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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평준화`에 대한 한 학부모의 단상

내년에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간다. 요즘 나의 최대 고민거리는


사립학교에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다. 물론, 경쟁률이 만만치 않은


사립학교 추첨에서 못 뽑힐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의 수는 제껴두고


우선 사립에 원서를 넣을 지의 여부를 놓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첫째를 공립에 보낸 나로선, 최근까지 둘째도 집 근처의 공립에


보내는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즘 공립학교의


실상을 곰곰이 따져보면 공립에 무조건 아이를 밀어넣는 것이 결코


잘하는 짓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즘 공립학교의 선생님들...


물론, 대부분 그렇지는 않겠지만, 상당수 교사들이 아이들 공부가르치


는 일을 접었다 싶을 만큼 아이들을 제대로 껴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업시간에 잡담하거나 잠자는 건 보통 일이고, 선생님이


있는지 없는지 전혀 눈치보지 않고 돌아다니는 아이들까지 있는 데도,


그저 방관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아이들의 기본 학습조차 사교육이 알아서 해주겠거니 생각하는지


학교는 시간 없는 아이들이 학원 숙제를 하거나 아이들 사교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학습 능력이 괜찮은 아이들이나


사교육으로 똘똘 뭉쳐진 아이들은 그런 무관심에 의한 피해가 덜어


지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기본적인 학습능력조차 갖추지 못


한 채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결국 공부와는 영영 담을 쌓게 된다.





이렇게 학부모들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치솟으면서 사립학교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사립학교라고 물론 최고의


대안은 될 수 없겠지만 그나마 공립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대책없이 원서를 받으러 줄을 서는 것이다. 나역시, 자식 문제라


이 문제에 대해 이기적인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사회엔 갈수록 불평등의 그늘이 가득 드러워져가는 데도, 여전히


교육부문에서만 `평준화`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교육의 평등`이라는


구호를 버리지 못하는 건 정말 시대착오적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그 장구한 시간동안 `수능`과 `대입`을 위해 줄서기


훈련을 해야하는 이 획일적인 교육구조 속에서, 공교육은 한낱 껍데기


로 전락했고, 그 여파가 초등학교 교실에까지 어두운 그림자를 남기


고 있는 것이다. `평준화`는 이미 사라졌어야 마땅한, 구시대적인


유물이며, 더이상 평준화의 미명 속에 공교육의 상실이 지속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