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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마다 적중시켰던 그 학자, 이제는 서구의 쇠퇴를 예상한다 - 역사학자 엠마누엘 토드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This Prophetic Academic Now Foresees the West's Defeat, By Christopher Caldwell

Joel Saget
 
* 크리스토퍼 콜드웰은 뉴욕타임스 오피니언에 글을 기고하는 작가이자, "자격의 시대: 1960년대 이후의 미국(The Age of Entitlement: America Since the Sixties.)"의 저자다.
 

"여기 계신 분들 가운데 푸틴의 야욕이 우크라이나에서 멈추리라 생각하는 분이 계신다면 제가 하나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푸틴은 절대 멈추지 않습니다."

지난 7일 연두교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 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연두교서에 귀빈으로 초대한 나토(NATO)의 신규 회원국 스웨덴의 울프 크리스터르손 총리를 환영하며, 유럽이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바이든은 유럽을 지키기 위해 미군이 유럽에 진주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백악관 대변인이 유럽에 미군 지상군을 투입하는 의제는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한 번 더 확인하기도 했다.

크리스터르손 총리로서는 꽤 혼란스러운 밤이었을 것이다. 미국은 스웨덴 같은 나라를 새로 나토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고, 나토가 직접 참전하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으름장을 놓을 때마다 러시아의 추가 침공 가능성을 지목했다. 그런데 러시아가 정말로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을 침공한다면, 지상군 투입 없이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나토가 개입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히 제시되기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오히려 근거와 논리는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이건 간과해선 안 되는 문제다.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유럽 사람들도 전쟁에 지쳐가고 있다. 그들은 갈수록 우크라이나가 과연 러시아를 물리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유럽은 미국을 믿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20년 전 이라크를 독단적으로 침공했을 때 유럽에선 미국의 의도와 능력에 관한 회의론이 일었다. 미국은 그 회의론을 불식하기 위해 사실상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고, 불신은 가시지 않았다.

미국 사람들은 종종 정치적 양극화가 미국에만 있는 독특한 현상이라고 여기지만, 모든 서구 사회에는 저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의 양극화가 있다. 유럽의 "엘리트"들은 나토가 러시아의 침략 야욕을 꺾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거라고 본다. 그러나 "포퓰리스트"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미국의 엘리트가 그저 미국에 도전하는 세력을 저지하고 미국의 패권을 공고히 하려고 전쟁을 주도할 뿐이며, 거기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피해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믿는다.

미국의 리더십은 추락하고 있고, 실패했다. 올해 들어 프랑스 도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꾸준히 지켜오고 있는 다소 기이한 신간 "서구의 몰락(La Défaite de l'Occident)"도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책의 저자 엠마누엘 토드(Emmanuel Todd)는 역사학자이자 인류학자로, 1976년에 저서 "최후의 추락(La Chute Finale)"에서 영아사망률 통계를 근거로 소련의 붕괴를 예측해 유명해졌다.

그때부터 엠마누엘 토드가 시사에 관해 쓰는 글은 유럽에서 일종의 예언으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미국 중심의 질서가 무너질 것"이란 예측을 담은 책 "제국의 몰락(Après L'empire)"은 9.11테러 이후 미국이 한창 국가적 결속력을 높이던, 그러나 아직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인 2002년에 출간됐다. 그는 미국의 독단적인 이라크 침공을 강력히 반대했는데,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만 해도 영국과 미국에 대체로 우호적이던 그는 특히 미국에 점점 더 환멸을 느끼게 됐으며, 마침내 반미주의에 가까운 사상을 드러냈다.

토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개입하는 걸 비판한다. 그러나 그의 비판은 존 미어샤이머와 같은 정치학자가 내세우는 역사적 관점에서의 비판과 결이 다르다. 미어샤이머와 마찬가지로 토드는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나토를 열성적으로 확장한 일이나 전 세계에 민주주의를 확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러시아를 끝없이 악마화했던 네오콘의 사상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토드가 미국의 우크라이나 개입에 반대하는 이유는 좀 더 근본적인 데 있다. 그는 미국의 제국주의가 전 세계를 위험에 빠트리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스스로 품격을 갉아먹었다고 생각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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