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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사직서 제출 한 달…"지금은 절대 아프면 안 된대요"

의대 교수 사직서 제출 한 달…"지금은 절대 아프면 안 된대요"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교수들은 민법상 1개월이면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며 예정대로 사직 방침을 밝혔지만, 정부는 아직 사직서 효력이 발생하는 교수는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주요 대형병원 일부에서는 주 1회 전면 휴진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당장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유방암을 진단받고 한동안 수술 날짜를 잡지 못했다가, 수소문 끝에 서울 주요 대학병원 한 곳에서 겨우 수술 일정을 잡은 50대 A 씨는 교수 사직서가 발효되면 어렵게 잡은 수술이 연기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A 씨는 교수의 사직으로 수술 일정이 미뤄진다는 연락이 올까 봐 걱정스러운 마음에 휴대전화만 쳐다보고 있다며 몸도 아픈데 스트레스까지 받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의정 갈등이 이어지는 동안 아플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오죽하면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다른 때는 몰라도 지금은 절대 아프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오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오늘 오전 대전 을지대병원에 심장질환자인 노모를 모시고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온 보호자 김인호(51) 씨도 교수 사직 소식에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김 씨는 어머니가 10년 넘게 병원에 다니고 있는데 교수 사직 이야기까지 나오니 진료에 차질이 생길까 봐 너무 불안하다며 그저 사태가 빨리 해결되기만을 바라는데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 답답하다고 말했습니다.

의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서울대병원 병동에서 만난 부비동 종양 환자 조 모(44) 씨는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도 한 달이나 미뤄졌는데 교수님들까지 떠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주 불안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환자 보호자 김 모(61) 씨는 남편이 하인두암이 폐로 전이돼 한 달에 한 번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하는데 뉴스를 볼 때마다 담당 교수님이 병원에 없을까 싶어 무서워 죽겠다고 했습니다.

제출 1개월이 지난 교수 사직서의 효력 발생 여부를 두고 정부와 교수들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전국 20여 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23일 온라인 총회 후 예정대로 4월 25일부터 사직이 시작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정부의 사직서 수리 정책과 관계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어제 브리핑에서 교육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학 본부에 정식으로 접수돼 사직서가 수리될 예정인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의대에서는 교수들이 의대 학장에게 제출한 사직서를 대학 본부에 전달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충남대 의대와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 336명 중 200여 명이 의과대학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대학 총장이나 병원장에게는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소속 교수 100여 명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의대 학장에게 전달됐지만, 사직서가 대학 총장에게까지 제출되지는 않았습니다.

병원, 환자 (사진=연합뉴스)

계명대 의대 교수들도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대학 측은 정식 접수된 사례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일부에서는 법령 해석을 두고 전문가 자문도 구하고 있습니다.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 관계자는 현재 교수들의 사직서는 학장 차원에서 갖고 있으나, 일단 학장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의대에 접수된 것으로 보고 진행할 수 있다는 자문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교수들은 병원장과 총장에게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수리되지 않고 있다며, 사직서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법률 자문을 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국 주요 대학병원에서는 교수들의 피로 누적으로 주 1회 휴진 방침을 속속 밝히고 있습니다.

세브란스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늘 환자의 안전진료 담보와 교수의 진료 역량과 건강 유지를 위해 교수의 개별적 선택에 따라 이달 30일 하루 외래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장기화한 현 상황에서 교수의 업무강도는 근무시간과 정신적, 신체적 부담 등을 볼 때 한계에 도달했다며, 5월 말까지 환자의 안전진료를 담보하기 위해 매주 하루 휴진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알렸습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부터 주 1회 휴진합니다.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다음 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합니다.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대위는 이번 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진료를 휴진하기로 했습니다.

원광대병원 비대위는 내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수술을 중단하고, 다음 달 3일부터는 매주 금요일마다 외래 진료도 축소할 예정입니다.

충북대병원 비대위도 지난 5일부터 매주 금요일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외래진료를 휴진하고 있습니다.

경남 창원·진주 경상국립대병원도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진 피로 누적으로 30일 하루 휴진합니다.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 교수회의를 열고 주 1회 휴진 여부를 묻는 구성원 설문조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도 회의를 통해 주 1회 휴진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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