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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씨네멘터리] '험한 것'에 흥행 여부 달렸다…'파묘'와 '오키쿠와 세계' 등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윤춘호 논설위원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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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의 씨네멘터리(격주 금요일 15:30분 경)
"'파묘', 장재현 감독 신작…주술적·영적 내용 담은 오컬트 영화"
"'파묘' 개봉 첫날 30만 돌파…장재현 감독 전작보다 직접적 묘사"
"'오키쿠와 세계', 유쾌하고 희망적…순환 경제 세계관에 로맨스 입혀"
"'바튼 아카데미', 크리스마스에 학교에 남겨진 세 사람의 우정 담아"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라이브 방송과 기사는 100% 일치하지는않습니다.

Q. 모처럼 극장가에 활기가 돌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어떤 영화들 소개해줄 예정이신가요?
오늘은 이번 주에 개봉한 한국영화, 미국영화, 일본영화 한 편씩 모두 세 편의 영화를 소개해드립니다. 그런데 이 코너하면서 이번 주처럼 마음이 편한 주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Q. 왜요?
세 편의 영화 모두 썩 괜찮은 영화들입니다. 이 중에서 어떤 걸 추천해도 욕은 안먹겠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특히 이 중 한 편은 제가 올해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Q. 그럼 첫 번째로 한국 영화부터 가볼까요. “파묘” 이 영화가 요새 한국 영화 중에 화제가 좀 되는 것 같던데요.
맞습니다. 어제 33만명을 동원했는데요, 개봉일에 30만 명 이상 동원한 영화는 지난해부터 “범죄도시3”와 “밀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주에는 베를린 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을 받아서 감독이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Q. 제목이 거의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에피소드 제목 같아요. 파묘가 무덤을 파낸다는 뜻의 그 파묘 맞지요?
맞습니다. 일상에서 잘 쓸 일이 없는 굉장히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센 제목인데, 한국에서 오컬트 영화를 제일 잘 만든다고 소문이 나있는 장재현 감독의 신작입니다. 2015년 “검은 사제들”로 540만 명, 2019년 “사바하”로 2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습니다.

Q. 오컬트 영화라고 하면 공포 영화하고 비슷한 것 같지만 좀 다른 장르죠? 
그렇죠. 공포영화는 잔인함과 놀래킴 등을 통해서 말 그대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영화이고요, 오컬트는 신비주의라는 말뜻처럼 주술적인 것, 영적인 것, 초자연적인 현상을 통해서 조금 더 깊숙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호러와 오컬트 영화가 칼로 무자르듯이 딱 나눠지는 건 아니고요, 한 영화 내에서도 두 요소가 다 섞여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사실 이런 장르의 영화는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장르의 영화를 거의 보지 않은 저도 장재현 감독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 “사바하”의 제목은 들어봤거든요. 그만큼 이 장르를 파고 있는 감독이고, 이번에 출연한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같은 톱 배우들도 감독을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파묘”에서 풍수사로 나오는 최민식 배우 얘기들어보시죠.

최민식: “전작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라는 영화의 완성도가 저를 파묘를 하게끔 만들었어요. 자칫 잘못하면 관념적으로 빠지고 굉장히 뜬구름 잡는 얘기가 될 것 같은 소재를 저렇게 촘촘하게 마치 자수로 카페트를 짜듯이 빈틈없이 구멍 없이 촘촘하게 영화를 만들어 나간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Q. 어떤 내용의 영화인지 궁금해지는데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해주시죠
미국 LA에 사는 한 한국인 부잣집에 현대 의학으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이한 병이 할아버지 아들 손자까지 대물림되고 있습니다. 이러면 한국에서는 굿이라도 하는데, LA에는 무당이 없잖아요. 그래서 이 집 아들은 한국에서 거액을 주고 잘 나가는 젊은 무녀 김고은을 부릅니다. 무녀가 딱 보니까 조상의 묫자리를 잘 못 쓴 겁니다.

