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프] 그 '나다움'이 뭐길래 가장 사랑받는 오프라인 마트가 됐을까 - 트레이더 조(Trader Joe's)

[스프칼럼] 트레이더 조로 본 소비 심리 전략 : '나다움'이 경쟁력이 되는 순간, 시대는 당신을 도울 것이다 (글 : 이수진)

스프칼럼 트레이더조 "니 꿈을 뺏은 건 내가 아냐, 시대지."

2022년 tvN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펜싱에 꿈을 품던 주인공 나희도(김태리 분)는 IMF로 인해 폐지되는 펜싱부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리고 당시 그의 코치가 냉소를 머금으며 내뱉은 대사다. 청춘의 싱그러움을 담아낸 드라마지만, 화두는 시대다. 엄중한 시대는 평범한 일상의 모든 것을 뒤집기도 한다. 시대 앞에서 우리는 마치 광활한 우주 속 한 톨의 먼지처럼 느껴진다.

다행히 시대는 흐름이다. 역풍을 맞닥뜨리기도 하지만, 순풍이 불어오기도 한다. 그때는 틀렸더라도 지금은 맞을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저 흐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나만의 길'을 지속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리고 시대의 부름을 받을 때 맹렬히 나아가면 된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도 시대는 결국 나희도의 편이 되어준다. 나희도가 국가대표가 되면서 새로운 코치는 그에게 이야기한다. "네가 그만두지 않았기 때문에 기회가 왔네. 시대가 너를 돕는다."

최근 비즈니스 환경에서의 시대는 디지털 전환 - DT(digital transformation)이다. 특히 코로나 전후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단연 주요한 어젠다는 '아마존화(Amazonization)'이다. 온라인 커머스의 폭발적 증가 현상을 대표적인 온라인 기업 아마존의 이름을 빌려 지칭한 단어다. 오프라인 기업들이 온라인의 거침없는 발달로 비대한 공룡처럼 모두 멸종해 버리지 않을까 하는 위기론까지 엄습했다. 실제로 2017년 장난감 전문업체 토이저러스(ToysRus)를 시작으로, 2018년 백화점 시어스(Sears)가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한국의 대형마트가 2013년부터 성장률 0~1%대의 정체기로 접어들었던 것도 매한가지다.

모두가 온라인으로 향하는 현 시점에서 '나만의 것'을 유지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누리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 기업이 있다. 여전히 온라인 구매가 불가능한 이곳, 바로 트레이더 조(Trader Joe's)다. 트레이더 조는 1979년 설립 이후, 2024년 현재 미국 전역에 55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판매하는 제품의 90% 이상이 PL(Private Label) 제품으로, 일반 제품에 비해 20~50% 정도 저렴하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슈퍼마켓으로 꼽히며 끈끈한 팬덤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기관마다 순위는 조금 다르지만, 트레이더 조는 꾸준히 소비자 만족도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남다른 트레이더 조는 어떤 '나만의 것'으로 미국인들의 심리를 공략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시작해 보고자 한다.
 

나만의 것 1: 소소하지만 확실한 제품만 판매한다.

우선 트레이더 조의 매장은 전통적인 식료품점보다 훨씬 작으며, SKU(stock keeping unit) 수도 적다. 트레이더 조는 4,500개 미만의 제품군만 판매한다. 이는 크로거(Kroger)나 월마트(Walmart) 같은 전형적인 유통기업이 보유하는 제품 수의 약 10%에 불과하다. 또 트레이더 조의 전국 평균 매장 크기는 10,000-15,000평방 피트로, 타 유통 기업의 평균 크기인 51,000평방 피트보다 훨씬 작다. 이 작은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더 조는 매장 평방 피트당 매출에서는 모든 경쟁 업체의 것을 압도한다. 즉, 제품당 소비자 선택을 받을 확률 측면에서 효율이 좋다는 의미다.

스프칼럼 트레이더조
실제로 이러한 전략은 심리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심리학자인 시너 세티와 마크 래퍼가 식료품점에서 수행했던 연구는 이 분야에서 유명하다. 두 사람은 시식코너에 24종류의 잼과 6종류의 잼을 진열했을 때,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확인했다. 그 결과 6종류의 잼을 진열했을 땐 시식한 사람들의 30%가 잼을 구매했지만 24종류일 땐 잼을 산 사람은 3%에 불과했다. 선택의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선택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는 것은 일반적으로 소비자의 효용 증가를 의미한다. 하지만 선택지가 너무 많아질 경우엔 반대로 효용이 감소한다. 적은 종류의 제품군이 소비자 선택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만의 것 2: 'Overeducated and Underpaid'가 좋아할 만한 제품을 제공한다.

단지 제품 종류를 한정한다고 해서 소비자 선택을 받을 확률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동네 가게가 성공하지 못하듯이 말이다. 여기서 두 번째 트레이더조의 전략이 발휘된다. 바로 타깃 매칭이 높은 상품만을 잘 개발해서 좋은 품질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제품을 살 만한 타깃을 명확히 설정해, 그들의 욕구를 정확하게 맞춰준다는 의미다.

트레이더 조는 '교육 수준은 높으나 소득이 다소 낮은(overeducated and underpaid)' 소비자를 조준했다. 실제로 전국 매장의 위치를 살펴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트레이더 조의 주요 매장 위치는 캘리포니아, 뉴욕, 플로리다, 워싱턴 등이다. 전형적인 매장 위치의 5마일 반경 지역의 공통적인 특성은 다음과 같다.

스프칼럼 트레이더조
* 250,000 가구 인구
* $91,000 가구 소득
* 학사학위 이상 성인비율 50% 
* 직장인 140,000명 이상
* 5년 동안의 2.8% 인구 증가율

이 위치 프로필은 트레이더 조가 명시적으로 목표로 하는 타깃과 꽤 잘 맞아떨어진다. 대학 학사 학위를 가진 성인의 비율은 국가 평균치(~33%)보다 훨씬 높으며, 완전 저소득은 아니면서 동시에 홀푸드(WholeFoods)와 같은 프리미엄 식료품점을 이용할 만큼은 높지 않은 사람들이다.
 

나만의 것 3: Push하지 않는다, Pull할 뿐. 

세계적인 마케팅 구루 필립 코틀러는 <마켓 4.0>에서 소셜미디어로 대변되는 현 시점의 마케팅에서는 소비자의 '옹호'가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급자의 적절한 행동적 개입 전략은 "Push가 아니라, Pull이다"라고 첨언했다. 확실히 트레이더 조는 그의 말을 잘 듣는 기업이다. 그들은 억지로 소비자에 닿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마케팅에 돈을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 광고나 할인 프로모션, 쿠폰 발행을 하지 않는다. 대신 트레이더 조의 제품에 진심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게 만든다.

실제로 소셜 미디어에서 "Trader Joe's Obsessed"와 같은 계정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트레이더 조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직접 구매해 보고 사용 방법을 알리는 계정이다. 소비자가 스스로 트레이더 조의 가치를 매기고 있는 것이다. 트레이더 조가 만들어낸 가치에 동조하고 옹호하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인 확성기를 자처한다. TikTok에서 트레이더 조의 냉동 김밥 열풍, 40달러의 트조 에코백이 200달러에 중고 거래되는 것도 우연이 아닌 이유다.

트레이더 조 인스타그램 트레이더 조 에코백/사진=CNN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