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5.18과 꼭 닮은, 우리 임시정부가 떠오르는 '그들의 투쟁' [스프]

[딥빽] 미얀마 민주진영 정부(NUG) 외교장관 인터뷰

김혜영 딥빽
5.18 민주화 운동 44주년을 기념해 광주에 뜻깊은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미얀마 민주 진영의 민족통합정부(NUG) 진 마 아웅 외교부 장관과 틴 툰 나이 기획재정부 장관입니다.

미얀마 민족통합정부(NUG)는 지난 2021년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저항하고 있는, 민주주의 진영의 정부입니다. 내부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아직 국제사회로부터 미얀마 유일의 합법적인 정부라는 공식적인 지지를 받진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마치 우리의 임시정부처럼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하는 상황입니다.

한때 많은 한국인들에게 '5.18 민주화 운동'을 닮았다며 동지애를 느끼게 했던 미얀마인들의 저항은 3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지금까지 군부 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지난 16일을 기준으로 5,092명, 구금된 인원은 2만 464명이 넘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도 지난 3일 기준으로 3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김혜영 딥빽
군부의 민간인 학살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최근 미얀마 북부 사가잉 지역에서는 군부가 불교 사원 2곳을 급습해 민간인 최소 33명을 일렬로 세운 뒤 살해했습니다. 가옥 170~200채도 불태운 뒤 물 펌프를 파괴했습니다. 그저 해당 지역이 저항 세력의 거점으로 꼽힌다는 점 때문에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고, 마을을 초토화시킨 것입니다.

군부는 또 자신들의 병력 부족으로 2년간 병역 의무를 시행한다고 발표한 뒤, 지난 3월 말부터 강제 징집을 시작했습니다. 군 복무를 거부하고 밀림이나 해외로 도피하는 청년들이 늘어나자, 군부가 무리한 강제 조치에 착수한 것입니다. 군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국민의 해외 취업 허가 절차를 아예 중단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는 군부의 불리한 처지를 드러내는 상징적 조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악착같은 권력 집착에 대한 방증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진 마아 웅 외교부 장관은 한국 방문 직후인 지난 16일 인터뷰에서 "한국은 그 민주화 운동의 결과와 증거를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투쟁 중"이라며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한국과 일본, 호주와 같은 민주국가들의 지역적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지금까지 미얀마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고, 현재의 상황은 어떠하며, 군부 독재는 대체 왜 안 끝나는 것인지, 그리고 그들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다음은 장관과의 일문일답입니다.

미얀마 민주 진영 민족통합정부 진 마 아웅 외교부 장관이 15일 늦은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출처 : 미얀마 민족통합정부(NUG) 한국대표부 페이스북

5.18 민주화 운동과 닮은 '그들의 투쟁'

Q. 먼저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미 아는 분들도 많겠지만,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A.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진 마 아웅입니다. 저는 미얀마 민족통합정부(NUG)의 외무부 장관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2015년 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었고, 쿠데타 이전인 2020년 선거에도 다시 당선되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5.18 기념재단의 초청으로 기념행사에 참석하고자 한국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Q. 많은 분들이 미얀마 군부에 대한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을 보면서, 한국의 5.18 민주화 운동을 떠올립니다. 이에 대한 장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 실제로 미얀마와 한국의 민주화 운동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저는 5.18 기념식에 직접 참석하여 우리의 민주화 운동에 큰 영감을 준 영웅을 기리고, 또 우리의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한국의 민주화 운동은 지금, 그 운동의 결과와 증거를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투쟁 중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혜영 딥빽

미얀마 내전과 군부의 '민간인 학살'은 현재 진행형

Q. 현재 미얀마 군부가 내전에서 패하고 있습니까? 일각에서는 군부가 네피도나 양곤 등 주요 지역을 맹렬히 방어하고 있고, 무장도 더 잘하고 있어서 불리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장관님이 평가하는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A. 역사적으로 군대는 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네피도와 양곤을 통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고 그 도시들 안에서조차 끔찍한 전술을 사용해 사람들을 통치합니다. 상황을 보면 역사적으로 우리 혁명 세력이 승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뿐 아니라 다양한 연방 민주주의 세력이 단결하고 있습니다.

