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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헌혈도, 주식도, 감동도 하지 않는 '십불청년'? 심상치 않은 중국 민심

[온더스팟] 정영태 베이징특파원

정영태 온더스팟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내수 부진, 디플레이션 우려, 심각한 청년 실업률 등 곳곳의 암초에 걸린 중국 경제.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으면서 내부 불만과 불신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바라본 중국 경제의 위기론은 어느 정도인지 <온더스팟>에서 베이징 정영태 특파원과 알아봅니다.

부글부글 청년들 "우리는 십불(十不)세대"

Q. 요즘 중국 청년들은 십불(十不)세대 이렇게 자조적인 표현을 쓴다고 들었는데, 십불세대가 뭔가요?

A. '연애, 출산, 결혼 그리고 내 집 마련을 하지 않는다' 이 네 가지를 묶어서 '사불청년', '사불세대'라고 불렀거든요.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이 '십불세대'라는 말은 여기에 헌혈, 기부, 복권, 주식이나 펀드, 노인 부양을 하지 않는다, 감동하지 않는다 등 여섯 가지가 더 추가된 겁니다.

첫 번째 항목이 헌혈이어서 저도 상당히 의아했는데 내가 헌혈한 피가 사회의 특권층이나 고위층들에게 부당하게 제공되는 건 아닌가 이런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는 거거든요.

출처 : 上海「血槽姐」获西藏阿里公务员献血事件,为什么会刺痛大众的心 (바이두)
최근에 굉장히 큰 논란이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상하이에서 결혼한 부부가 티벳 자치구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그래서 대량의 헌혈이 필요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가족들이 주고받은 SNS 내용이 의도치 않게 노출이 됐어요. 지방정부에 있는 아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공무원, 소방관, 군인 등을 대거 헌혈에 동원하게 했다는 내용이 알려지게 된 거거든요. 어느 집 자제냐, 누구길래 이렇게 막강한 힘을 동원해서 공무원과 소방관과 군인들까지 헌혈에 참여하게 할 수 있었냐 의구심이 제기된 거란 말이죠. 당국이 조사해서 이 가족이 특권층과는 관련이 없고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명을 했지만, 의구심을 진화시키는 데는 상당히 늦었던 거죠. 십불세대라는 키워드가 유행하게 된 것도 이 사건이 일어난 시기와 묘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기부나 복권도 마찬가지인데요. 내가 기부한 돈이 정말 올바른 방향으로, 올바른 과정을 통해서 쓰여지느냐에 대한 불신이 있다는 거죠. 복권도 올바르고 공정하고 정당한 과정을 통해서 당첨자가 결정된 것이냐를 의심하게 하는 사건들이 또 벌어졌잖아요.

Q. 주식은 왜 안 하는 세대예요?

A. 중국 증시가 오랫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잖아요. 상황이 호전될 거라는 믿음이 있다면 '지금 이럴 때 사둬'라고 얘기할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 청년 세대에게 있어서 미래 경제 상황에 대한 기대감 이런 것들이 약하다는 걸 보여주는 그런 방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시스템에 대한 불만과 불신, 미래에 대한 비관. 이게 중국의 청년 세대를 짓누르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드네요.

A. 사실은 이 십불 청년 세대의 마지막 조항이 '감동하지 않는다'는 거거든요. 한자로 표현하면 불감동인데요. 어떤 열정이나 패기, 감수성 이런 것들이 청년이나 청춘에 따라붙는 말들이잖아요. 그런데 감동하지 않는다는 말이 붙었다는 것은 이 사회나 미래에 대해서 좀 더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정서가 반영돼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30세요. 어쨌든 제 목표는 30년만 더 사는 거예요.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안 낳을 건데, 아이가 이 세상에 나오지 않게 하는 게 저의 가장 큰 부성애죠. 제가 노력을 안하는 건 아니지만 노력에 결과가 없죠. 사회 내부의 경쟁 스트레스가 심한데 어쩔 수 없죠. 바꿀 힘이 없으니까요. 신뢰의 위기는 이미 나타났고 세상에 더 실망하게 된 것 같아요.
출처 : 중국 SNS 웨이보 영상

지갑 닫은 14억 중국인들

Q. 작년에는 국가 통계까지 중단할 정도로 청년 실업률이 심각했어요.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절약 중독', '저축 중독' 이런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A. 코로나 봉쇄형 방역 정책이 풀리고 나면 경제가 바로 좋아질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겁니다. 아끼고 아껴서 저축을 하다 보니까 이것도 습관이 되고 중독이 되고 더 극단적으로 아끼게 되더라는 그런 경험담이 청년 세대 사이에서 커지게 된 거죠.

출처 : 중국 SNS 더우인
쓰레기통 하나도 사는 게 아까우니까 대형 생수통을 잘라서 쓴다거나, 비누 받침도 하나 사지 않고 생수통 뚜껑을 활용한다고 하거나 컵도 사지 않고 그냥 우리가 음료수 마시고 남은 플라스틱 컵을 다시 재사용한다거나 이런 극단적인 절약과 저축의 모습을 서로 공유하면서 일종의 SNS상에서 자랑거리처럼 무용담처럼 이렇게 공유가 되고 있는 겁니다. 가재도구를 마련하지 말고 정말 소수의 어떤 물건으로 살아보자라는 '미니멀리즘이 최고의 인테리어 아니냐' 이런 말까지 나왔습니다. 중국 정부가 2023년을 소비 촉진의 해로 공식 선언했거든요. 하지만 그 효과가 미미했다고 하죠. 오히려 중국 국민들은 저축을 크게 늘리고 현금 보유를 늘리고 금이라는 대체재를 사는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단 말이죠. 소비를 하고 돈을 쓰라는 정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있다는 거죠.

지난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5.2%를 달성한 것으로 발표가 됐는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굉장히 큰 성장을 한 거잖아요. 근데 오히려 중국인들은 정말 5.2% 성장을 작년에 한 게 맞느냐라는 질문을 저한테 오히려 역으로 하더라고요. 그만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인 거죠.

정영태 온더스팟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국민들은 악착같이 저축을 하고 이런 모습,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잖아요.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일본이 장기 침체에 빠지게 된 초입에 나타낸 모습이 바로 그런 것들이거든요. 그래서 중국 경제가 앞으로 일본 경제의 과거 모습과 비슷해지는 게 아니냐라는 분석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2천만 채가 빈집…직접 본 부동산 위기는

Q. 가장 큰 뇌관, 가장 우려가 큰 게 경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문제잖아요. 직접 둘러본 부동산 시장 경기는 어떤 수준이에요?

A. 전체 경제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고 할 정도로 부동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로 그동안 성장해 왔잖아요. 지금 중국 전체의 미분양된 주거용 부동산, 주로 아파트겠죠. 이 면적이 15억㎡ 내지는 30억㎡ 달한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어요. 미분양 아파트가 중국 전국에 2~3천만 채가 있다는 거거든요. 다 소진시키는 데 최소한 2~3년은 걸릴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영태 온더스팟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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