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후 민주당내에서는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정치권개혁을 모토로 내세우며 당장에 개혁신당을 창당할 것처럼 적극적인 세몰이에 나섰지만 웬일인지 지금껏 별 무소득인 듯한 형국이다.
당을 신주류, 구주류로 대립되는 양갈래의 세력구도로 재편해 놓고도, 정작 결과물이 나타나지 않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가?
구주류의 만만치 않은 저항과 반격 때문인가?
아니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신당에 대한 여론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해서인가?
그런 것보다는 과감히 기득권을 박차고 나가서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걸고 이상을 찾아 나서기엔 어딘가 불안하다는 것이 아마도 속내일 것이다.
신당으로 가는 과정에 있어서 자신들이 배제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 구주류가 그냥 호락호락하게 앉아서 당하고만 있으리라고 판단했었다는 가정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또한 여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뀐 것도 신주류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마치 눈치보기라도 하는 듯이 무성하게 말만 늘어놓고는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것은 안보이니, 어찌 국민들이 그들에게 실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다른 한편으론, 신주류가 내세운 정치이념에 묵시적으로 동조해서 과감히 당을 버리고 나온 한나라당 출신의 의원들의 처지는 뭔가?
당을 나오라고 직접적인 언급은 한 적이 없으니 내 알 바는 아니라고 무책임한 변명이라도 늘어놓을 셈인가?
14일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자면 결국 신주류는 당을 깨지는 않는 대신에 독자적으로 전당대회를 열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신주류의 구상은 솔직히 말해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아직까지도 명확한 소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여론의 질책이 쏟아지면 그 책임을 돌리기 위한 탈출구를 마련하려는 얄팍한 계산이 깔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또한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갖고 있는 기존의 무시할 수 없는 고정된 현실보장도 포기하기 어렵다는 속내가 내포된 듯도 하다.
결국엔 이번 신주류의 구상을 보자면, 구태의 정치관행으로부터 진정한 개혁을 해보자는 애초의 주장과는 다소 동떨어진 방송을 택함으로써, 그 의지의 실체마저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 사회에서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악습과 구태의 뿌리는 바로 원칙과 정도를 무시하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주류의 구상은 정도에서 벗어난 편법적 성격이 짙다.
자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확실하고, 그것이 양심과 정의에 부합되는 일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면, 비록 그 과정이 힘들고 커다란 자기희생이 따른다하더라도, 원칙적인 방법으로 당당하게 임해야 할 것이다.
혹시나 소수가 될까 두려워 망설여진다면, 두 번 다시는 국민 앞에서 신당이니, 개혁이니 하는 단어들이랑 늘어놓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