김혜영 딥빽
Q. 미얀마 군부는 곳곳의 마을과 사원에 지뢰를 매설하는 것을 포함해서, 그야말로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민간인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지뢰 피해가 작년에만 3배로 늘어났다고 들었습니다. 사가잉 지역에서는 민간인 33명이 군부에게 총살당했습니다. 최근 군부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 상황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 네, 말씀처럼 군부대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인해 민간인 사상자가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군부가 나라를 통치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최근 우리는 버마 중부의 마을 주민 일부가 군부에 의해 매우 끔찍하게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군부에 의해 수천 명이 살해당했습니다. 그것도 그저 자기 집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살해당했습니다.

많은 '정치범'들은 여전히 군부의 표적이 되어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상당수가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2021년 이후 평화적으로 시위를 벌였던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갇혔거나, 본인이 살던 마을에 머물러도 또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매일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여전히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 기록에 따르면, 이미 수천 명이 살해당했지만 그것 역시 최소치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검증이 필요합니다.
 

군부, 병력 부족으로 '강제 징집령'…난민 인도주의적 위기도 심각

Q. AAPP에 따르면, 지금까지 군부 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지난 16일 기준으로 5,092명, 구금된 인원은 2만464명이 넘습니다. UN 측 자료에 따르면,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도 지난 3일 기준으로 3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자료도 신뢰합니까?

A. 예, 그렇습니다.

Q. 군부는 병력 부족으로 인해 2년간 병역 의무를 시행한다고 발표했고, 3월 말부터 징집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년들이 밀림에 숨어있거나 해외로 도피하자 정부가 국민의 해외 취업 허가 절차도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사실입니까?

A. 예, 그렇습니다. 그것이 보여주는 것은 군대가 전투를 위해 병사를 모집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입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노동절인 지난 5월 1일, 그들은 군 복무를 원하지 않고 탈출을 시도하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이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 숫자에 대한 추정치는 나와 있긴 하지만, 스스로 군대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실제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젊은이들 중 일부는 민족통합정부 산하의 시민방위군인 PDF에 가입해 군부에 무력으로 저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민족통합정부가 통제하는 지역뿐만 아니라 미얀마의 다양한 소수 민족들이 통제하는 구역에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군부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숨어있거나 국경을 넘어간 젊은이들의 수를 추정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만, 최소 수천 명이 있는 걸로 보입니다.

Q. UN 측 자료에 따르면 미얀마의 국제 난민 수가 전체 인구의 약 5.6%인 약 300만 명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장관님이 파악하시기에도 그렇습니까? 난민의 인도적 위기는 얼마나 심각한가요?

A. 네 맞습니다. 그 숫자는 징집법을 피해 도주한 뒤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포함한 국내 실향민들(IDP) 중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수치는 징병법 이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얀마 남부와 동부 북부와 같은 미얀마의 모든 지역에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미얀마 본토에도 국내 실향민이 많습니다. 추정치는 300만 명입니다. 그래서 민족통합정부(NUG)와 다른 동맹 그룹들은 우리 통제 지역에서 피난하는 사람들에게 구호품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도주의적 위기는 미얀마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김혜영 딥빽

아웅산 수치는 가택연금에서 다시 '군 감옥'으로

Q. 미얀마군은 지난 4월 17일 아웅산 수치 여사와 윈 민 전 대통령을 가택연금으로 전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들의 현재 소재지와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를 알고 계십니까?

