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식약처가 손 댄 닭꼬치서만 발암물질?

국과수 결과로 의혹 증폭…수사 방향 '관심'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국내 닭꼬치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요? 흔히 닭꼬치 하면, 노점에서 파는 양념을 발라 노릇노릇하게 구운 닭꼬치를 떠올리실 겁니다. 실제로 중국 양계장에서 키운 닭으로, 현지 작업장에서 제조해 수입하는 닭꼬치의 절반 이상은 노점에서 팔립니다. 나머지 절반은 군과 학교 식당, 예식장 뷔페, 음식점 등에 공급되고요. 이렇게 닭꼬치를 수입해 유통하는 업체들의 연간 매출 규모는 천 억 원 정도 됩니다. 1위 업체가 600억 원, 2위 업체가 150억 원, 나머지 영세 업체들의 매출 규모를 모두 합친 게 250억 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1위 업체가 거의 전체 시장의 60%를 장악한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 1위 업체가 두 달 전 농림축산식품부 국감 때 갑자기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지난 2008년부터 4년 연속 니트로푸란이 검출됐는데, 상호와 대표 이름만 바꿔가면서 계속 영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니트로푸란은 동물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사료에 섞여 먹이는 항생 물질인데 발암 물질로 분류돼 있습니다. 닭에 이 사료를 먹이면 닭꼬치 제품에도 이 물질이 검출되겠죠. 국내에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고, 닭꼬치의 경우 수입 허가를 받을 때 식약처가 니트로푸란 등 유해물질이 있는지 검사하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국감에서는 또 식약처가 1위 업체의 문제에 대한 제보를 듣고도, 지난 8월 이를 제보한 2위 업체 닭꼬치에서 오히려 니트로푸란이 검출됐다고 판정을 내렸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2위 업체 제품에서는 지난 7년 동안 한번도 니트로푸란이 나온 적이 없는데 왜 갑자기 식약처 검사에서 이 물질이 검출됐냐는 겁니다. 식약처 검사 결과로 2위 업체는 수입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2위 업체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식약처가 인정한 다른 공인기관 2곳에 문제가 된 닭꼬치와 함께 수입한 다른 제품들의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다른 공인기관 2곳에서는 닭꼬치에 ‘아무런 유해물질이 없다’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이를 근거로 이 업체는 지난 9월 식약처에 재검사를 요청합니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루 아침에 회사 문을 닫게 된 2위 업체 대표는 국회와 검찰에 식약처 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제보했습니다. 국감에선 이 내용이 화제가 됐고, 바로 다음 날 서울 남부지검이 식약처와 서울 식약청을 전격 압수수색합니다.

의혹을 밝히기 위해 나선 검찰은 식약처가 양성판정을 내린 2위 업체의 닭꼬치를 모두 가져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사실상 ‘재검사’인 셈이죠. 앞서 식약처에서는 2위 업체가 수입한 닭꼬치 한 봉지를 가져가 검사를 했는데요, 봉지 안에는 닭꼬치가 20개 들어있었고 이 가운데 14개를 검사시료로 추출해 실험 용기에 담아뒀습니다. 여기에서 (식약처 검사 결과) 니트로푸란이 검출된 거죠. 남은 6개는 봉지 안에 그대로 들어있었고,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실험 용기뿐 아니라, 한 봉지 안에 들어있었지만 식약처 검사에는 사용 안 된 나머지 6개 닭꼬치도 국과수에 함께 넘겼습니다.

최근 국과수는 검찰이 넘긴 증거물을 분석한 결과를 서울 남부지검에 통보했습니다. SBS 취재진은 어렵게 이 국과수 문건을 입수할 수 있었는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식약처가 검사를 위해 실험 용기에 처리해 담아 놓은 닭꼬치 시료에서만 니트로푸란이 검출됐고, 같은 봉지 안에 있었지만 손대지 않은 나머지 6개 닭꼬치에서는 아무 것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식약처가 손 댄’ 닭꼬치에서만 발암물질이 나온 것이죠.

아무래도 이상한 대목입니다. 어떻게 한 양계장에서 키운 닭이, 한 작업장에서 제조한 닭꼬치들이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까요? 혹시 어떤 중국 근로자 한 명이 2위 업체 대표에게 앙심을 품고 양계장 닭 1마리한테만 의도적으로 항생 물질을 먹여서, 그 닭이 닭꼬치로 만들어진 뒤 다른 문제없는 닭꼬치들과 우연히 한 봉지에 담긴 걸까요? 그리고 식약처 직원들이 이 봉지를 커다란 수입 컨테이너 화물에서 우연히 골라낸 뒤, 또 우연히 항생제 먹인 닭 한마리가 들어간 닭꼬치 14개만을 딱 골라낸 걸까요? 이런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오프라인 - SBS 뉴스
식약처

식약처 직원들이 검사 결과를 조작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검사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거나 실수를 저질렀을 수는 있겠죠. 전문가들도 후자의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실수를 할 수 있다고요. 하지만 실수를 만회할 수 있었던 기회는 이미 지나가버린 것 같습니다. 검찰 수사가 이뤄지기 전 이미 2위 업체 대표가 식약처에 재검사를 요청했고, 당시 재검사를 했다면 압수수색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검찰 수사는 어쩌면 식약처의 ‘무혐의’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식약처가 우연히 집은 닭꼬치에서 우연히 발암물질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수상한 정황만 있지, 이를 정확히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식약처를 탓하거나, 검찰을 탓하자는 취지로 이 글을 쓴 건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검역당국이 저지른 어떤 실수로 한 업체는 문을 닫을 수도 있고, 사람들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실수를 했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을 때 재검사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가 아직 식약처를 비롯한 국가기관에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식약처가 인정한 공인기관이 있다면 그 공인기관의 추가 검사를 근거로, 또 다른 객관적 근거들을 토대로 먹을거리에 대한 검사는 충분히, 다시 한 번 이루어져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식약처에게 우리 건강을 책임질 막대한 권한을 준만큼, 식약처도 고심하고 또 고심해 정확한 분석과 결과를 내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재검사를 한다고 해서 기관의 신뢰가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두 번, 세 번 이상 진행되는 꼼꼼한 확인 과정을 통해 국민들의 믿음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 [8뉴스] [단독] "식약처 손댄 닭꼬치만 발암물질"…의혹 증폭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