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겁내는 독재자 김정일` 日 文藝春秋
北 문건, `미국에 의한 김정일 암살미수 움직임` 지적
미래한국 2004-04-29 오후 2:03:00
지난 22일 북한 용천역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김정일을 암살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스즈키 다쿠마(鈴木琢磨) 일본 마이니치(每日) 신문 편집위원은 오는 5월호 문예춘추에서 `김정일은 미국에 의한 암살을 겁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편집자 주>
"美, 북한 내 불순·이질 분자 매수 혁명수뇌부 해치려 하고 있다"
"바깥에 있는 백 명의 적보다 안에 있는 한 명의 적이 더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내부에 한 사람의 적도 발을 딛지 못하도록 철저한 경계심을 가지고 숨어 있는 적을 뿌리째 적발하여 숙청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것은 북한의 사병을 위한 잡지 `군인생활` 최신호에 게재된 김정일 `금언`이다. 지금 평양에서는 숙청의 광풍이 불어 닥치고 있다. 이라크의 후세인이 움막에서 사로잡히고 리비아의 카다피는 핵개발을 단념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며 국제사회에서 북한 김정일에 대한 포위망이 분명히 좁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김정일의 초조함은 당이나 군 간부의 시시콜콜한 행동에 쏠리고 있다. 이는 김정일이 권력의 발판을 굳히던 1960년대 말에 일었던 `숙청의 광풍`이 재발한 것으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
숙청의 대표적인 사례는 작년 김정일의 측근이며 술친구였던 북한 대남·대일 공작담당비서 김용순의 교통사고다. 평양 발표에 따르면 김용순은 지난해 6월16일에 발생한 교통사고로 장기간 입원했고 10월26일에 6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는 김정일의 아들인 김정남의 일파로 지목되어 왔는데 이런 이유로 그의 사망은 후계자 문제와 얽혀 숙청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이를 통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현재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숙청은 단순히 김정일의 초조함과 의심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바로 김정일의 후계자를 둘러싼 체제 내의 치열한 다툼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다.
2002년 9월17일 일·북 정상회담이 열릴 무렵, 북한 군내부에서는 김정일의 부인 고영희를 `존경하는 어머님`이라고 우상화하는 캠페인이 벌어졌었다. 이 캠페인은 김정일의 후계자는 성혜림 사이에서 난 장남 정남이 아니라 재일(在日) 귀국자인 고영희 사이에서 난 차남 정철이나 삼남 정운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관측되었다.
당시 김정일이 너무도 쉽게 북한의 일본인 납치를 인정하고 백년 숙적 일본 총리에 머리를 숙인 것은 고영희의 권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 후 취재를 통해 일·북 정상회담을 준비한 것은 고영희의 의향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하는 신뢰할 만한 한국 정보통의 증언을 얻었다. 이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정남은 이미 김정일의 후계자라는 일은 단념하고 있으며 지금은 다만 김정일의 한 집안으로서 일할 뿐이지요. 계모인 고영희도 김정남에게는 끔찍스레 신경을 써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앞으로 日·朝 정상회담이 실현됐음에도 일본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취하지 못하게 되면 김정남 일파는 숙청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일부에서는 유력 후계자의 한 사람으로서 김정일의 친누이동생인 김경희와 당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장성택과 사이의 아들[일설에는 김일성 만년의 아들]이 부상했다는 설도 유포됐지만 나는 고영희의 아들인 정철, 정운 둘 중 한 명일 것으로 보고 있다.
내가 한 때 인터뷰했던 고영희를 측근에서 알고 있던 유일한 일본인 `장군님의 요리인`이었던 후지모도 겐지 씨의 증언으로도 김정일의 그녀에 대한 헤아림이 보통 수준을 훨씬 넘는 것이라는 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신년의 노동신문 등 3개 신문들의 공동사설 내용 중 마음이 걸리는 대목이 있다. "2005년은 조선노동당 창건 60주년, 조국해방 60주년에 해당되는 영광의 해이다. 금년의 총공세는 내년[2005년]의 뜻 깊은 명절을 성대히 기념하기 위한 자랑스럽고도 책임 있는 투쟁이다."
정월의 사설로서 다음 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이례 중에서 이례다. 이는 드디어 후계자가 무대에 등장한다는 예고가 아닐런지.
이것을 뒷받침하는 내부 자료를 입수하였다. 병사와 사관을 위한 학습 교재 `학습제강`인데 이 표지에는 `대내한정, 주체 94(2003)`이라고 인쇄돼 있다.
첫머리에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 동지가 2003년 6월28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행한 연설`로 돼 있다. 당 군사위원회는 중대한 군사적 결정이 행해지는 장인데 이 시기에 개최됐다는 보도는 없다. 어떤 평양 관측자는 이미 그 후계자는 활동을 개시하고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비밀리에 열린 당 군사위원회에서 후계자의 선보이기가 있었는지 모릅니다. 위원회 다음날 김정일의 동정이 보도되고 김정일은 조선인민군 공훈합창단에 의한 합창곡 `선군 장정의 길`을 관람했습니다. 그것은 `장군님`을 마음껏 찬양하는 호화스런 일대 가장행렬이었습니다.
