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굳게 닫히면서 미국의 에너지 수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현상은 전쟁에 따른 일시적인 수요 증가일 뿐이라는 분석이 뒤따릅니다.
이를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관련 소식을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중동산 에너지 수입 길이 막히자 아시아와 유럽이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를 앞다퉈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도 수출 관련 구체적인 수치를 내놨습니다.
지난주 미국의 원유와 석유제품 수출량이 하루 평균 1천290만 배럴을 찍으며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해운 데이터 업체 케플러 역시 아시아 지역의 수입 동향을 분석했습니다.
지난달과 이달 아시아로 향한 미국산 원유와 가스 수출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 늘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산 에너지 수출이 이처럼 늘어난 원인은 분명합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 지역 에너지 구매가 사실상 멈췄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중동산 에너지에 크게 기대온 아시아 국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당장 미국산 에너지라도 구매해 부족한 물량을 메워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다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런 훈풍이 전쟁 이후에도 이어질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무엇보다 아시아 국가들의 정유시설은 중동산 원유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산 원유를 처리하는 데에는 뚜렷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중동산보다 밀도가 낮은 미국산 원유를 기존 시설에서 처리하면 효율이 크게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인프라를 개조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파룰 박시 옥스퍼드 에너지 연구소 연구원은 아시아 정유시설 전면 개편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나아가 설계에만 수개월이 걸리고 완전한 가동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유럽 역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헤닝 글로이스타인 유라시아그룹 에너지 총괄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경계심을 표했습니다.
그는 기후 정책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 관세 사안 등에 있어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에너지 공급을 지렛대로 악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에너지 수출량을 무작정 늘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현재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의 원유 수출 시설들은 원유 선적의 물리적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인프라가 가동될 시점이면 미국산 에너지의 매력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츠네오 와타나베 사사카와 평화재단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고 중동 가격이 정상화되는 시점을 지목했습니다.
그는 이 시기가 오면 미국산 원유와 가스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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