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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차별, 여성 혐오…그런 이야기의 유통기한은 이미 지났는데 [스프]

[커튼콜+] 같은 듯 다른 오페라 <나비부인>과 뮤지컬 <미스 사이공> (글 : 황정원 작가)

사진=로열 오페라 하우스 공식 홈페이지
한 미군이 주둔 중인 아시아 국가에서 현지인 10대 소녀와 사랑을 나눈 후 본국으로 귀환했다. 남겨진 소녀는 미혼모가 되고, 이웃들은 그런 그녀를 차갑게 외면한다. 3년 후 아들의 존재를 알게 된 남자는 미국인 아내와 함께 찾아온다.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소녀는 아들이나마 아빠와 미국에서 보다 나은 미래를 누릴 수 있도록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만일 당신이 20대 소녀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러브 스토리라 표현하지 않을 것이다.

'주변의 손가락질에도 홀로 아이를 키우며 지고지순하게 기다렸더니, 사실 버림받은 지 오래다. 내 귀에 달과 별을 속삭이던 그 남자는 어느새 본처까지 두었네?'

그러나 이 내러티브는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서, 그 이전에는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반복되어 러브 스토리로 포장되어 왔다. <미스 사이공>의 베트남 소녀 킴은 17살, <나비부인>의 일본 소녀 초초상은 그보다 어린 15살이었으며 각각 총과 칼로 자살하는데도 말이다.
 

<미스 사이공>을 둘러싼 논쟁

사실 <미스 사이공>은 공연 초기부터 여러모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1989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성공적인 초연을 시작으로 1990년 뉴욕 브로드웨이로 진출하려 했을 때 아시아 혼혈 캐릭터를 백인 배우가 연기하는 '옐로우 페이스'에 대한 반대가 컸다. 특히나 인종이 캐릭터의 정체성에 큰 역할을 하는 <미스 사이공> 서사의 특성상 반대의 목소리는 클 수밖에 없었고, 논쟁이 정점에 이르는 1990년 8월에는 뉴욕타임스 1면에 관련 기사가 8건이나 실릴 정도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제작자 캐머론 맥킨토시는 큰 피해를 무릅쓰고 브로드웨이 공연을 취소하는 것까지 진지하게 고려했지만, 결국 자신의 의지를 관철한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진보할수록 이 뮤지컬에 내재된 다양한 문제점들이 두드러졌다. 열등하고 정형화된 존재로 아시아인들을 묘사하는 서구의 시선, 엉터리 베트남어 등 타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끼어 맞추기식 문화 전용, 수동적인 희생양으로 여성을 그리는 방식, 1막에 출연한 모든 베트남 여성과 2막의 모든 태국 여성을 창녀로 묘사한 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결국 작년에는 <미스 사이공>의 시대착오적 플롯을 비꼬는 연극 <Untitled F*ck M*ss S**gon>가 한국계 미국인 킴버 리에 의해 집필되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관련된 내용은  여기)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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