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한 외국인 피의자가 도주해 소재 불명이라고, 수사보고서에 담은 경찰관에게 허위공문서작성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불법체류자인 피의자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출석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일부 사실을 누락했다는 것만으로는 허위공문서 작성의 고의가 증명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허위공문서작성·직권남용체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경찰관 A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수사보고서에 체포 사유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기재하지 않은 점은 인정되나 거짓이 있다거나 허위 작성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에 관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있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A 씨는 2020년 6월19일 부산의 한 외국인 건설노동자 숙소에서 베트남 국적 B 씨가 동료를 때린 사건의 수사를 맡았습니다.
A 씨는 통역을 통해 B 씨에게 자진 출석을 권유했으나, B 씨는 "베트남에 빚이 많고 불법 체류 상태라 강제 출국당할 수 있다"며 거부했습니다.
이후 B 씨는 동료 직원의 설득으로 경찰에 출석하기로 마음을 바꾸고 이같은 뜻을 경찰서에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출석이 예정된 당일 A 씨는 다른 사건 수사로 외근 중이라며 출석을 보류시켰고, 이튿날 수사보고서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하고 이후에는 휴대전화를 끄고 불상지로 도주한 상태. 피해자나 회사 관계자도 피의자에게 연락했으나 받지 않고 소재 불명인 상태'라고 기재했습니다.
B 씨의 자진 출석 의사나 출석 보류 경위는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런 수사보고서로 경찰은 7월 10일 체포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습니다.
이 사이에도 B 씨는 출석할 생각으로 소환을 기다리고 있었고, 동료 직원을 통해 7월 17일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A 씨는 일정 조율 사실을 내부에 밝히지 않았고, 경찰은 자진 출석 예정일에 B 씨를 체포했습니다.
검찰은 A 씨가 주요 사건 경위를 수사보고서에 뺀 채 경찰·검사·판사를 속여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아 집행하도록 했다며 그를 기소했습니다.
B 씨의 체포는 취소했습니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습니다.
1심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A 씨가 B 씨의 출석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고, 동료 직원 등이 A 씨의 소재를 정확히 몰랐다는 점에서 원심판결이 잘못됐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A 씨 입장에서는 출석을 보장할 지위에 있지 않은 동료 직원과 통화로 당일 갑자기 출석 의사를 전달받은 셈으로, 수사보고서 작성 당시까지 도주한 상태가 계속됐을 뿐"이라며 "수사보고서가 허위라는 전제로 적용한 직권남용체포 혐의 역시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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