그 옛날 김정일도 부지런히 아버지 김일성을 찬양하는 가극을 만들어 후계의 지위를 반석처럼 굳혔던 적이 있습니다. 이는 당(黨)·군(軍) 간부에게 첫선을 보인 후계자가 얼마나 어버이 공경을 잘하는 아들인가를 보란 듯이 보여준 것이 아닐까요."
후계자를 둘러싸고 서울에서도 새로운 정보가 제공되었다.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에서 질문한 것으로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처음으로 대의원으로 선출된 후, 곧바로 엘리트 중의 엘리트 자리, 국방위원회 위원이 된 수수께기의 인물 `백세봉`이 고영희의 아들 정철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긴박한 북한의 공기는 앞서 소개한 배부자료 `학습제강`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김정일은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행한 비밀연설 `현시기 인민군대사업을 개선 강화하는 데 제기된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에서 이라크 전쟁을 분석하고 그 대책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라크의 패인에 대해 군대가 돈 맛을 알게 되었고 조국의 운명보다 자기의 이익을 생각하며 군대가 인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된 탓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실제로 문서에서 집요하게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이라크에 대한 일이 아니라 혁명 수뇌부, 즉 김정일 자신의 발밑이 미국에 의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령, "미국은 전문적인 테러정보조직을 사용해 스파이·테러분자를 우리나라에 침투시켜 혁명의 수뇌부를 해치려 하고 있다", "미국은 혁명의 수뇌부에 대한 비밀을 탐지하여 수뇌부를 중상하는 유언을 퍼뜨리고 있고 불순·이질 분자를 매수하여 해치려 하고 있다", "적은 당과 국가, 군의 중요간부, 그 자신, 친척, 운전수에 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내부의 불순분자들을 이용하여 적들이 수집한 정보자료는 놈들이 파견한 스파이들이 모은 정보자료의 여섯 배나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미국에 의한 007을 방불케 하는 사건도 언급하고 있다.
또 "미제는 최고인민회의 제11기 대의원 선거[2003년 8월]에 대한 보도가 나가자 해외에 있는 일부 공민이 지난번 선거 때처럼 귀국할 것으로 보고 그 속에 스파이를 잠입시켜 혁명의 수뇌부를 해치려고 책동했다"고 기술, 북한은 미국에 의한 김정일 암살미수 움직임이 있었던 것을 인정했다.
평양에는 요즘, 도처에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옹호하자!" 라는 식의 슬로건이 나붙고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공식 미디어에 의한 김정일 동정 보도는 때때로 두절되고 있으며 가끔 동정을 전할 때 시찰일시 등을 감추는 일조차 발생하고 있다. 용감한 말의 나열과는 다르게 쫓기고 있는 김정일은 공포에 떨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김정일이 두려워하는 것은 총탄뿐만이 아니다. 바로 정보다. 이 정보가 김정일 체제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의 문서에서 북한은 미제가 풍선으로 공중살포하고 있는 소형 라디오를 주워서 들으면 안 된다고 입이 닳도록 명령하고 있다.
"미제의 자유아세아 방송국은 조선어 방송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는데 그것은 사회주의를 붕괴시키고 반정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불러 일으키기 위한 것이며 수령·당·군대·인민의 일심단결을 파괴하는 일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역으로 말하면 이것은 많은 북한 주민이 이미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평양에서는 회색으로 물든 대로의 면모를 새롭게 하는 치장공사가 한창이다. 내년에는 노동당 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으며 거기서 후계자인 `왕자님`이 얼마나 멋지게 데뷔할 것인가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북한은 에너지도 식량도 부족한 상태다. 게다가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 확약은 얻을 것 같지가 않고 기대했던 일본으로부터의 자금도 손에 들어올 전망이 없다. 이런 환경에서 김정일의 충신들은 숙청의 공포에 떨며 화려한 무대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향후 일본·미국과의 교섭에서 얻어야 할 것을 얻는다면 대담한 양보도 있을 법하다. 그렇다고 북한의 목숨 줄인 핵의 완전한 포기까지는 아니다.
새삼스레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일·북 정상회담이 김정일의 빨치산식 외교의 승리였다는 선전이 북한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몇 번의 전쟁을 통해서도 얻지 못할 거대한 승리를 얻었다" [`빨치산의 아들` 평양출판사] 라고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결과는 없고 말만으로 승전 분위기에 취한 듯하다. 이는 어딘가 일본의 패전 前 풍경과 닮은 데가 있는 것 같다. "나라가 망하고 산하만 남았다"는 날이 의외로 가까울는지 모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