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프] 경합지 잡긴 잡아야 하는데…바이든의 딜레마, 돌파구 있을까

[뉴스페퍼민트] (글: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뉴스페퍼민트 NewsPeppermint

"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미시건주 프라미어리 (사진=AP, 연합뉴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는 경합주의 표심이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거란 이야기를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이 접하셨을 겁니다. 미국 대선은 주별로 표를 집계해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은 후보가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하는 승자독식 방식을 따릅니다. 그래서 어차피 승부가 뻔히 정해진 주들 말고 경합주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대선과 중간선거에서 나타난 표심, 최근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올해 대선에서 경합주로 꼽히는 주는 6개입니다. 남부의 조지아(GA), 중부 러스트벨트 지역을 포함한 미시건(MI), 위스콘신(WI), 펜실베니아(PA), 그리고 서부의 네바다(NV)와 애리조나(AZ)입니다.

경합주 가운데 네바다와 미시건주는 3월 4일(월) 현재 이미 경선을 치렀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승기를 굳힌 공화당과 관행에 따라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의미 있는 도전자가 나서지 않은 민주당 모두 경선 결과에 쏠리는 관심은 예년보다 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미시건은 다소 뜻밖의 이유로 관심을 받았습니다. 바로 미시건주에 많이 모여 사는 아랍계 미국인 유권자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뜻으로 대거 "지지 후보 없음"에 표를 던졌기 때문입니다. 미시건주에는 20만 명 정도의 아랍계 미국인이 살고 있고, 이들 대부분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치른 미시건주 민주당 경선에서 "지지 후보 없음" 표가 10만 표 이상 나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스라엘의 편을 들자니 한 표 한 표가 소중한 경합주에서 승리에 필요한 아랍계 유권자들의 표를 잃을까 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아랍계 유권자들의 말을 들어주다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공격의 빌미만 제공하는 꼴일 수 있습니다. 2016년 대선 미시건주에서 트럼프는 클린턴보다 고작 1만 1천여 표를 더 받아 승리하고 배정된 선거인단 16명을 싹쓸어 담았는데, 득표율 차이는 0.23%P에 불과했습니다. 미시건 유권자들의 한 표 한 표는 말 그대로 푯값이 아주 비싼, 귀한 표인 셈입니다.

물론 아랍계 유권자들이 바이든한테 실망했다고 트럼프를 찍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등 트럼프는 애초에 무슬림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는 대신 오히려 이들을 향한 공포와 혐오를 조장하고 그 반사이익을 노렸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경합주에서 10만 표를 잃는 것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일일 겁니다.

그런데 미시건주 경선이 있던 지난달 27일 히트맵 뉴스의 로빈슨 메이어 편집장이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을 보면, 미시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러스트벨트 안에서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곳이 미시건주인데, 바로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태풍과 같은 변수가 곧 미국 시장에 상륙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압도적인 가성비를 자랑하는 중국산 전기차 BYD(비야디)입니다.



지난해 전미자동차노조의 파업은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가 큰 사건이었습니다. 스프를 통해서도 소개했듯이 오랫동안 이윤을 나눠 받지 못한 노동조합이 단체행동을 통해 효과적으로 경영진을 압박한 결과, 역사적인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죠. 그런데 노동조합이 파업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던 데는 정치권을 포함한 전반적인 여론의 지지를 받은 것도 적잖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자동차노조 파업을 상징하는 사진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바이든 대통령이 파업 중인 노동자들과 나란히 서서 노동자들의 요구가 적힌 피켓을 같이 들고 연대를 표시한 장면을 담은 사진입니다. 물론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향한 국민들의 불만을 달래려면 노동자들의 월급이 올라야 했고, 원래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걸 정책 목표로 삼는 민주당의 대통령이니 노조의 요구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면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현역 대통령 사상 최초로 노동조합의 '시위에 동참'하는 모습을 연출한 데는 정치적인 의도가 없지 않았을 겁니다. 아마도 자동차노조의 파업이 일어난 지역이 미시건주 같은 경합주가 아니었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카메라 앞에 피켓을 들고 서지 않았을 겁니다.

문제는 노조가 거둔 역사적인 승리의 기쁨이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전미자동차노조 소속 노동자들은 자동차 생산을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옮기는 데 대부분 반대합니다. 생산 공정 자체가 다르고, 생산 설비도 새로 바꿔야 하는 일이라 고용 안정성이 낮아질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노조는 지난해 단체협상을 타결하면서 전기자동차 생산을 늘리되 생산 전환 속도를 조절하고, 기존 노동자들의 재교육을 강화해 고용을 보장할 수 있게 하는 등 나름의 안전장치를 넣었습니다. 3대 자동차 제조사들도 협상 타결을 위해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