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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직접 체험한 마트 노동…노동자들이 받는 부당한 대우, 임금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 칼럼] It's Not Just Wages. Retailers Are Mistreating Workers in a More Insidious Way., by Adelle Waldman

스프 뉴욕타임스
 

*아델 왈드먼은 창고형 대형 마트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다룬 곧 출간 예정인 소설 "사람 구함(Help Wanted)"을 썼다.
 

지난 2018년, 나는 소설을 쓰기 위해 내가 사는 뉴욕주 캣스킬의 한 대형 마트에 취직했다. 미국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쓸 생각이던 나는 그들의 삶과 노동을 현장에서 몸소 겪어보고 싶었다. 나는 하차팀에 배정됐다. 매일 새벽 4시에 물류 트럭이 싣고 온 물건을 내리는 작업이 내 일이었다.

하차 작업은 1시간 안에 끝내야 했다. 나는 동료들이 정해진 시간 내에 물건을 내리는 데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하는 일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급여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랬다. 나는 시급 12.25달러를 받았는데, 이 일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 받는 평균 수준의 급여라고 들었다. 동료들은 시간을 맞추기 위해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데 일종의 씁쓸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 자부심은 내게도 영향을 끼쳤다. 매일 아침 트럭에서 1,500개, 많을 땐 2,500개나 되는 상자를 일일이 내리고, 그 상자들을 분류하는 작업을 반복했는데, 자칫 나 하나의 실수 때문에 작업 속도가 느려지지는 않을까 늘 조마조마했다. 마지막 상자를 내리는 하차 작업이 끝나면, 그 순간 바로 두세 명씩 흩어져 상자에 든 물건을 선반에 진열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총 4시간인 우리 근무 시간이 끝날 때까지 작업은 계속됐다.

함께 일한 동료들은 대부분 벌써 몇 년째 같은 매장에서 이 일을 해왔다. 그런데 일의 숙련도만 보면 경력직이라 해도 손색없는 동료들도 거의 다 나처럼 비정규 계약직, 시간제 근무로 일했다. 고용주인 마트 측은 우리한테 매주 정해진 최소한의 노동 시간을 보장해 줄 의무가 없었다. 어떤 주에는 4시간짜리 교대 근무 한 번만 배정될 때도 있고, 반대로 일이 몰릴 땐 평소보다 많은 일을 배정해 일주일에 39시간씩 일할 때도 있었다. (아무리 일이 몰려도 40시간 이상 일한 적은 없었다. 아마도 주당 40시간 이상 일하면, 규정에 따라 초과 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하므로 마트 측에서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너무 적은 급여 말고도 문제는 또 있었다. 들쭉날쭉한 근무 시간이 동료들의 삶을 힘들게 했다. 예를 들어 39시간을 꽉 채워 일한, 벌이가 괜찮은 주에도 동료들은 급여로 받은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빚을 갚는 데 써도 될지, 그다음 주에 일감이 줄어 벌이가 부족할 때를 대비해 생활비로 남겨둬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동료들 대부분은 차가 없었다. 벌이가 일정치 않으니, 차를 살 때 필요한 대출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직장 의료보험도 적용받지 못하는 이가 많았다. 직장 의료보험에 들려면 최소 노동 시간을 채워야 하는데, 비정규 계약직 노동자는 그 기준을 만족하기 어려웠다. 나와 같은 매장에서 일하던 동료 한 명은 노동 시간이 부족해 의료보험을 잃게 됐다. 매장 자체에 일이 없던 건 아니다. 마트 측은 더 많이 일할 수 있으니 노동 시간을 늘려 달라던 내 동료의 요구를 묵살하며, 시간제 근무로 일할 사람을 더 뽑아서 그들에게 일을 시켰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의료보험을 잃게 된 이 동료가 다른 데서 추가로 시간제 일자리를 구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트 하차 작업에 배정된 근무 일정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언제 출근하고 언제 퇴근할지 몰라 다른 일을 구하지 못한 거다. 마트에서 노동 시간을 늘리려면 언제든 부르면 올 수 있는 근무 대기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 한 일터에서 근무 시간과 근무 대기 시간을 늘리면 그만큼 다른 일터, 두 번째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하차 작업에 걸리는 시간에 왜들 그렇게 신경을 쓰는지도 이내 이해할 수 있었다. 물건을 내리는 60분 동안 동료들은 다른 수많은 걱정거리는 잠시 잊고, 오직 많은 물건을 효율적으로 빨리 내리는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누가 꼭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 어쩌면 좀 뜬금없는 목표일 수 있지만, 작업에 몰두하는 동안은 일이 마치 게임처럼 느껴진 것이다.

사실 시간제 근무를 일부러 선택한 동료들도 많았다. 이유는 다양했다. 더 나은 "워라밸"을 위해, 낮에는 학교에 가야 해서,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던 이들에겐 시간제 근무를 제외하면 선택지가 거의 없었다. 몸이 아픈 가족을 돌보는 틈틈이 짬을 내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 반면에 비정규 계약직, 시간제 근무를 원해서 하는 게 아닌 사람도 많았다. 최근 들어 대형 체인 기업들은 사람을 뽑을 때 기본적으로 시간제 근무 일자리만 뽑는다. 신규 채용된 직원들은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현재 미국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비정규 계약직 노동자 가운데 할 수만 있다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싶다고 답한 노동자가 450만 명이었다.

처음 마트에서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사실 사람들이 비정규직보다 정규직을 선호하는 이유가 그저 눈에 보이는 것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급여도 낮고, 누릴 수 있는 혜택도 제한돼 있으니 말이다. 그때만 해도 최근 들어 고용주가 경제적인 부담과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양상이 갈수록 노골적으로 드러나는데, 그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빠르게 늘어나는 시간제 근무, 계약직 노동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시간제 근무는 특히 원래 저임금 노동이 많던 특정 산업 부문에서 빠르게 늘어났고, 이 부문의 노동자들에게 언젠가부터 정규직 일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었다. 이들은 결국 삶을 계획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기에 필요한 수준의 급여도 받지 못하게 됐다.

고용주가 시간제 근무를 선호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인건비 측면에서 싸다. 노동자 한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보다 두 명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다음 일을 나눠 맡기면, 정규직 노동자가 받는 각종 혜택을 제공해 주지 않아도 되니, 고용주는 비용을 아끼는 셈이다.

하지만 그 밖에도 고용주는 유연성이라는 새로운 이점을 누린다. 오늘날 발달한 기술 덕분에 기업은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얼마나 소비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제때 준비해 놓을 만큼만 노동자를 고용해 일을 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시간제 근무로 계약한 노동자에겐 최소 노동 시간을 보장해 줄 필요가 없다. 고용주는 굳이 서둘러 처리해야 할 일이 없을 때는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을 마음대로 줄여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그러다 갑자기 일이 몰리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부르면 바로 달려와 일하고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노동자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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