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빨리 찾아온 더위가 반갑지 않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선풍기 한 대로 여름을 나야 하는 쪽방촌 주민들은 차라리 집 바깥이 낫다면서 거리로 나왔고, 땡볕에도 일을 멈출 수 없는 건설 노동자들은 흐르는 땀을 연신 닦으며 그야말로 더위와 사투를 벌였습니다.
이어서 이태권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좁은 골목 사이로 쪽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30년째 이곳에 살고 있는 82살 김 모 할아버지는 올여름도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야 합니다.
[김 모 씨/쪽방촌 주민 : 시원하게 물에 목욕을 해야 하는데 그거 못하는 게 제일 아쉽죠. 여러 사람이 사니까. 곤란하죠. 그런 것이 눈치 보이고 좀….]
이웃인 최 모 씨도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공공기관을 찾는 게 유일한 피서법입니다.
[최 모 씨/쪽방촌 주민 : 문 열어놔야죠. 문 닫고 못 있죠. (너무 더우면) 가끔 우체국 있잖아, 우체국 앞에 가서 신세 좀 지고. 거기 에어컨 틀어놓거든요.]
쪽방촌의 한 골목입니다.
바깥의 온도를 재봤더니, 38.9도로 나옵니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쪽방의 온도는 어떤지 한번 같이 재보도록 하겠습니다.
36.9도로 나옵니다.
바깥과 큰 차이가 없는 셈입니다.
쪽방촌 일대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지난주부터 새 장비가 가동됐습니다.
[이성민/영등포쪽방촌상담소 실장 : 서울시에서 예산을 받아가지고 이 쪽방 지역에 '쿨링포그'를 주민들이 많이 나오시는 그곳에 설치해 가지고 무더위를 조금이나마 이렇게 피하고 시원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건설현장은 그야말로 더위와의 사투가 벌어집니다.
35도 안팎의 폭염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지만,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자칫 굳어 버릴 수 있어 멈출 수가 없습니다.
[김진태/건설현장 작업자 : 더위는 땀이 가장 힘들죠. 땀이 많이 나기 시작하면서 아무래도 이 안전모를 착용을 하시다 보니까 열이 이 안에서 계속 도니까.]
지난해보다 일주일 빨리 내려진 수도권 폭염특보에 올해는 얼마나 무더울지 이웃들의 한숨이 커진 하루였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원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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