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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검찰 진술분석관 성범죄 피해 아동 면담 영상, 증거 못 써"

대법 "검찰 진술분석관 성범죄 피해 아동 면담 영상, 증거 못 써"
대검찰청 진술분석관이 성범죄 피해 아동을 면담할 당시 녹화한 영상은 형사 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사건의 상고심 판결을 선고하며 이 같은 판단을 내놨습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피해 여아를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친모와 계부, 지인들이 기소된 사건이 대상이었습니다.

진술분석관은 진술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해 피해자와 면담하면서 그 내용을 녹화했고 검사는 녹화물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쟁점은 이 녹화 영상에 증거 능력이 있는지였습니다.

원칙적으로 형사재판에서 사건 관련 진술은 직접 경험한 사람이 법정에 출석해 말한 것만 증거로 쓸 수 있고, 그 밖에 남에게서 전해 들은 말이나 진술이 담긴 서류는 '전문증거'로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예외는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312조에 따라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참고인 등의 진술이 나온 경우 조서, 진술서 형태로 작성되면 증거 능력이 있습니다.

진정성립이 인정되고 반대신문이 보장되는 등 여타 조건도 필요합니다.

진술이 수사 과정 외에서 나온 경우에는 313조에 따라 진술 내용이 포함된 사진·영상 등의 형태도 허용합니다.

검사는 진술분석관의 면담 녹화물은 수사관 등의 수사가 아닌 만큼 313조에 따라 증거능력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1·2심과 대법원은 일관되게 녹화물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영상녹화물은 수사 과정 외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313조 1항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면담이 검사의 요청으로 이뤄졌고 진술분석관은 대검 소속이며 면담 장소도 지방검찰청 조사실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영상녹화물은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나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가 아니고,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도 아니므로 형사소송법 제312조에 의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것은 조서·진술서의 형태만 허용하므로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검찰청 소속 진술분석관이 피해자와의 면담 내용을 녹화한 영상녹화물이 전문증거로서 형사소송법에 의해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아동 피해자 진술의 경우 수사기관이 수사기관 소속이 아닌 관련 전문가에게 의견을 조회하거나, 재판에서 의사·심리학자 등 관련 전문가의 의견조회를 받아 신빙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검 진술분석관은 주로 물증 없이 피해자의 진술만 있는 성범죄 등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하는 역할을 하는데, 특히 의사 표현이 불명확할 수 있는 아동과 장애인이 피해자인 사건에서 주로 투입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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