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연말정산 카드공제, 왜 자꾸 오류가 날까 ①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안 그래도 '13월의 월급'이 '13월의 세금'이 되나 시끄러운데, 연말정산 카드 오류까지 터졌습니다.

사용하는 카드에서 정산 오류가 발생했다 해도 서류를 다시 내면 금전적인 피해는 없다지만, 한 번 정리하기도 귀찮은 연말정산 서류를 다시 신경써서 떼고 제출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수고 그 자체로 이미 피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겠죠. 그야말로 "정정 안 하자니 아깝지만, 하자니 짜증나는" 상황입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권애리

그런데 왜, 전에 없던 오류 사태가 불거진 걸까. 그럼 전에는 정말 오류가 하나도 없었을까. 그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지점일 겁니다.

일단 답을 먼저 드리면, 이번에 발생한 카드공제 오류는 대부분, 전에는 발생할 이유 자체가 없었던 유형입니다. 세법이 복잡해지면서 발생한 해프닝이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일부 오류는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넘어간 적이 '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는 실수였습니다.

왜 이런 오류가 났는지, 안 날 수는 없는 건지 궁금해서, 이번에 발생한 오류들을 유형별로 살펴봤습니다.

① 15%? 30%? 40%?…연말정산이 더! 복잡해졌다

연말정산을 위해 카드사나 국세청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전에 없던 항목들이 추가된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일반 사용액' 항목 외에 '전통시장 사용액'과 '대중교통 사용액'이 새로 생겼죠.

시민들이 연말정산 작업에 들어가는 시점을 기준으로, 대중교통 사용액에 대한 공제율은 지난해부터 전통시장 사용액에 대한 공제율은 2013년부터 다른 사용액과 차등화됐습니다. 그냥 옷을 사고 신용카드로 긁으면 공제율이 15%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전통시장에서 신용카드를 쓰면 30%까지 공제율이 올랐습니다.

그러니까 전과 달리, 카드사가 구별해서 전산처리하고, 우리도 구분해서 입력해야 하는 게 많아진 겁니다. 대중교통과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의 일환인데, 이 2가지를 이용했을 경우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늘긴 했지만 그만큼 절차는 복잡해졌죠.

②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과자를 사면? - 대중교통 공제

물론 전에도 카드 사용액 중에 '공제대상'과 '공제 비대상'의 구분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카드로 집; 또는 차를 산다거나 전기료 같은 공과금, 세금, 통신비를 낸다면 이들은 카드 공제대상이 아닙니다. 전에도 이건 구분이 돼야 했습니다.

하지만 공제/비공제대상은 업종코드로 명확히 구분이 되기 때문에, 오류가 날 가능성이 훨씬 적습니다. 내가 카드를 긁은 곳의 업종이 '공제대상 업종'이냐 '비공제 업종'이냐, 명확히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통시장'과 '대중교통'은 그런 구분이 안 됩니다. '대중교통'이라는 업종은 없습니다. 전통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러니까 이건 카드사들이 따로 리스트를 만들어서 생선가시 발라내듯 '발라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교통카드 겸용으로 쓰는 카드를 출입구에 한 번 스캔하고 타시죠? 이런 후불 시스템의 경우엔 오류가 생길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철도나 고속버스처럼 표를 사서 이용하는 경우는 카드사가 대중교통 가맹점의 가맹점 번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대중교통'이라는 업종은 없기 때문에 자동 구분이 되지 않고 일종의 수작업이 필요한 거죠. 철도를 이용한다고 할 때, 역사에 들어가서 표도 사지만 잡지를 사기도 하고 빵을 사먹기도 합니다. 매점에서 과자 사먹을 때 쓴 돈을 '대중교통 사용액'으로 분류하지 않도록 카드사들이 구분을 해놔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2년전 대중교통 사용액을 차등화하기로 했을 때, 국세청은 카드사들에 고속버스 회사나 터미널 등 '대중교통 관련 사업자' 35곳을 가이드라인 삼아 나눠주고 카드사들이 분류작업을 해놓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을 마치고 난 뒤인 지난해에 6개의 고속버스 가맹점이 새로 생겼습니다. 전국버스운송조합연합회, 남부터미널, 금호터미널, 신평터미널매표소, 문장공영터미널, 왜관공영버스정류장 가맹점입니다. 전국 터미널 매표소 가운데 절반 정도가 통합시스템으로 묶여있는 전국버스운송조합연합회 가맹점의 경우를 볼까요. 연합회는 2008년 12월부터 신용카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5년만에 카드결제대행업체를 다른 곳으로 바꿨습니다. 업체를 바꾸면서 버스운송사업연합조합회 이름으로 가맹점 등록을 새로 했습니다.

