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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망에 뜬 정신과 진단서" 개인정보 노출에 피해자 날벼락

"내부망에 뜬 정신과 진단서" 개인정보 노출에 피해자 날벼락
"직장 내 문제로 정신과에 간 건데 회사에서 제 진단서와 개인정보를 낱낱이 노출하다니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한적십자사 부산혈액원에서 근무하는 30대 간호사 A 씨는 당혹스러움을 호소하며 오늘(25일) 이렇게 말했습니다.

A 씨는 직장 내에서 동료들과 겪은 불화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지난달 4일 정신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당시 A 씨가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에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불안, 초조, 불만, 탈모 등 증상이 있어 약물치료와 면담 치료를 했으며, 최소 한 달간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명시됐습니다.

이후 A 씨는 병가를 내기 위해 해당 진단서와 함께 휴가원을 직장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진단서를 비롯해 A 씨가 낸 휴가원이 내부 전산망에 올라가는 과정에서 다른 직원들에게 공개되고 말았습니다.

이 자료에는 A 씨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13자리, 집 주소, 전화번호는 물론 의사 소견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는 지난달 4일부터 12일까지 A 씨가 속한 간호팀 90명이 볼 수 있도록 설정됐습니다.

A 씨는 "일주일 넘게 감추고 싶은 모든 정보가 노출되면서 정신과 진료 기록, 우울증 진단 사실이 다른 직원들에게 알려졌다"며 "애초 정신과를 찾은 것도 직장 내에서의 벌어진 괴롭힘 때문인데, 어떻게 회사가 이럴 수 있느냐"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봤을지 가늠도 되지 않는데, 제 개인정보가 사진으로 찍혀서 외부에 또다시 유출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라며 "직장 동료를 통해 제 자료가 우연히 노출된 것을 알게 됐고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자 그제야 조처했다"고 토로했습니다.

A 씨가 문의한 내용

A 씨는 이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이번 사건에 대해 진정을 냈고 현재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아 법적 검토 중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도 민원을 제기했으며 이와 별개로 명예훼손 혐의로 회사를 고소할 예정입니다.

대한적십자사 부산혈액원은 고의가 아니었다는 입장입니다.

부산혈액원 측은 "휴가원의 공개 범위 설정에 있어서 휴가 당사자에 대한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이번 사건이 개인정보 유출에 해당하는지 문의했는데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문제를 인지한 즉시 비공개로 전환했고, 권한이 없는 다른 직원들이 해당 자료를 보지 못하게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A 씨가 제기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인 내용으로 구체적으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 · A 씨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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