무녀는 파묘를 해서 이장을 하라고 권하고 한국에서 풍수사인 최민식과 장의사인 유해진을 만나서 그 묘를 보러 갑니다. 이 파묘 드림팀이 산골짜기를 오르고 올라서 묘를 딱 가봤는데! 풍수사가 묫자리를 보더니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 중의 악지”라고 하면서 자기는 돈이고 뭐고 파묘에 참여 안한다고 하고 내려가 버립니다.

하지만 병을 앓는 의뢰인과 무녀 김고은의 설득 끝에 결국 파묘를 하는데… 거기서부터 이 영화의 헤드 카피처럼 ‘험한 것이 나옵니다’. 여기까지만 설명드리겠습니다. 

Q. 굿을 하는 장면도 나온다고 하던데, 무녀 연기가 특히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김고은 씨가 이 영화에서 대살굿을 하거든요. 대살굿은 동물을 죽여서 신에게 바치는 의식인데, 김고은 씨가 실제 무당한테 교습을 받아가면서 정말 실감나게 재연을 했습니다. 김고은 씨의 얘기 직접 들어보시죠.

김고은: “대살곳이라는 거는 동물이라는 매개로 살을 이렇게 하는 거잖아요. 돼지 5마리에 이렇게 해서 그 돼지를 베는 그런 행위로서 그렇게 하는 것인데 훨씬 다른 것에 비해서 퍼포먼스도 크고, 터프하고, 또 처음 보시는 분들은 좀 놀랄 수 있는 그런 장면들도 좀 있죠.”

Q. 어떻게 이 위원 보기에 저 같은 사람도 크게 두려움없이 볼 수 있는 그런 영화일까요?
일단 저부터도 오컬트나 호러를 잘 못보는데 제가 보기에 큰 무리는 없었다는 말씀드리고 싶고요, 제가 볼 때 이 영화가 개봉 전부터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건 물론 이런 장르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의 호응이 큰 데도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 영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주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 영화는 장재현 감독의 전작에 비해서 굉장히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무덤에서 나온 그 험한 무엇인가를 비주얼로 보여주거든요. 일종의 크리처라고 해야할 거 같은데, 그걸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흥행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다음 영화는 일본 영화네요. “오키쿠와 세계” 어떤 영화입니까?
아까 제가 말씀드렸죠, 오늘 소개해드릴 세 편 중 한 편은 올해 제가 본 영화 중에 가장 좋았다고요. 바로 “오키쿠와 세계”, 이 영화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일본 에도 시대에 도쿄의 옛 이름이죠, 에도에서 똥푸는 청년들의 이야기입니다.

1919년에 창간된 일본의 유서깊은 영화 잡지로 ‘키네마준보’라는 게 있거든요. 해마다 일본 영화 베스트10을 뽑는데, 지난해 이 영화 “오키쿠와 세계”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Q. 에도 시대 얘기라면 시대극인 모양이네요?
네, 영화는 1858년 에도의 한 공동주택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95% 이상 흑백 영화고요, 제가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는 흑백으로 찍은 게 탁월한 선택이라고 느낀 게, 반쯤은 여담입니다만 영화 내용상 인분이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이걸 컬러로 보면 관람이 좀 힘들었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윤 앵커는 저보다 연배가 위신데, 어렸을 때 동네마다 “똥퍼~”하면서 돌아다니는 인분수거업 종사자들을 보신 적이 있죠? 

사실 70년대까지는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죠. 긴 막대 양쪽에 똥통을 매달아서 지게처럼 지고 다니면서 집집마다 재래식 변소나 정화조에서 분뇨를 퍼서 버리는 그런 직업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두 청년 야스케와 츄지는 19세기 중반 도쿄의 공동주택 공동변소에서 똥을 퍼다가 배에다 싣고 변두리로 가서 농부들의 밭에 갖다 뿌려주고 돈을 받아 먹고 사는 분뇨수거 및 퇴비제공업자입니다. 한마디로 사회 최하층민이죠.

