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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나이 "중국 최악 실수는 '도광양회' 폐기…미국 추월 못할 것"

조지프 나이 "중국 최악 실수는 '도광양회' 폐기…미국 추월 못할 것"
▲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소프트 파워 이론'을 주창한 미국의 저명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중국이 '힘을 숨기는' 외교 정책을 성급하게 폐기하고 호전적인 지금의 노선을 채택한 것이 나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조지프 나이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에서 지난 10년 간 중국의 대미 정책 가운데 최고·최악을 묻는 질문에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과 덩샤오핑의 외교 정책을 폐기하고 더 호전적인 외교 정책으로 대체한 것이 가장 큰 실수"라고 말했습니다.

나이 교수는 "일부는 그것을 '늑대전사 외교'라고 부르던데, 나는 나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나이 교수가 언급한 '덩샤오핑 외교 정책'은 1980년대부터 강조된 도광양회, 즉 능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며 때를 기다린다는 노선을 가리킵니다.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도전하지 않으면서 대외 개방에 초점을 맞춰 우선 경제적 역량을 비축하자는 겁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중국 안에선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고, '시진핑 체제'가 탄생한 2012년부터는 한층 공세적인 현재의 외교 정책이 주류가 됐는데, 나이 교수는 이런 전환이 너무 성급했다고 지적한 겁니다.

나이 교수는 "덩샤오핑 정책을 폐기하기 전에 중국은 다른 이들을 겁주지 않았고 매력적이었으니 소프트 파워에 좋았다"며 "그런데 늑대전사가 돼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을 겁주고 소프트 파워도 잃게 된다. 여러분이 봐온 행동에 증거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나이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내린 최악의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관세 조치였다고 봤습니다.

또 미중 양국 모두에 지난 10년간 최고의 결정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합의한 것이었다고 꼽았습니다.

미중 경쟁 영역에서 나이 교수는 중국이 미국을 경제적으로 따라잡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습니다.

나이 교수는 "중국은 경제적으로 매우 잘해왔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받아야 하지만, 현재는 '중간 소득 함정'이라 불리는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인구·노동력 감소와 생산성 감소, 민간기업이 아닌 국유기업 장려 등 현재 중국의 추세가 과거 같은 고성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짚었습니다.

나이 교수는 미국 일각에서 나오는 '중국의 2027년 타이완 침공설'에 대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신속한 점령이 어렵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고 있는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제재에 대해선 "안보와 관련된 것이라면 기술 이전을 늦출 근거가 있지만, 경제 전체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올해 있을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중 사이에 남중국해·타이완해협 등을 둘러싼 오판 위험성은 항상 존재하겠지만, 현재 정책을 유지할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이 "약간 더 위험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나이 교수는 군사력·경제력 등 국가의 물리적인 '하드 파워'(hard power)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문화적 매력 등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인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창안한 인물입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가정보위원회, NIC 의장과 국방부 국제 안보 담당 차관보를 지냈고, 오바마 행정부 때에도 외교정책위원과 국방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미국 외교·안보 영역에 영향력이 있는 석학으로 꼽힙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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