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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닥 빨랫줄로 세상을 버텨내기

아주 오랜만에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집안 일로 연락하기 힘들었다는 변명과 함께.


평범한 그 집안의 막내동생이 신용불량자가 되어


일본으로 건너가 행방불명된 바람에 그 동생을


찾아내느라 분주했던 모양입니다.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평범한 가정형편에,


꽤 괜찮은 4년제 대학을 나와 대기업은 아니지만


중견기업의 회사원으로 일했던 그 동생이


어쩌다 신용불량의 수렁에 빠졌는지 정말 가슴아


팠습니다.





금융상의 어떤 이유로 타의에 의해


그런 일을 겪게 됐고, 결국 회사를 그만 둔 뒤


한국에서 무진 고생을 하다가 도피하듯 일본으로


떠났다는(물론, 불법입국이었겠지만) 얘기였죠.





문득 어떤 사람의 빨래줄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어떤 빨랫줄은 튼튼하게 잘 버티고 어떤 빨랫줄은


시원찮아 끊어져버린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야.





끊어지지 않았으니 버티는 걸로 보이겠지만


언제고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짐이 널리면


도리 없이 끊어지는 거라구. 쉽게 끊어진 듯 보이는


빨랫줄도 버틸 수 있는 데까지는 버틴거야.





세상 모든 줄이 저마다 버틸 만큼 잘 버티고 있는거지.


내가 버틸 만큼 버티듯이 다른 줄 또한 제가 버틸 만큼


버티고 있는 걸세 .어떤 줄이 나보다 먼저 끊어졌다고 해서


그 줄을 약한 줄이라고 말하지 말게.





그 줄도 끊어지기 직전까지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텼다네,


그러니 결코 약한 줄이 아니지......세상에는


약한 줄도 없고 따라서 강한 줄도 없어.


그런 것은 자네 머릿속에만 있는거야."





누구든 한 가닥 빨랫줄로 세상을 버티며 살아갑니다.


빨랫줄의 강함과 약함은 인간의 얕은 머리에서 나온


관념일 뿐. 그 누구도 그 강도를 잴 수 없습니다.





각자 삶의 무게는, 자신 밖에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러다, 저항할 수 없는 힘


이 자기 빨랫줄에 가해지면 어쩔 수 없이 끊기게 되겠


지만, 그렇다고 빨랫줄이 약해서 끊어진 것만은 아니


란 얘기겠지요.





오늘 끝물에 접어든 장맛비가 대지를 적십니다.


롱펠로우의 이런 시구가 생각나는군요.


"오늘 어떤 비는 한 사람의 인생 속으로 내립니다"


우리의 인생엔 지금 어떤 색깔의 비가 내리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