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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③ '뉴스'가 된 개 물림 사고…매년 2천 명 다친다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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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사람을 무는 건 뉴스가 아니다.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다."

언론계에 회자되는 이 격언은 뉴스 가치 중 신기성과 희소성에 관한 것이다. 흔하게 일어나는 사건(개가 사람 물기) 말고 신기하고 희소한 사건(사람이 개 물기)이어야 뉴스 가치가 있다는 것. 하지만 2020년 한국 상황에선 개가 사람을 무는 게 다시 뉴스가 됐다. 유명 연예인이 키우는 개가 사람을 물어 다치게 하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하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2020 유기동물을 부탁해!> 이번 편에서는 개 물림 사고와 맹견 문제를 짚어보겠다.

● 매년 2천 명, 개에 물려 병원에 갔다

지난 5월 4일 경기도 광주에서 80대 여성이 갑자기 달려든 개 두 마리에게 팔과 다리 등을 물렸다. 자기 집 텃밭에서 나물을 캐던 중이었다. 병원에 실려가 치료받던 이 여성은 두 달 만에 사망했다. 여성을 공격한 개는 '벨지안 쉽도그'라는 종으로 각각 몸무게 20킬로그램이 넘는 대형견이었다. 보통 성인 남성 키보다 높은 울타리 안에 있었지만 이를 어렵지 않게 뛰어넘었다. 벨지안 쉽도그는 동물보호법이 규정한 맹견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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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물림 사고'는 매년 적잖게 발생한다. [마부작침]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소방청의 '개 물림 사고로 인한 환자 이송 현황' 자료를 보면 2014년 1,889명이었던 이송 환자는 2016년부터 3년 연속 2천 명을 넘어섰다. 2019년엔 1,565명으로 다소 줄었다. 최근 6년 간 평균을 보면 매년 2천 명 넘게 개에 물려 병원을 찾았다. 올 들어 6월까지는 512명으로 집계됐다. 119 구급대를 통하지 않고 병원에 갔거나 사람 말고 다른 동물을 문 경우까지 합하면 개 물림 사고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월별로 보면 야외 활동이 많은 5월부터 10월까지 사고가 많았다. 연령별로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피해 보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 '동물보호법 위반', 매년 평균 256건

동물보호법에는 7조(적정한 사육·관리), 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 12조(등록대상동물의 등록 등), 13조(등록대상동물의 관리 등), 13조의 2(맹견의 관리), 13조의 3(맹견의 출입금지 등)에서 반려동물 주인에게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놨다. 이 중에서 개 물림 사고 같은 안전 문제와 관련된 조항은 13조와 13조의 2, 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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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2014년 이후 동물보호법 위반 제재 내역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했다. 최근 6년 여 간 각 지자체가 동물보호법 위반을 적발해 과태료 부과한 건 모두 1,987건이었다. 2014년엔 46건에 불과했지만 해마다 조금씩 늘어 2019년엔 674건, 올 들어 6월까지는 453건에 이르렀다. 2014~2019년 한 해 평균 256건이다. 

가장 많았던 건 동물보호법 13조 2항의 '목줄 등 안전조치' 위반이었다. 모두 930건, 46.8%였다. 다음은 13조 1항 '인식표 부착' 위반 594건(29.9%), 12조 1항 '등록대상동물 등록' 위반 256건(12.9%) 순이었다. '맹견의 관리'에 관한 조항인 13조의 2 위반은 10여 건에 불과했다.

13조 2항과 13조의 2를 위반할 경우에도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개정 동물보호법에 따라 사망은 3년, 상해는 2년 이하 징역(사망은 3천만 원, 상해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게 가능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조항에 근거해 형사 처벌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안전 관리에 소홀했던 것으로 확인되면 형법의 과실치사상 죄를 적용할 수 있고 소송을 통해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 반려견 600만 마리, 맹견은 5~6천 마리... 맹견 아니면 물려도 괜찮나?

동물보호법 2조 (정의)에서 맹견을 규정하고 있다. "도사견, 핏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개"로 농림축산식품부령(시행규칙)으로 정한 개다.

내용을 보면 1. 도사견과 그 잡종의 개 2. 아메리칸 핏불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3.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4.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5.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뿐이다. 연예인 김민교 씨의 개 벨지안 쉽도그나 최시원 씨의 개 프렌치 불도그, 지난해 아파트에서 아이를 물어 다치게 했던 개 폭스테리어는 우리 법이 정한 맹견에 포함되지 않는다.

2019년 등록된 반려견은 209만 2천 마리에 이르는데 미등록률 등을 감안하면 전체 반려견은 600만 마리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맹견 5종의 수는 1% 미만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5~6000마리 정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동물보호법에 따라 맹견 소유자의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지만 이것만으로는 개 물림 사고를 방지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한계는 명확하다.

●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성숙한 사회"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성숙한 사회로 가는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종합계획인 만큼 유기, 피학대, 동물실험 등 동물 복지 관련한 내용이 총망라됐는데 그중 '개 물림' 사고 관련해서는 이런 내용이 눈에 띈다. 

"위험한 개의 기질(공격성)을 평가하여 그 결과에 따라 행동교정, 안락사 명령 등 의무 부과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2022년까지)."

여기서 '위험한 개'는 개 물림 사고를 일으켰거나, 다른 사람 등을 위협한 개를 뜻한다. 계획대로 맹견 만이 아니라 위험한 개를 평가해 교정하거나 심각한 경우엔 안락사시킬 수 있으면 좋겠지만 누가, 어떤 기준에 의해 평가할 것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2019 동물보호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소유자의 63%만이 외출 시 목줄이나 인식표 착용, 배설물 수거 같은 동물보호법의 준수사항을 잘 지키고 있다고 답했고, 의무교육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75%에 이르렀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취재

: 심영구, 배정훈,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지연,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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