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플러스] 시누이의 놀라운 직감…'제초제 살인'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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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기도 포천에서 공포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한 40대 여성이 보험금을 노리고 전 남편과 현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까지 세 명을 살해했다가 붙잡힌 건데요.

음식에 몰래 제초제를 타는 치밀한 수법을 써서 처음에는 타살 의혹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이 엽기적인 범행의 꼬리가 잡혔는지 박민하 기자가 취재파일에 남겼습니다.

4년 전 첫 번째 남편은 제초제를 섞은 음료수를 마시고 즉사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업 부진으로 어려워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자살로 결론이 지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생명보험 가입 시점이 5~6년 전이어서 의심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 후 1년도 안 돼서 재혼한 두 번째 남편과 시어머니는 둘 다 바로 다음 해에 숨졌는데도 이번엔 제초제를 조금씩 조금씩 타서 먹였기 때문에 폐렴으로 사망한 것으로 진단됐습니다.

그러다가 수사가 시작된 건 이 여성이 두 남편의 사망 보험금으로 10억 원이라는 거액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남편의 누나, 그러니까 시누이의 결정적인 제보가 있었습니다.

시누이는 동생이 갑작스러운 투병 끝에 죽자, 생전에 어머니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어머니께서 종종 "새아기가 해 준 음식을 먹으면 속이 안 좋다"고 하소연하곤 했던 겁니다.

그래서 장례를 치르기 직전 동생의 머리카락을 뽑아 뒀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보험회사와 수사기관에 의뢰한 결과, 동생의 머리카락에서는 제초제 성분으로 의심되는 물질이 검출됐고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에게서도 부검 결과 같은 성분이 나왔습니다.

더 놀라운 건 사망자가 세 명이 아니라 네 명이 됐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수사 당시 이 여성의 아들은 군 복무 중이었는데 아들의 머리카락에서도 동일한 성분이 발견됐습니다.

아직 미성년이었지만 숨진 아버지의 보험금을 상속받은 이 아들은 군대에 간 덕분에 산 거나 다름없는 겁니다.

이런 추정이 가능한 건 친딸도 제초제가 들어간 음식물을 먹고 이미 세 번이나 입원 치료를 받았고 입원보험금 700만 원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 잔인한 엄마는 경찰 진술에서 지금이라도 잡혀서 멈출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보험사기는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는 건데요.

한 번 무사히 넘어가면 완전범죄인 줄 착각하고 또 저지르기 쉽지만, 결국에는 반드시 덜미가 잡힐 수밖에 없습니다. 

▶ [취재파일] '제초제 살인'은 어떻게 드러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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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네티즌 수사대의 위력도 정말 대단합니다.

사진 한 장 먼저 보시죠.

지난해 12월 한 수험생이 인터넷에 공개한 자신의 수능 성적표입니다.

거의 만점에 가까운데요.

그렇지만 바로 이 부분 교육과정 평가원장의 도장이 예리한 네티즌들의 눈에 띄었습니다.

보통 도장을 팔 때 흔히 쓰는 글꼴인데요.

실제 평가원장의 직인과 비교해보니 달랐던 겁니다.

그런데 이런 가짜 성적표를 동원한 목적이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쟁자들에게 잘못된 입시 정보를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정혜진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전했습니다.

경찰이 두 달 넘게 추적해 찾아낸 결과 이 성적표를 게시한 사람은 서울의 한 중위권 대학 재학생이었습니다.

이 학생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이 너무 가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5만 원을 주고 이렇게 위조된 성적표를 샀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리고는 서울대 정시모집 원서 접수 마감을 6시간쯤 앞두고 마지막 눈치작전이 치열할 때 일부러 상위권 수험생들이 많이 보는 한 사이트에 올린 겁니다.

그는 소위 이 "인증샷"과 함께 본인을 비롯해 회원 70명 정도가 이와 비슷한 점수를 받아 서울대 경영학부에 대거 지원할 예정이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는 다른 학생들에게 겁을 줌으로써 자신의 합격 확률을 높이려 한 겁니다.

이게 진짜가 아니라는 것은 뒤늦게서야 밝혀졌기 때문에 실제로 공교롭게도 올해 유독 서울대 경영대의 합격선이 낮아졌습니다.

[제보자/2015학년도 서울대학교 합격생 : 그 점수대 애들이 붙을 수 있는 애들이 졸아가지고 하향지원을 해서 올해 서울대 경영이 펑크가 났다고 (평소보다 커트라인이 낮게 형성됐고) 생각을 하고 있죠, 다들.]

어쩌면 지난해 물수능으로 변별력이 떨어져서 빚어진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반칙으로 승부를 보려 했던 문제의 수험생은 그토록 꿈꿨던 서울대 경영에 낙방한 건 물론이고 공문서위조와 위조 공문서 행사 혐의로 범죄자 신세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입시 지옥 대한민국의 씁쓸한 자화상입니다. 

▶ [취재파일] '서울대 펑크설'의 진실…입시교육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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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승용차 운전자가 자신의 차를 들이받았다며 일분일초가 급한 구급차를 가로막은 사건이 있었죠.

최근 중국에서는 이보다 한술 더 뜬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상욱 특파원이 취재파일을 통해 소개했습니다.

지난 7일 아침이었습니다.

랴오닝성 선양시의 한 시장 앞 대로에서 일대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위독한 환자를 태우러 달려가던 구급차가 급히 끼어들기를 하자 뒤차 운전자가 격분해서는 그 자리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쫓아온 겁니다.

마침 구급차는 길이 막혀서 서행하고 있었고 이 젊은 운전자는 완전히 이성을 잃은 채 욕을 하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습니다.

게다가 한 손에는 노점에 놓여있던 냄비 하나를 주워들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식칼을 쥔 채 이리저리 흔들며 위협까지 했습니다.

지켜보던 행인들이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었습니다.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는 오도 가도 못하고 갇혀버린 구급차를 보고 급기야 환자의 가족들까지 뛰어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젊은이는 그제서야 달아나 버렸지만, 구급대가 도착했을 땐 이미 환자의 숨은 멎은 뒤였습니다.

중국 경찰은 현재 이 젊은이의 정확한 신원과 행방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요즘 국가 차원의 인성 회복 운동이 시급하다는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는데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보다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게 우선이었던 이 젊은이가 자기 때문에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어떤 기분일지 궁금합니다.

커다란 죄책감에 시달린다면 한 명의 불행으로 끝나겠지만, "벌금 내면 되지"라고 생각한다면 사회 전체의 불행입니다. 

▶ [월드리포트] 흉기 들고 "구급차 못가"…끝내 환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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