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시 前 CIA국장] “중국이 北정권교체 나서야”
“최악의 경우 美 군사행동 준비”
조선일보(朝鮮日報) 2003년 8월25일 17:51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 초기(1993-1995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제임스 울시(James Woolsey·61)는 25일 “북한 핵 문제의 유일한 해결 방안은 중국이 김정일(金正日) 정권의 교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36차 태평양경제협의체(PBEC) 총회 참석차 방한한 울시 전 국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김정일 정권은 결코 신뢰할 수 없으며, 모든 평화적 해결 방안을 다해보되, 실패하면 군사 행동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은 민주당원이지만, 현재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에 포진한 워싱턴의 공화당 신(新)보수주의자(neo-conservatives)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요지.
[Q] 북한이 6자 회담에서 미국에 대해 불가침협정 체결을 요구할 경우 해법은?
[A] “북한의 협정 요구는 아무 의미가 없다. 1994년 제네바 협약 이후 북한은 약속을 안 지킨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북한은 핵개발의 시간을 벌려고 6자회담에 나서는 것이다. 김정일과는 어떠한 군축 협정도 맺을 수 없다고 본다. 그는 거짓말을 되풀이할 것이다.”
[Q] 6자 회담의 전망이 부정적이라면, 북핵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A] “최선책은 에너지와 식량 제공으로 북한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북한 정권의 교체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중국은 원한다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북한의 새 정권은, 미국·한국과 같은 정치체제는 아니더라도, 핵물질을 수출하지 않는 정권이면 된다. 중국 정부가 한국·일본·미국·러시아 등과 함께 어떤 과도 정권이 북한에 들어서는 게 좋은지 물색해야 한다.”
[Q] 북한이 핵물질을 수출하리라는 증거가 있나?
[A] “북한은 지난 4월 미국 협상대표단에게 다른 국가와 단체에게 핵물질을 판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다른 단체’가 알 카에다와 같은 테러 집단을 의미한다고 확신한다. 북한은 지금까지는 핵무기를 개발해 수출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플루토늄 폭탄은 6개월이면 만들 수 있어, 만약 북한이 크립톤85(폐연료봉 재처리 때 분출되는 가스)가 감지된 지난 5월에 재처리를 시작했다면, 올 연말쯤 플루토늄 핵폭탄 5~6개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헤로인과 미사일도 수출하는 데 핵은 수출 안 할 것이라고 믿을 이유가 없다.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은 포도알 크기면 충분하며, 무게는 보통 20파운드(9.1㎏)쯤 된다. 또 농축 우라늄의 양은 40파운드(18.2㎏)짜리 축구공 크기면 충분하다.”
[Q] 귀하는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에서 북핵 해결을 위해선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A] “북한의 핵 보유를 허용하지 않기로 하는 한, 대북(對北) 공격은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다. 그 이전에 모든 방안을 다 강구해야 한다. 공격은 개별적인 일부 핵시설물에 대한 공격 차원을 넘어서, 모든 포(砲)와 동북아 지역을 공격할 수 있는 탄도 미사일 기지의 완전 제거를 목표로 해야 한다.”
[Q] 한국에 대한 피해 없이 전쟁이 가능한가?
[A] “대북 공격에선 하루 4000회의 전투기 출격이 가능하고, 출격마다 수십 개의 스마트 폭탄(목표물을 정확히 적중시키는 폭탄)을 투하할 수 있어, 한국을 노리는 포대와 미사일 기지를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와 희생자가 없는 전쟁은 없다. 그래서 이 방안이 최후의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이 ‘대북 군사 공격은 가정할 수도 없다’고 말해, 오히려 북한의 입장만 강화돼 왔다.”
[Q] 워싱턴의 신보수주의자들도 당신처럼 대북 군사작전 방안을 고려하나?
[A] “나는 미국 국내 문제에는 진보적이고, 대외 문제에선 보수적인 민주당원이지만, 내가 신보수의자라고 불리는 것을 꺼리지는 않겠다. 김정일은 ‘멍청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만 빼고는, 칼리귤라(악명높은 로마의 황제)와 베이비 덕 뒤발리에(아이티의 독재자)의 중간쯤 된다. 그는 위협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안다.”
[Q] 일부에선 미국이 대북(對北) 불가침 조약을 체결해 주면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중지할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A] “그런 기대는 (북한과의) ‘경험’을 압도하는 ‘희망’일 뿐이다. ‘희망이 전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Q] 어차피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할 리는 없고, 북한이 핵물질을 다른 집단이나 국가에 파는 것은 한국민으로선 관심 밖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A]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테러 집단에게 핵물질을 파는데도 한국에겐 궁극적으로도 피해가 없으리라는 생각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wishful thinking)’으로, 매우 무책임하다. 장기적으로 한국이 ‘안보와 평화의 외딴섬’으로 남을 수는 없다.”
( 정리=이철민 기자 chulmin@chosun.com )
( 최우석 기자 wschoi@chosun.com )
http://www.chosun.com/w21data/html/news/200308/2003082502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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