로빈슨과 비교당하는 게 억울할 수 있다. 적어도 레이크는 공개적으로 자신을 나치라고 칭한 적도 없고, 노예제가 나쁘지 않다고 말한 적도 없으며, 포르노 사이트의 댓글난에 참담한 수준의 음담패설을 적은 적도 없다. 그런데도 로빈슨 같은 ‘최악의 후보’에 비견된다는 건 레이크의 평판이 얼마나 바닥에 떨어졌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근 에머슨대학이 애리조나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나란히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애리조나주 대통령 선거에서는 트럼프가 해리스를 50% : 47%로 앞섰는데, 상원 선거에선 가예고가 레이크를 무려 11%P 차이로 앞섰다. 에머슨대학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를 찍겠다고 답한 유권자 가운데 10%가 상원 선거에선 가예고를 찍겠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대통령은 트럼프를 뽑겠다고 답한 유권자 가운데 12%가 주지사 선거에선 로빈슨이 아니라 민주당 조시 스타인 후보를 찍겠다고 답했다.
물론 상원 선거가 좀 더 박빙으로 나오는 여론조사도 있다. 그러나 지지율 격차는 좀 좁아도 가예고가 레이크에 뒤지고 있다는 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떤 면에선 애리조나주 사람들이 레이크를 그렇게 싫어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하나부터 열까지 트럼프를 최대한 따라 하려고 그토록 애를 쓴 레이크 후보의 노력을 생각하면 더욱 의아하다. 가예고는 라티노 남성에 해병대 전투병으로 참전했던 베테랑이다. 라티노 남성 유권자들에게 소구력이 있을 것이고, 반대로 레이크가 여성이다 보니, 여성을 향한 혐오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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