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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카이 대지진, 한반도를 끌어당길 것"
Q. 난카이 대지진이 일어난다면 우리에게 영향이 미칠 가능성은?
A. 지진 해일에 의한 직접 피해는 없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다만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한반도가 일본 열도로 끌려가게 되거든요. 동일본 대지진과 가장 가까운 해안선에 위치한 센다이는 지진이 난 방향으로 7m 정도 끌려갑니다. 우리나라도 동일본 대지진이 난 방향으로 끌려갑니다. 울릉도에서는 5cm, 백령도에서는 2cm 정도 끌려갑니다. 그 안에 있는 한반도는 결과적으로 5cm, 2cm니까 3cm 늘어난 거예요.
그러니까 동일본 대지진 후에 한반도 전체가 3cm가 늘어났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약간 헐거워진 거예요. 원래 견고한 땅이었으면 힘이 100이 쌓여야 부서지는 땅이라면, 이렇게 헐거워지게 되면 90 정도 되는 힘만 쌓여도 부서지는 땅으로 바뀌는 거예요.
그래서 동일본 대지진 후에 한반도에서 급격하게 지진 발생 빈도가 증가합니다. 전년도에 비해서 지진 발생 빈도가 2배 증가하게 되거든요. 땅이 헐거워진 게 하루아침에 복구가 안 되니까 경주 지진, 포항 지진 등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7년 동안만 5번이 발생하는데요. 1978년부터 2011년도까지 30여 년 동안 규모 5.0 이상 한반도에서 발생한 전체 숫자가 5차례밖에 안 됐었어요. 그런데 동일본 대지진 후에 7년 동안 발생한 게 5번이에요. 이 경주 5.8 지진은 1978년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지진 가운데 제일 커요.
그런데 그런 지진들이 연거푸 발생하고, 우려되는 건 규모 5.8 지진이 최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반도에서 발생했던 역대 최대 지진은 1952년에 평양 인근에서 규모 6.3으로 기록된 지진이 있습니다. 그 지진 때문에 평양에서 수백km 떨어진 서울에서 가옥과 담이 무너졌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런 지진들이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 시기를 앞당겨서 발생하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을 하게 되는 거죠.
조선왕조실록에 규모 6점대 후반에 이르는 지진, 7에 가까운 지진이라고 평가되는 지진들이 여러 차례 나와요. 기록하는 사람이 바뀌었음에도 유사한 기록들이 계속 나온다는 거는 해당 지진들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얘기입니다. 수도권 인근에도 있어요. 그런 우려들이 난카이 해곡 지진이 발생하게 되면 더 커지는 거예요.
동일본 대지진은 한반도까지 거리가 제일 가까운 데가 1200km지만, 난카이 해곡 지진이 발생하게 되면 1천km 안으로 들어옵니다. 한반도가 끌려가는 양은 더 많아질 거고, 더 많은 지진 환경이 바뀌기 때문에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난카이 대지진 나는 날, 한국 고층 빌딩들도 위험해요"
또 우려되는 것은, 이번 미얀마 지진이 규모 7.7 지진인데 1천km 정도 떨어진 태국 방콕에 있는 고층 건물이 붕괴되거나 크게 흔들리는 일들이 있었거든요. 왜 그러냐.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저주파 에너지가 많이 발생합니다. 지진은 단층면이 커질수록 단층면을 쪼개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주파 에너지가 나오거든요. 이 에너지가 1천km 떨어진 방콕에 도착했는데도 에너지가 많이 줄지 않은 상태로 건물을 흔든 거예요.

그런데 이 0.05Hz는 사실 그다지 큰 흔들림이 아니에요. 그런데 건물이 높아질수록 건물이 갖고 있는 고유 주파수가 낮아집니다. 고유 주파수와 땅이 흔들리는 프리퀀시가 맞아떨어지면 건물의 흔들림이 증폭되고 붕괴로 연결되거든요.
그런 사례들은 과거에도 많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번에 태국 방콕에 있는 고층 건물들의 고유 주파수가 미얀마 지진에서 발생한 고유 주파수와 맞아떨어진 거예요. 그래서 건물 붕괴로 연결되고, 고층 건물이 크게 흔들리면서 수영장에 물이 넘치고. 건물을 약하게 지은 게 아니라 지진동이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난카이 해곡에서 (미얀마 지진보다) 더 큰 지진이 발생한다면 더 저주파 에너지가 발생할 겁니다. 그러면 더 큰 초고층 건물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게 돼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남해안 일대, 부산 일대에 고층 건물이 많고 수도 서울에도 많잖아요. 고층 건물이 많은 한국은 한반도가 끌려가서 벌어지는 지진 발생뿐 아니라 난카이 해곡에서 발생하는 지진 자체도 걱정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Q. 난카이 대지진이 난다면 우리나라 건물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이신 거죠?
A. 그렇죠.
"서울에서 지진이 나면 큰 지진이 될 것입니다"
Q. 평양 밑에서 지진이 났었다는 것은 서울과 수도권도 안전하지 않다고 이해를 해도 되는 건가요?
A.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규모 6점대 지진이 수도 서울과 그 변두리만 6개가 있어요. 수도권이 지질학적으로 보면 지구 생성 당시부터 있었던 오래된 땅들인데 세월이 오래되니까 견고하고 딱딱해요. 수도권 일원의 다른 땅에 비해서 너무 견고한 거예요.
