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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회사의 상징 건물' 매각…허리띠 졸라매는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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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김범주 기자와 함께합니다. 삼성이 강북에 있는, 남대문 쪽에 있는 삼성생명 건물을 부영그룹에 팔기로 했는데, 이게 굉장한 상징성 있는 건물이라서 이걸 삼성이 갑자기 왜 파나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은 본사가 삼성으로 왔지만, 아직도 삼성 생각하면 이 건물 떠올리시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아요.

이게 남대문 바로 옆에 건물 전체가 자주색인 빌딩인데 10년 전만 해도 삼성그룹 본사가 바로 이 주변에 다 있었단 말이죠.

그중에 하나였는데, 풍수학적으로 여기가 돈이 들어오는 자리라고 해서 이병철 전 회장이 30년 전에 이탈리아제 본인이 좋아하는 자주색 대리석을 사다가 지은 25층 건물입니다.

이 건물을 삼성이 많이 크긴 했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회사인 부영그룹에 팔기로 한 건데, 값은 5천8백억 원 정도 되는 거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상징 같던 건물을 5천8백억 원에 왜 파냐, 그 돈이 꼭 필요하냐? 이런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있는데,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스타일 때문이다.

실용적으로 생각해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게 아니면 예전에 상징이었다고 해서 꼭 유지를 해야 되는 거냐, 팔 거 팔고 정리할 것 정리해서 필요한 데 집중하는 게 낫지 않냐는 판단이 깔린 걸로 풀이가 됩니다.

<앵커>

그런데 삼성이 저렇게 서울 한복판에 있는 금싸라기 땅을 5천8백억 원이면 삼성 입장에 사실 그렇게 큰돈도 아니라고 볼 수가 있는데, 삼성이 좀 급한 건가?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기자>

5천8백억 원이 사실 무지하게 큰돈인데, 삼성 입장에서 보면 사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어쨌든 한가지는 "삼성이 최근에 너무 살림을 팍팍 줄인다. 뭐, 이거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도 돌고 있는 게, 화학, 방산 회사들을 다 팔았죠.

그다음에 남은 계열사들도 전자나 금융이나 해서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하고 사람을 줄이고 있습니다. 여기다가 지갑도 닫고 있는 게 삼성전자를 예로 들면, 수원 공장에 빈 연구소 건물이 있는데, 지금 강남 본사에 있는 삼성전자 직원들을 다 거기로 보낼 생각이에요.

이 빈자리에 삼성생명 판 직원들도 넣고, 이렇게 미리 허리띠를 콱 졸라매는 모양새가 경기가 굉장히 안 좋아질 거라고 판단한 거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반대로 부영그룹은 부동산 사업을 원래 주로 하는 회사이긴 한데, 서울, 인천, 경남 이런 데 지금 땅을 무지하게 사들이고 있거든요.

석 달 사이에만 땅만 1조 원 넘게 사들이고 있습니다. 정반대 행보인데, 부동산이 앞으로도 계속 활황이라고 보는 거냐, 몇조 원 씩 투자해도 괜찮냐, 여기에 대해서도 또 논란이 있습니다.

건물 하나 사고, 판 거지만, "판 쪽은 이거 왜 팔았지? 산 쪽은 이거 왜 샀지?" 이렇게 여운이 좀 남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그런 거래입니다.

<앵커>

그런 차원에서 또 이야기 하나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는 게, 우리나라 20대 그룹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돈을 벌어서 이자를 갚지 못하고 있다고요?

<기자>

20대 그룹이라 그러면 막 돈을 팍팍 긁어모을 것 같은데, 말씀하신 대로 3분의 1 정도는 돈 벌어서 지금 이자도 못 갚는다. 한마디로 불량 회사고, 헛장사를 하고 있는 거로 조사가 됐습니다.

이게 결과적으로 보면 2010년에는 20대 그룹 계열사 중에 이런 불량 회사들이 4분의 1 정도밖에 안 됐는데, 2014년에 따져보니까 37%까지 늘어난 거예요.

반대로 장사를 잘하는 알짜 회사들, 매출이 늘고 빚은 계속 줄어드는 그런 회사들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2004년에는 42%가 해마다 이렇게 좋은 실적을 냈었는데, 2014년 기준으로는 24%까지 줄었는데, 정리해 보자면 20대 대기업도 돈 되는 계열사는 줄고, 돈 못 버는 계열사만 늘고 있는 이런 현상을 알 수가 있습니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건데, 이 조사 결과를 내놓은 산업연구원은 대기업들도 그래서 구조조정을 해야 된다. 이자가 이러다가 오르면 나중에 이자 못 갚는 수준이 아니라 회사 자체가 흔들릴 수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하고 있는데, 삼성이 건물 팔고 긴축하는 것은 그런 점에선 의미심장해 보이는 측면도 있고 다른 기업들도 곧 좀 따라가야 할 그런 상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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