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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죄인인가" 용기내 비리 알렸는데…씁쓸한 내부고발의 대가 (풀영상)

<앵커>

어제(28일) 저희가 전해 드린 보험 대리점의 불법 계약 사건은 내부 고발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사실을 제보한 사람만 먼저 기소됐습니다. 이처럼 용기를 내, 내부 고발을 한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대욱, 김보미 기자가 차례로 이 문제 들여다봤습니다.

<이대욱 기자>

[공연장에서 섹시함과 스킨십을 요구한 죄 페북에 글을 올린 학생을 선도위에 회부한 죄 누가 죄인인가!]

유튜브 누적 조회 1천만을 넘긴 이 영상.

4년 전 서울공연예술고 학생들이 학교 내 부조리를 직접 고발한 내용입니다.

서울공연예술고 졸업생들 인터뷰

[김성균/서울공연예술고 졸업생 : 3년 동안 (학교) 다니면서 저희도 학교의 그런 처우에 대한 분노가 계속 쌓여 있었기 때문에]

당시 학생들은 교장이 기업 행사 술자리 등에 학생들을 동원한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서울공연예술고 학생들의 학교 내 부조리 고발 영상

당시 교장에게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고 파장은 컸습니다.

그런데 이 영상이 공개되기 1년 전 이 학교의 비리를 구청과 교육청에 적극적으로 알린 사람이 있었습니다.

당시 교감이었습니다.

한약재 업체 고발한 직원

[전 서울공연예술고 교감/공익신고자 : 학교에 문제점이 있는 것을 교사의 양심으로서 사실 그대로 얘기했고]

그의 제보로 교육청 감사가 시작됐고 경찰 수사로 이어졌습니다.

신입생 선발 비리에다 교비 부당 집행까지 드러났습니다.

교장은 재판이 시작되자 교감의 책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습니다.

[동료 교사 : 증인석에 나갔을 때는 (보니깐) 그쪽에서는 어쨌든 로펌을 사서 교감 선생님을 물귀신처럼 자꾸 물고 늘어져서]

그럼에도 교장 등은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비리 교장뿐만 아니라 학교 비리를 제보했던 교감 역시 법의 심판대에 서야 했습니다.

경찰에서 중간 결재권자인 그도 책임이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교육청에서는 그의 공익 제보가 진실을 밝히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면서 탄원서까지 냈지만, 법원은 1심에 이어 지난해 말 2심에서도 교감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공익 제보 이후 학교에서 파면당한 뒤, 법원의 유죄 판결까지 나오면서 그가 학생들에게 돌아갈 길은 더욱 막막하게 됐습니다.

[전 서울공연예술고 교감/공익신고자 : 기소됐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이사회는) 저를 파면조치 했습니다. 교직에서 더 이상 교육에 전념할 수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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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기자>

2년 전 저는 한약재 공급업체에서 일한다는 사람으로부터 만나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자신이 속한 업체가 저지르고 있는 불법 행위를 고발하겠다고 했습니다.

전 한약재 공급업체 직원(공익신고자)

[전 한약재 공급업체 직원/공익신고자 (지난 2022년) : 5대 5 비율로 예를 들어서 500kg이 나가면 250kg, 250kg (국산과 중국산을) 섞는단 말이에요.]

실제로 그가 찍은 영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MADE IN CHINA'라고 쓰인 포대에서 한약재를 쏟아낸 뒤,

[빨리 부어!]

국산 약재와 마구 뒤섞습니다.

공익신고자의 한약재 업체 고발 영상

일부 중국산 약재에선 죽은 쥐와 담배꽁초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취재팀은 농림부 특별사법경찰에도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내부고발자는 원산지 둔갑 약재가 납품되는 현장을 지목해가며 수사를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취재 당시 업체는 불법 행위는 일절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수사 결과 원산지를 속인 약재는 밝혀진 것만도 169톤, 22억 원어치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약재들은 100여 개 제조업체에 납품됐습니다.

당시 내부고발자를 2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공익 제보를 하자마자 바로 해고됐다고 합니다.

게다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도 받아야 했습니다.

[전 한약재 공급업체 직원/공익신고자 : '제가 왜 피의자가 됐습니까?' 했더니 '직급이 차장이라서 그렇게 됐습니다.' 그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공익제보 후 법원으로부터 실형 선고 받은 전 한약재 공급업체 공익신고자

법원은 업체 대표 등에게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등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나마 그는 공익 제보가 고려돼 징역 6개월에 집행 유예형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전 한약재 공급업체 직원(공익신고자)

[전 한약재 공급업체 직원/공익신고자 : 계속 불편했으니까 마음이. 속였잖아요 누군가를. 매일 매일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이건 아닌데….' 결국은 내부고발을 하게 된 거죠. 정의의 사도가 된다거나 슈퍼히어로가 된다거나 그럴 생각은 없었고. 딱 여기서 멈춰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말도 안되는 일을.]

하지만, 지난달 눈앞이 캄캄해지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검찰이 항소하면서 이 제보자 역시 '내부비리 고발'을 했다고 해서 형이 가볍게 내려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항소 대상에 넣은 겁니다.

[전 한약재 공급업체 직원/공익신고자 : 법원에서 우편물이 왔을 때 판결 확정문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라 항소이유서가…. 진짜 위험을 감수해가면서 내부 고발을 했는데, 내가 잘못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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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보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수사기관·재판부는 왜?

[김보미 기자 : 물론 중대 범죄에 가담하면서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폭로를 한다면 이를 공익 제보나 내부 고발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앞선 보도의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이 속한 조직 내부의 부조리나 불법행위를 참지 못하고 용기를 낸 분들입니다. 그런데 법원이나 검찰은 이런 공익신고의 중요성보다는 범행 선상에 있으니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그런 법리적인 판단에 더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입니다.]

Q. 공익신고자 보호 규정은?

[김보미 기자 : 지난 2019년에 동물보호단체 케어에서 강아지를 대규모로 안락사시켜서 사회적인 논란이 됐었습니다. 지난해 1심 판단이 나왔는데요. 재판부는 안락사를 지시하고 주도한 박소연 당시 대표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범행에 동참했던 직원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는데요. 이 직원의 내부고발로 이런 사건이 드러난 점을 인정하고 면책 규정을 적용한 겁니다. 현행부패방지법과 공익신고자보호법에는 공익신고자에 대해 형을 감면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면책 규정이 나옵니다. 그런데 감면해야 된다가 아니라 감면할 수 있다이다 보니까 판사나 검사의 재량에 따라 달라지는 겁니다. 사회 정의와 공익 증진을 위해서라면 이런 공익신고에 대한 면책 규정을 조금 더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최대웅, 영상편집 : 오영택, 디자인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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