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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500개 넣을게요"…공무원 울린 '직업 민원인' 실태

<앵커>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을 위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어제(2일) 전해 드렸습니다.

현장에서는 하루에 수십 차례 민원을 내는 사람들을 '직업 민원인'이라 부른다고 하는데 그 실태를 박수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방 도시 한 구청에서 일하는 9급 공무원 A 씨.

A 씨는 지난해 악의적인 반복 민원으로 열 달 넘게 고통을 겪었습니다.

[9급 지방직 공무원 : 직업 민원인. 딱 일어나면 저희 출근 시간 맞춰서 관내를 돌아다니면서 민원을 막 제기하는 거죠. (그래도) 답변은 다 해야 해요.]

하루에 수십 건씩 민원을 넣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민원 5백개 넣을게요" 악성 민원

[9급 지방직 공무원 : (전화로) 저 민원 500개 넣을게요, 이렇게 하더니 (온라인으로) 민원을 넣어놓고 밑에다가 500분의 1. (500개 중에 첫 번째다?) 네. 그냥 괴롭히려고 하는구나 (싶었어요.)]

현행 민원처리법은 동일 민원을 3번 이상 반복할 경우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조금만 수정해서 올리면 별건의 민원으로 접수됩니다.

실제 최근 2년간 접수된 정보공개청구 민원 354만 건 가운데 82만 건은 단 10명이 청구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7급 국가직 공무원 : 10년 넘게 민원을 넣으셨던 분이 있는데, 전화하면 1시간이나 2시간은 기본으로….]

얼마 전 비극적으로 숨진 김포시 공무원도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된 것이 계기가 됐다지만, 이미 그전부터 빗발치는 민원 전화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사망한 김포시 공무원 어머니 : 회사 동료하고 카카오톡 나눈 걸 봤는데 '너무 힘들다', 마지막 글은 '출근하기 싫다' (였어요.)]

5년 차 미만의 젊은 공무원들의 이탈 현상이 해마다 심해지면서 전체 퇴직 공무원의 4분의 1에 육박합니다.

공적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중배/전국공무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 그 친구들이 그만두지 않았다면 그 친구들이 7급이 됐을 거예요. 그러면 7급이 일할 수 있게 업무 경험이 생기는데, 그 빈자리를 9급 신규로 메우다 보니까 이제 업무를 자기가 감당하지 못할 업무가 되는 거예요.]

정부는 욕설이나 부당한 요구를 하는 민원 전화는 끊을 수 있도록 하고, 악의적인 반복 민원은 적극적으로 종결 처리하도록 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마련되기 전에는 현장의 혼선이 불가피한 상황.

악의적 민원은 시급한 다른 민원의 처리를 늦추는 만큼 양질의 공적 서비스를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서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 디자인 : 서동민·홍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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