A. 제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두 분은 가택연금이 아니라 다른 장소로 재배치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시 감옥으로 보내졌습니다. 그리고 불과 이틀 전(지난 14일)에도 그들은 군사 시설 안으로 재배치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유조차 모릅니다. 어쩌면 건강 관리를 위해서일 수도 있고, 현재 국내의 폭염을 피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Q. 변호사들과의 접견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A. 내가 아는 한 변호사들은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파견된 후 배심원단에서 사건 심리를 마쳤으니까요. 변호사들은 접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분들이 변호사와 직접 만나거나 소통하는 일조차 없습니다. 왜냐하면 군부는 그분들을 고립시키려고 하고, 우리 지도자들이 미얀마 시민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들은 우리 지도자들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지도자들을 고립시키고 국민과 분열시키려고 합니다.

김혜영 딥빽

군부 권력 종식에 가장 큰 걸림돌은

Q. 미얀마 군부의 권력을 종식시키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지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A. 사실 군부가 지고 있긴 하지만, 동시에 군부가 다양한 측면에서 군사적 압박을 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반군 세력이 군부의 공군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공군은 군사적 방식으로, 정식으로 활용되는 군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국제사회에 군사정권에 대한 제트유 수출을 중단하고, 무기 판매를 중단하며, 군사정권에 대한 제재를 가할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또 강조하고 싶은 점은 군부가 국제사회로부터 외교적 압력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외교적 압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난민이 300만 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NUG와 소수단체를 포함한 혁명 세력은 아직도 국제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인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변국, 지역,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정치적 인정, 즉 NUG를 미얀마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김혜영 딥빽

"한국 정부에 서한 보냈지만, 소통에 매우 조심스러워 해"

Q. 외교부를 비롯한 한국 정부와는 소통이 이뤄지고 있습니까? 지금까지 정부 각급에서 의미 있는 교류가 있었던 적이 있나요?

A. 네, 우리 측에서는 새로 당선된 정부, 대통령과 장관들에게 축하 편지를 보내곤 했습니다. 그리고 새로 당선된 분에 대한 공식 서한도 전달했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소통을 하긴 했지만 제 생각에는 한국 정부가 우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데 매우 조심스러운 편입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관여가 매우 최소한이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대통령, 장관들 간에 의미 있는 공식 서한이라도 오간 적이 있었습니까?

A. 아니오. 예전에 우리가 보내곤 했지만 한국 정부 차원에서는 매우 조심스러워합니다.

"민주정부 대표부는 한국 등 7곳에 설치"

Q. 지금까지 NUG를 미얀마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공식 인정한 국가는 몇 개국입니까? 그리고 NUG 대표부들의 경우, 한국과 호주, 체코, 영국, 프랑스, 일본, 노르웨이에 있는 것이 맞나요?

A. 예, 맞습니다.

Q. NUG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국가는 얼마나 됩니까?

A. 대표부의 경우, 적극적으로 각국에 개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국의 카운터파트는) 정부(government)가 아닌 국가(state)로 인정된다고 언급하곤 했습니다. 이건 매우 외교적이지만 동시에 그들이 우리와 의사소통에 참여했다는 점 또한 저희가 미얀마 국민의 대표자로 인식되었다는 하나의 방증이라고 봅니다.

가령, 동티모르 같은 나라도 있습니다. 동티모르는 NUG를 매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군사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우리와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동티모르는 그다지 큰 나라는 아니지만 동티모르 대통령과 총리는 NUG를 매우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Q.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얀마 군부가 미얀마 주재 동티모르 대사를 추방시키지 않았습니까? 동티모르의 NUG에 대한 지원과 접촉에 항의하는 뜻에서요. 최근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까?

A. 아뇨, 그와 같은 비슷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지난해 동티모르 대사가 추방되었을 정도로 동티모르 정부의 입장은 매우 분명합니다.

김혜영 딥빽

"주요국 태도 아쉽지만, 우리는 스스로 일어설 필요 있어"

Q.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미얀마의 민주화에 협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 민주주의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미얀마를 포함하여 전 세계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민주주의 국가 중 다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동과 같은 글로벌 문제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리적 위치가 우리에게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얀마에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 호주와 같은 국가들의 지역적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실망스러운 일들은 많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민주주의 국가와 정부들에요. 공개적으로 군사 쿠데타를 규탄하지만 공식적으로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을 매우 주저하고 있습니다. 그게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