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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범벅'인데 또 신선하네? 눈물의 여왕의 영리한 변주는 어떻게 이뤄졌나 [스프]

[취향저격] (글 :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이현민 취향저격
사실 내용도 구성도 어느 하나 익숙하지 않은 게 없는 드라마다. 그럼에도 첫 화부터 시선을 사로잡았고, 9부 능선을 넘은 현재, 최고 시청률을 계속해서 갱신하고 있는 <눈물의 여왕>, 그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한국형 로맨스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고,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K-콘텐츠의 핵심이라 가히 칭하고 싶다. 때로는 신파로 폄하되기도 하지만 한국 로맨스는 특유의 소재들이 다양한 변주를 일으키며 발전하고 있다. 물론 이 '소재'들이 수많은 전통 문화원형 속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험난한 사랑과 이를 이루어가는 과정은 한국형 로맨스의 근간이 되고 있다.

박지은 작가의 전작들만 살펴보아도 외계인과 인간의 사랑을 그린 <별에서 온 그대>, 바닷속 인어와 인간의 사랑 <푸른바다의 전설>과 북한 남자와 한국 여성의 사랑 이야기 <사랑의 불시착>을 비롯한 수많은 드라마들이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의 설정을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눈물의 여왕>은 이루어지기 힘든 '다양한' 사랑 중에서도 우리 드라마 클리셰의 정수, 신데렐라형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눈물의 여왕> 속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의 설정은 단순히 클리셰로 단정짓기 힘들다. 어떠한 변주로 지겨운 클리셰 논쟁을 타파했으며, 무엇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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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여왕>은 우선 흔한 신데렐라형 사랑 이야기의 남녀 성별을 바꾸었다. 여성 주인공이 캔디나 신데렐라가 아닌 세상에서 제일 당당한 재벌 여성, 남성 또한 출신이 시골일 뿐(돈으로 계급을 나누는 현 세태를 비꼬며) 그 어느 남자보다 멋지고 인텔리한 모습을 자랑한다. 그동안 한국 로맨스의 클리셰로 비판받던 가난한 여성과 부자 남성의 사랑을 전복하여, 여성 서사를 강화하였다.

또한 여타 한국형 로맨스는 '결혼' 또는 두 사람의 '결합'이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는다. 그 과정 속에는 서로의 사랑을 의심하기도 하고, 서로를 밀어내는 순간도 있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눈물의 여왕>은 첫 화에서 이미 백현우(김수현 분)와 홍해인(김지원 분)은 신분을 뛰어넘고 결혼했고, 뜨겁게 사랑했던, 혹은 지금도 사랑하는 두 남녀가 헤어짐의 과정을 통해 서로를 향한 진정한 사랑을 확인해 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법적으로 이혼을 했지만, 여러 상황들로 함께 살고 있는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스스로 깨닫지 못하거나, '이혼'을 핑계로 스스로의 사랑을 험난하게 만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그 사랑을 응원하고 애타며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여주인공의 시한부 판정이나 재벌가 경영권 분쟁 등의 클리셰가 빈 곳을 채워준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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