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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세상에 기근이 사라질 것이란 예측은 틀렸습니다

[뉴욕타임스 칼럼] I Said the Era of Famines Might Be Ending. I Was Wrong. by Alex de Waal

0318 뉴욕타임스 번역
 

*알렉스 드 발은 터프츠대학교 세계평화재단의 사무총장이다.
 
약 8년 전 나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란에 칼럼을 한 편 기고했다. 마침내 이 세상에  대규모 기근의 위험이 사라질까라는 질문에 나는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내 예측은 철저히 틀렸다. 기근은 사라지지 않고, 돌아왔다.

나는 우선 기아와 기근을 무기 삼아 벌이는 전쟁을 마다하지 않는 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끔찍한 야심을 과소평가했다. 반대로 세상의 주요 인도주의 지원 단체들이 분쟁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두 팔 걷고 나서리라 과대평가했다. 전쟁이 끝나고 나면 남은 사람들이 폐허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가 낙관적인 전망을 폈던 2016년 이후 전 세계 사람들의 영양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2016년에  유엔(UN)은 지구상에 긴급 식량 구호가 필요한 사람이 1억 3천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같은 지표는 무려  3억 6,300만 명으로, 180%나 늘어난 수치였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거의 사라진 줄 알았던  기근이 10여 개 국가와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기근이 발발한 위험에 처한 나라들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말리 등이다. 인도주의 단체들은 북한에서도 기근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도주의 단체들이 전문가들을 모아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식량 위기의 심각성을 평가하기 위해 꾸린 기근 검토위원회(Famine Review Committee)는 최근 들어 식량 상황이 가장 급격히 악화된 지역으로 서슴없이 가자지구를 꼽는다.

가자지구 상황도 심각하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식량 위기가 가장 심각한 지역은 가자지구에서 남쪽으로 1,600km 떨어진 홍해 연안 국가들이다.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남수단, 수단, 예멘에서 심각한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숫자가 무려 9천만 명에 이른다. 이 나라들은 안타깝게도 저마다 식량 위기에 처했던 역사와 기억이 있지만, 아직 이 나라들이 한꺼번에 극심한 기근에 시달린 적은 없었다.

주요 구호단체들은 표준화된 5점 척도로 매긴 점수와 색깔별로 구분한 지도를 이용해서 식량 위기를 측정한다. 녹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정상에 가까운 곳이다. 노란색 지역은 "주의(stressed)"해서 지켜봐야 할 곳이다. 갈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이미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곳으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곳이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급박한 식량 위기를 겪는 곳으로, 집을 포함해 가진 걸 죄다 팔아서 먹을 걸 사지 않으면 가족 중 누군가 굶주림으로 죽을 만큼 큰 위기를 겪는 곳이다. 이 지역에선 이미 어린이들이 기아와 질병을 포함한 위기에 노출돼 목숨을 잃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재앙에 가까운 식량 위기인 기근이 발생한 지역은 짙은 빨간색 혹은 보라색으로 표시된다.

현재 홍해 연안 국가들은 대부분 갈색으로 칠해졌으며, 빨간색으로 표시되는 지역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구호단체에서 오래 일한 활동가들은 에티오피아와 수단의 몇몇 지역은 당장 필요한 식량이 지원되지 않으면 기근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작황 실패에 비싼 식량 가격, 높은 실업률 등 식량 위기를 초래할 만한 요소들이 다 있지만, 오늘날 이 지역에 기근을 부른 결정적인 사건은 전쟁이다. 전 세계적으로 굶주림을 겪는 사람들의 2/3는 수단이나 가자지구처럼 전쟁 지역 혹은 무력 충돌이 벌어진 곳에 살거나 분쟁을 피해 도망친 피난민들이다.

동시에 긴급 구호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구호에 필요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UN은 매년 전 세계에 식량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긴급 구호 자금을 목표치의 60% 정도 모았다. 지난해 그 수치는 35%로 떨어졌고, 올해는 심지어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꽤 복잡하다. 우선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도 오늘날 구호 식량을 보내는 나라가 원조를 받는 나라에 식량을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이 훨씬 더 비싸졌다. 식량 가격도 올랐고, 운송비는 더 치솟았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산 밀을 에티오피아로 보내려면 화물선은 러시아가 봉쇄하고 있는 흑해를 우회해 바다로 나가야 한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간신히 홍해까지 당도하면 이번엔 후티로 알려진 예멘 반군 안사랄라가 퍼붓는 미사일이 기다리고 있다. 이를 피해 희망봉을 돌아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우회하면 시간도 몇 주는 더 걸리고, 운송비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비싸진다. 구호단체들은 항로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구호 식량을 나르는 데 드는 운송비가 15%, 많게는 100% 올랐다고 말한다.

다만 오늘날 식량 위기에서 도드라지는 심각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곳곳에 만연한 부정부패다. 지난해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에티오피아에서 아마도 역사상 최대의 조직적인 구호 물품 도난 사기를 적발했다. 사기로 인한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미국 정부는 유엔이 필요한 이들에게 구호 물품이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5개월 동안 에티오피아에 대한 식량 원조를 끊었다.

국제 원조를 싫어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스캔들은 더없이 좋은 먹잇감이 된다. 이들은 이 기회에 구호 물품이 조금이라도 분실되거나 잘못되면 국제 원조 예산을 삭감하라는 요구를 들고나온다. 인도적 지원 단체들은 이런 상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구호 시스템은 점점 더 엄격해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쟁 지역에 원조 물자를 단 한 방울도 도난당하지 않고 온전히 보낼 방법은 없다. 게다가 원조가 점점 늦어질수록, 사람들은 원조를 점점 더 고대하다 보니 불만이 쌓인다. 결국, 완전히 책임지고 물자를 공정히, 적절히 나누는 원조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진다. 완벽한 시스템을 찾다가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마저 스스로 걷어차 버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세계식량계획(WFP, World Food Program)을 비롯한 구호단체들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예산을 줄이려고 계획 중이다. 그들은 식량을 가장 필요한 이들에게  우선 배분하고, 상황이 덜 심각한, 즉 상대적으로 그저 배고픈 이들에게는 원조를 줄일 계획이다. 예를 들어 난민 캠프에 머무는 가족들처럼 상대적으로 물자를 전달하기 쉬운 이들에게 가는 구호품을 줄이고, 이를 훨씬 더 고립된 지역에 사는 식량이 더 긴급히 필요한 이들에게 보내는 식이다.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식량 원조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나라다. 그러나 미국의 적지 않은 식량 원조 예산에도 수요를 다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추가로 자금이 확보된 덕분에 식량 가격이 올랐음에도 미국은 세계식량계획에 보내는 돈을  72억 4천만 달러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렸다. (2022년 세계식량계획이 원조국으로부터 받은 기금은 총  141억 달러다. 절반 이상을 미국이 낸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의회가 국가안보에 드는 추경예산을 두고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세계식량계획에 미국이 낸 돈은 다시  30억 5,200만 달러로 급격히 줄었다. 추가 예산안이 곧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한 올해 이 부분의 지출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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