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K, Y…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화를 낸 이유는?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입니다. 유심히 수첩을 들여다 보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모습이 한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김 대표의 수첩에서 (청와대) 문건 파동의 배후로 지목된 K와 Y가 누구냐를 두고 온갖 설들이 난무했습니다. 김씨와 유씨, 또는 윤씨 성을 가진 전현직 장관과 청와대 수석, 현역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만 정작 K는 김 대표 본인, Y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을 뜻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당내 거의 모든 의원들이 ‘청군’ 또는 ‘백군’으로 나뉘어 이명박 또는 박근혜 예비후보를 지지할 때 누구보다 열심히 박 후보를 지지했던 원조 친박이지만 지금은 박 대통령과 다소 소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많은 언론에 보도됐듯이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인근에서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 등과 술자리를 가졌고 음 행정관으로부터 이른바 '배후설'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 6일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의 결혼식 뒷풀이 때 만난 김 대표와 유 의원에게 '알고 있으라'는 차원에서 음 행정관의 말을 전했다고 했습니다. 그 날 이 전 위원이 전한 말은 "양천(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 이름의 끝자를 따서 이르는 말)의 배후에는 김무성과 유승민이 있다"였습니다. 이에 대해 음 행정관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지만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고 곧 면직처리 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입니다. 이른바 '십상시'의 한 명으로 알려져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세계일보를 상대로 고소까지 했던 음 행정관이 왜 이번에는 법적인 다툼을 하지 않을까 의문이 남습니다. 물론 차후에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됩니다.

청와대 문건 파동의 배후가 김 대표와 유 의원이라는 말은 좀 과장하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박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가 연정을 하고 있다는 말처럼 황당하게 들리는 게 사실입니다. 김 대표를 포함해 그 날 뒷풀이 때 자리를 함께 했던 10여명의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당시 이 말을 전해들은 김 대표가 구속된 박관천 전 행정관의 이름도 모른다면서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가 매우 불쾌해 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하지만 일치하는 건 이후 김 대표가 조윤선 정무수석 또는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고 엄중한 조치를 요구했다고 하는 점입니다.

김 대표가 김 실장과 접촉을 시도했다는 점은 김 대표의 수첩에 'O실장, 정치적으로 묘한 시기여서 만나거나 전화통화 어렵다. 시간이 지난 후 연락하겠다'고 적혀 있는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추측이 됩니다. 지난 9일 김 실장은 문건 파문으로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야 했고 김 대표는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이런 문제들과 함께 이른바 '배후설'에 대해 김 실장과 논의하고 싶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시기 유승민 의원도 청와대 안봉근 비서관을 통해 한편으로 항의도 하고 이 문제에 대한 사실 확인도 시도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이 사안의 진위를 따지고 싶어했던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다시 12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이 날은 김 대표와 유 의원이 청와대 현직 행정관으로부터 문건 파동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지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입니다. 이번 일과 관련해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기자에게 "일개 청와대 행정관이 당 대표와 중진을 저리 능멸했는데도 일주일 동안 청와대에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김 대표와 유 의원이 공식, 비공식으로 청와대에 조치를 바란다고 했는데도 청와대가 미동도 하지 않았다는 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근거도 없는 행정관의 얘기 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지만 계통을 밟아 문제제기를 했는데도 아무런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청와대는 실제 14일 오전까지도 사실관계를 조사중이라고만 밝혔습니다. 이 대목에서 무언가 소통이 되지 않는, 근본적인 신뢰 없이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당청관계를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이 전 위원은 같은 술자리에서 음 행정관으로부터 "방송 출연을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여성 누구를 만나고 있지 않느냐"라는 취지의 말도 들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청와대 행정관이 무슨 힘이 있기에 이런 말까지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협박으로도 들립니다. 음 행정관은 ‘배후설’과 관련된 자신의 발언과 함께 "그런 말 한 적이 없다"며 역시 부인하고 있습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취중인 것을 감안한다 해도 매우 부적절한 언급이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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