이런 데는 에너지가 쌓여서 부서질 때 저기는 100의 힘이 쌓이면 부서진다면 여기는 120 정도 돼야 부서지는 거예요. 되게 오래 힘이 쌓여야 부서지고, 힘은 똑같이 쌓이는데 옆에는 지진이 나도 여기는 지진이 안 나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커트라인이 너무 높아서. 그런데 언젠가는 커트라인에 다다르는 거예요.
조선왕조실록에 난 지진들의 위치를 다 찍어보면 수도권에 엄청나게 많이 찍혀요. 근데 1978년부터 지금까지 지진 기록을 보면 수도권에 거의 없어요. 묘하게도 다른 데.
Q. 그동안 그만큼 응력이 쌓인 건가요?
A. (그렇죠.) 지진들이 조선시대 때는 상당히 있었는데 왜 지금은 없나. 그동안 힘이 쌓이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지금 안 나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고 옛날에 무학대사가 정말 좋은 땅에 수도를 정해서 지진은 빈발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단점은 응력이 일단 쌓이면 너무 많은 양이 쌓였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하면 큰 지진일 거라는 거예요. 땅이 견고한 반면 자주 발생하지 않고, 발생했다 하면 커질 수 있는 지진입니다.
난카이 대지진 '저주파 충격' 덮친다면 한국 건물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Q. 우리나라 건물들도 최근 내진 설계를 단계적으로 넣어오고 있잖아요. 저주파의 난카이 대지진을 견딜 수 있을 만한 건물은?
A. 우리나라 내진 성능 기본 자료는 지진 재해도예요. 한반도나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과거에 흔들린 기록을 분석합니다. 그런데 과거에 발생했던 많은 지진들을 충분히 반영했는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일본 열도에서 과거 1천 년 전에 발생했던 초고도 지진 등은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지진이 만약 일본에서 발생한다면 일본 정부도 쇼킹한 일이겠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게 될 거예요.
Q. 한국 원전에 미칠 영향은?
A. 저주파는 고층 건물에 잘 맞아떨어집니다. 원자력 발전소 자체는 저층으로 짓기 때문에 내추럴 프리퀀시와 맞지는 않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크랙이라도 발생하게 되면 방사능 영향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도록 강화시켜서 짓는 거거든요.
만약 9.0 지진이 정말 발생할 확률이 높다면 우리도 면밀한 검토를 해서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할 수도 있는 거죠. 조사를 해보고 반영 여부도 따져봐야 되겠습니다.

Q. 한국의 고층빌딩들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A. 단정적으로 얘기를 했다가는 여파가 너무 크기 때문에. 하지만 따져봐야 할 겁니다.
Q. 대형 건물은 한국 기준보다 높게 했을 수도 있겠지만, 고층 아파트는 대체로 우리나라 재해도 기준에 맞춰서 내진 설계를 했을 것 같은데요.
A. 참고로 말씀드리면 내진 성능 하나를 올리고 안 올리고가 건설업자들한테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입니다.
Q. 돈이 엄청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고요.
A. 원자력 발전소 디자인 하신 분들이 규모 6.0 지진까지 견딜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막상 경주 지진이 발생하고 보니까 규모 5.8이었습니다. 울진 원자력 발전소까지의 지진동을 봤더니 거리가 충분히 떨어져서 원자력 내진 성능보다 낮은 지진동이 관측됐어요.
그런데 규모 5.8 경주 지진이 발생한 바로 그 자리에서는 원자력 내진 성능을 능가하는 지진동이 관측됐어요. 규모 5.8인데도. 원자로 바로 아래에서 규모 6 지진이 발생을 하더라도 견딘다고 얘기했는데, 실제 경주 지진이 만약 원자력 발전소 하부에 발생했다면 그 기준(한국 원전 내진 성능)을 넘어선 상황이 됐던 거예요.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
"철근 더 넣고 콘크리트 더 부으면 되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지진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말씀입니다. 지진 규모가 0.2씩 올라갈 때마다 에너지는 2배씩 늘어납니다. 규모 5.0과 5.2는 겨우 0.2 차이지만 에너지는 2배 차이거든요. 철근 좀 더 넣고 콘크리트 더 붓는 걸로 해결되는 게 아니에요. 아무리 철근 많이 넣는다 해도 2배 넣을 수 있나요? 2배 넣어봐야 겨우 0.2 증가하는 에너지에 대한 대비를 하는 거예요.
공학적으로는 내진 성능을 조금 올리는 게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금액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고요. 그러니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거예요. 안전한 사회를 원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모한 돈을 쓸 수는 없는 형편이거든요. 밸런스를 맞춰야 되는 거죠. 안전을 추구하는 사회일수록 경제적 희생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돈을 쓰게 마련이고, 경제적으로 곤란한 사회라면 어느 정도의 위험은 안고 가는 것은 보통 국민적 합의에 달려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