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마트폰을 저출생 극복에 활용하자는 역발상, 그거 말이 되나요?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The Birth Dearth and the Smartphone Age. by Ross Douthat

0415 뉴욕타임스 번역 썸네일
 
*로스 더우댓은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이번 주 뉴욕타임스 편집국의 제이슨 호로비츠와 가이아 피아니쟈니 기자가 이탈리아 북부 알토아디제-수티롤(Alto Adige/Südtirol) 주의 가족 친화적 육아 지원 정책의 효과를 다룬  훌륭한 기사를 썼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인구가 정체될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는 지역의 비결을 짚은 기사는 그 자체로 큰 관심을 받았다.

기사는 특정 저출생 대책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정책이 바꿔놓은 문화 전반을 여러모로 살폈다. 특히 기사는 주 정부가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직접 지급하는 지원금이 얼마나 되고, 금전적인 혜택이 뭐가 있는지 일일이 설명하는 데 너무 많은 지면을 쓰지 않았다. 기사에는 아이를 여섯 명이나 낳은 가족이 사례로 등장하는데, 이 가족은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육아 지원 혜택에 더해 주 정부로부터 아이가 만 3세가 될 때까지 매달 아이 한 명당 200유로를 받는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온 사회가 합심해서 아이를 키우기 편한, 아이가 잘 자라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점이다.

알토아디제-수티롤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보육원, 각종 아기용품, 식료품, 의료보험, 에너지 요금, 대중교통, 방과 후 활동, 여름 캠프 등 다양한 항목에서" 할인 혜택을 받는다. 교사들은 (마을 공동체가 육아를 도울 수 있도록) "아파트 전체를 작은 보육원처럼 바꾸라고 권장"하고, 직장에서는 모유 수유에 필요한 휴식 시간을 별도로 보장한다. 한 회사 1층 로비에는 "신생아용 아기띠 광고 전단지와 함께 처음 부모가 된 이들을 위한 육아 팁이 빼곡히 적힌 메모, 어린이용 그림책"이 잔뜩 쌓여 있다.

현대 사회는 여러모로  출산을 권하지 않는 사회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가족 친화적인 정책과 그로 인한 효과를 보여주는 건 워싱턴 이그재미너에 칼럼을 쓰는 미국 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팀 카니의 책 "가족 꾸리기 힘든 사회: 어쩌다 우리 사회에선 아이를 기르는 일이 이토록 힘든 일이 됐을까( Family Unfriendly: How Our Culture Made Raising Kids Much Harder Than It Needs to Be)"에서 제시하는 해법에 꼭 들어맞는 사례다. 카니는 책에서 미국 사회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그래서 제대로 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버렸다고 꼬집는다.

카니가 묘사하는 문화적인 현상 중에는 아무리 정책을 잘 세워도 어찌할 수 없는 관행이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부모더러 "당신 자녀들을 향한 기대치를 좀 낮추세요."라고 설득할 방법은 딱히 없어 보이는데, 책의 각 장 제목 중에 제일 눈에 띄는 제목이 딱 저 얘기다. 그러나 오늘날 소위 부모 역할로 기대되는 것 중에는 기준이 너무 과한 것들이 많다. 이를 바로잡아 육아를 좀 더 해볼 만한 일로 만들려면, 1년에 한 번 연말정산 때 받는 세제 혜택보다도 삶의 모든 부문에서 작은 지원과 돌봄을 꾸준히, 빈틈없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지원의 예는 얼마든지 있다. 장 볼 때 가족 할인, 가정 보육을 더 쉽고 편리하게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 열린 놀이공간,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 공간 등이 대표적이다.
 
오늘날 선진국들이 공통으로 직면한 노령화, 인구 감소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으려면, 뉴욕타임스 동료 칼럼니스트인 제시카 그로스가  지난해 칼럼에 쓴 것처럼 "육아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부모와 사회의 기대치가 모두 조금씩 재조정될 필요가 있는데, 이탈리아의 알토아디제-수티롤주는 어느 정도 이를 달성한 것 같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 달성했을 뿐이다. 지난주 파이낸셜타임스의 데이터 전문가 존 번 머독은 "가족 친화적인 정책이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알토아디제-수티롤주의 사례를 생각하면 잘못된 주장으로 들릴 수 있지만,  번 머독이 저출생 대책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아무리 많은 대책과 정책을 내놓아도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아이를 낳고 기르기 어렵게 하는 요인들이 여전히 워낙 많아서 출산율은 결국 인구 대체 출산율인 2.1은커녕 이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