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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과학자' 육성을 말하기 전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스프]

[주간 조동찬]

조동찬 주간조동찬

신비한 0과 1의 세상

0과 1을 더하면 1이 되고 이것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0, 1, 1이다. 여기서 마지막 두 번째 숫자인 1과 1을 더하면 2가 되는데, 이는 0, 1, 1, 2의 수열이 되고, 여기서 또 마지막 두 번째 수를 더해 나열하면 0, 1, 1, 2, 3이다. 이를 무한히 반복하면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 그 유명한 피보나치 수열이 완성된다.

꽃들은 신비롭게도 피보나치 수열을 좋아한다. 꽃잎의 숫자가 나팔꽃은 1, 붓꽃은 3, 메밀꽃은 5, 코스모스는 8, 금잔화는 13, 치커리는 21, 데이지는 34, 쑥부쟁이는 55인데, 모두 위에 나열한 피보나치 수열의 숫자이다. 해바라기씨도 마찬가지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해바라기 씨앗이 한쪽 방향으로 배열된 나선의 개수가 21개이면 반대 방향의 나선 개수는 34개이다. 한쪽으로 34개이면 다른 방향으로는 정확히 55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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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나치 수열은 사람 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1개의 손가락에는 2개의 손가락 관절이 있고, 손가락 마디는 3개이며, 손가락은 5개이다. 그저 우연일 뿐이라고? 그렇다면 2015년 프랑스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을 살펴보자. 논문 제목은 'Deciphering Hidden DNA Meta-Codes -The Great Unification & Master Code of Biology'인데 '유전자의 숨겨진 코드에 대한 해석'쯤으로 해두자.

DNA는 두 가닥으로 엉켜있는 유전자 실타래인데, 이게 한 가닥으로 분리되면 RNA가 되고, RNA를 통해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DNA는 씨앗, RNA는 나무, 단백질은 최종 과실 정도로 비유하면 쉬울 것 같다. 코로나19 백신 중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DNA, 화이자와 모더나는 RNA, 그리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단백질을 원료로 만들었다. DNA에 있던 유전자 정보가 RNA를 통해 단백질까지 도달할 때는 너무나 복잡한 요소들이 관여해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이 과정에서 일정한 파형과 떨림(공명), 조율 그리고 간섭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프랑스 연구팀 논문은 이 패턴에 관한 것이다. 놀랍게도 그것 역시 피보나치 수열이었는데, 불규칙해 보이던 유전자 정보의 흐름이 실은 수열이었던 것이다. 이 발견 이후 폐에서 기관지가 발달하는 과정, 대장 줄기세포가 교체되는 주기, 그리고 사람 복부의 구조 역시 피보나치 수열을 벗어나지 않다는 게 추가로 밝혀졌다(A Systematic Review of Fibonacci Sequence in the Human Abdominal Wall: Facts and Reality).
 

폐암을 미리 진단하는 AI

조동찬 주간조동찬
흡연력이 30갑년(30년간 매일 한 갑씩 흡연) 이상이면 저선량 폐 CT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일반 흉부 엑스레이 검진에 비해 폐암 사망률은 20%, 전체 사망률은 7% 감소하기 때문이다. 흡연력이 99갑년인 69세 미국인이 건강검진으로 저선량 폐 CT를 촬영했다(첨부 그림 A). 폐암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없어서 의사는 정상 판독을 내렸다. 그런데 미국 MIT 대학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시빌(Sybil)의 판독은 달랐다. 사람 의사의 눈에는 정상처럼 보이는 곳을 가리키며 이곳에서 폐암이 발생할 확률을 75%라고 계산했다.

사람 의사와 인공지능의 대결은 2년 후에 판가름 났다. 2년 후 검사한 저선량 폐 CT에서 인공 지능이 지목했던 곳에서 2.2cm 크기의 암 덩어리가 발견됐고, 수술 결과 편평세포 폐암이었다(첨부 그림 B). 연구팀은 정상으로 판독된 2만 7천여 장의 폐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들을 시빌에게 다시 판독하도록 했다. 시빌은 평면으로 찍힌 CT 사진을 3차원으로 재구성했다. 단층촬영은 3차원 물체를 평면으로 잘라 나열한 것이라서 이를 다시 3차원으로 되돌리는 일이 시빌에게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작업이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냈다. 시빌은 정상으로 판독된 폐 CT 사진을 보고 1년 이내에 폐암 발병 여부를 86%~94%까지 정확하게 예측했다(Sybil: A Validated Deep Learning Model to Predict Future Lung Cancer Risk From a Single Low-Dose Chest Computed Tomography). 폐암의 사망률이 유독 높은 것은 초기 진단이 어렵기 때문인데, 폐암의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성과였다. 인공지능의 기본이 수학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그 기본이 되는 숫자는 바로 0과 1이다.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초록색 숫자들은 모두 0과 1인데, 모든 디지털 신호는 0과 1의 조합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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