▶[8뉴스] "이미 연말정산 끝냈는데…" 신용카드 오류 속출

오프라인 - SBS 뉴스
연말정산

그런데 일부 카드사들이 그 전에 만들어 놓은 DB를 올해도 점검 없이 그냥 사용하다 보니, 새 가맹점에서 우리가 카드로 긁은 버스표는 하나도 '대중교통 사용액'으로 분류가 되지 않았습니다. '대중교통'이란 '업종'은 없으니까, 새 가맹점 코드의 성격이 자동적으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고, 그에 대한 확인작업을 거치지 않은 데서 이번 누락이 발생한 거죠. BC, 삼성, 하나카드가 이 확인작업을 빼먹었습니다. 그래서 누락된 금액은 996억 원, 대상자는 270만 명에 이릅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권애리

③ 전통시장 안의 온라인 쇼핑몰 제품을 집에서 주문하면? - 전통시장 공제

전통시장은 대중교통 공제보다도 더 가려내기 복잡합니다. 가게의 '주소'를 갖고 가려내야 하니, 개별 카드사가 일일이 구별해 내기는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국세청은 2년 전 이 전통시장 별도 공제를 시작하면서, 각 지자체로부터 전통시장 주소를 통보받아 정기적으로 이 목록을 카드사에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분명히 가보면 전통시장 안에 있는 가겐데, 주소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아서 전통시장 별도 공제에서 누락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영수증을 찬찬히 살펴보시면, 어 나도 전통시장에서 쓴 돈 누락됐네 하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좀 특이한 경우도 있습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전통시장 공제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 640명, 2천 4백만 원 어치를 누락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어째, 다른 카드사들의 대중교통 공제 오류보다 덩치가 한참 작죠?

알아보니, 이 2천 4백만 원 어치의 전통시장 판매액은 서울의 한 전통시장 주소 안에 있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발생했습니다. 캠핑 물품을 취급하는 쇼핑몰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이라도, 업체가 전통시장 안에 있으면 그건 전통시장 공제대상인 겁니다. 저도 이런 경우는 뭔가 해서 국세청과 중기청 담당 부서에 차례로 문의해 봤는데

일단 "그건 국세청에(중기청에) 물어보세요" 왔다갔다 몇 번 하다가 중기청에서 "될 거예요" "그런 것 같아요"라고, 답변에 가까운 답을 들었습니다.

국세청은 전통시장 주소를 카드사들에게 알려주지만, 참고용이고, 카드사들이 업데이트하고 있는 주소 목록과 일치하지 않을 때는 카드사가 알아서 가려내야 합니다. 이 쇼핑몰은 (당연히) 온라인몰들이 이용하는 온라인결제대행업체를 통해 영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한카드는 이 쇼핑몰의 경우 전통시장이 아니겠구나 하고 공제 대상에서 배제한 거죠.

지금까지 말씀드린 건 "신생 오류"들이고, "전에도 있었을 법한 오류" 유형을 다음 편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취재파일] 연말정산 카드공제, 왜 자꾸 오류가 날까 ②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