오키쿠는 이 공동주택에 사는 강직한 사무라이 집안의 외동딸의 이름입니다. 오키쿠는 이 공동주택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똥을 푸러 온 청년들을 알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키쿠의 아버지가 사무라이들과 결투에서 숨지고 자신도 목에 큰 부상을 입어 목소리를 잃고 칩거에 들어가는데, 오키쿠를 사랑하게 된 똥푸는 청년 츄지와 오키쿠 사이에서 사랑이 싹틉니다.

이 영화는 러브 스토리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에도 시대는 일본이 쇄국 정책을 쓰던 시기인데요, 당시 일본인들은 종이에서 기모노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건을 재활용해서 썼다고 합니다. 심지어 인분도 마찬가지죠. 영화에 보면 음식이 곧 똥이고 똥이 곧 음식이라는 취지의 대사도 나오는데요, 인분을 유기 비료로 밭에 뿌려 채소등을 기르고 그 채소를 인간이 다시 먹는 순환 경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늘날 낭비와 쓰레기로 넘쳐나는 세상을 은근히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일본의 중견 감독 사카모토 준지가 연출했고요, 10년 전, 일찌기 23살에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여배우 구로키 하루가 여주인공인 오키쿠역을 맡아서 맑고 투명하게 느껴지는 연기를 펼쳐 보입니다.

Q. 어떻습니까? 이게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얘기가 왠지 칙칙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일관 관객들이 보기에도 재미있을까요?
똥 얘기라고 해서 ‘더럽고, 진지하고, 재미없겠구나’ 넘겨짚으시면 안됩니다. 똥 얘기도 유머의 소재로 삼으면 재밌잖아요, 영화는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밝고 희망적인 톤입니다.

감독은 자신은 소위 정치적 올바름을 직접적으로 주창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인류가 오랫동안 자연과 함께 살아온 순환의 경제와 세계관을 유머와 러브 스토리에 입혀서 자연스럽게 스크린에 펼쳐보입니다. 이 영화 놓치면 후회하실 겁니다.

Q. 자 마지막 영화 한 편 남았네요. 할리우드 영화 “바튼 아카데미”네요. 이 영화는 다음 달에 열리는 아카데미에도 후보에 올라가 있지 않나요?
네,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편집상 등 주요 5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중 어느 부문에서 받더라도 평가가 정말 잘못 됐다, 이런 평가는 안받을 것 같은 수작입니다. 

Q. 간단하게 줄거리 소개해주시죠
시대 배경은 1970년입니다. 명문 기숙학교인 바튼 아카데미에도 크리스마스가 오자 학생들은 전부 학교를 떠나는데요, 집안 사정상 집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선생님의 지도 하에 학교에서 머물러야 하는데요, 하필이면 담당 교사가 고집불통 원칙주의자인 역사선생님 폴입니다. 학생들은 집에 못간 것도 억울한데 한마디로 뭐 밟은 거죠. 

여기까지만 말씀드려도 아마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다들 짐작하실 거예요. 딱 그대롭니다. 하지만 그런 클리셰 덩어리라면 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없었을 겁니다. 할리우드의 중견 감독인 알렉산더 페인이 역사 선생님 역을 맡은 중견배우인 폴 지아마티와 함께 따뜻하고 잘 짜여진 휴먼 드라마 한편을 만들어냈습니다. 배경이 크리스마스라서 좀 더 일찍 개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매년 크리스마스에 한번씩 꺼내볼만한 영화입니다.

특히 영화의 배경인 70년대를 영화적으로 제대로 복원을 했는데요, 프레피 스타일의 패션, 세트, 로케이션, 음악, 편집 등이 마치 시대를 거슬러올라가 그 시절에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킵니다. 아카데미가 고전적인 스타일의 영화에 조금은 보수적인 선택을 한다면 아카데미 한 두개 부문에서는 수상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BS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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