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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부동산 투자' 5대 금융그룹, 벌써 1조 원 날렸다

'해외 부동산 투자' 5대 금융그룹, 벌써 1조 원 날렸다
국내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최소 1조 원이 넘는 평가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내에서는 고금리 상황에 기대 이자 장사로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금융그룹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해서는 부동산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셈입니다.

올해 세계적으로 상업용 부동산(CRE)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금융그룹들의 관련 손실 규모도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총 782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고객에게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 등과는 별개로 금융그룹들이 자체 집행한 투자로, 전체 원금은 20조 3천868억 원에 달했습니다.

투자 원금 규모는 하나금융이 6조 2천458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이 5조 6천533억 원, 신한금융이 3조 9천990억 원 등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농협금융은 2조 3천496억 원, 우리금융은 2조 1천391억 원이었습니다.

5대 금융그룹은 이 중 대출 채권을 제외하고 수익증권과 펀드 등 512건의 투자에 총 10조 4천446억 원의 원금을 투입했습니다.

대출 채권 외 투자 금액은 KB금융이 2조 8천39억 원(1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이 2조 7천797억 원(133건), 하나금융이 2조 6천161억 원(157건), 농협금융이 1조 8천144억 원(55건), 우리금융이 4천305억 원(41건) 등의 순이었습니다.

현재 이 자산들의 평가 가치는 총 9조 3천444억 원으로, 애초 투입한 원금보다 1조 1천2억 원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전체 평가 수익률은 -10.53%로 집계됐습니다.

금융그룹별 투자 원금 대비 평가 가치를 보면, 하나금융(-12.22%), KB금융(-11.07%), 농협금융(-10.73%) 등이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한금융은 -7.90%, 우리금융은 -4.95%였습니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따른 누적 배당금 등을 반영한 5대 금융그룹의 내부수익률(IRR)을 보더라도 손실 규모가 작지 않았습니다.

IRR 산출이 가능한 투자 514건 중 약 10%(51건)가 마이너스였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IRR은 투자 성과를 측정하는 객관적인 지표 중의 하나로, 이 수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사실상 실패한 투자라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투자 실패는 금융그룹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삼성증권은 지난 16일 보고서에서 "현재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역대 가장 빠른 하락 속도를 보인다"며 "올해 금융사 실적을 좌우할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금융그룹들의 세부 투자 내역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전문성을 의심케 합니다.

심지어 원금을 전부 까먹은 것으로 평가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미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실패 사례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KB증권은 지난 2014년 10월 미국 뉴저지의 한 상업용 빌딩에 179억 6천800만 원을 수익증권 형태로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 금액이 10억 7천500만 원에 그쳤습니다.

평가 수익률을 따지면 -94.02%에 불과하고, 누적 배당금 97억 1천100만 원 등을 반영하더라도 IRR가 -14.14%로 저조한 편이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20년 12월 미국 전역의 30개 호텔로 포트폴리오를 짠 수익증권에 218억 872만 원을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 금액이 16억 7천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기준일에 현재 평가 금액을 회수한다고 가정할 때 IRR은 -63.30% 수준입니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은 같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동시에 크게 물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뉴욕 맨해튼 중심가 (사진=연합뉴스)
▲ 뉴욕 맨해튼 중심가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20 타임스퀘어 건물입니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 2018년 6월 이 건물에 114억 2천242만 원을 수익증권으로 투자해 전액을 손실 처리한 상태입니다.

4억 5천여만 원의 배당을 챙겼지만, IRR이 -98.49%로 이례적으로 낮았습니다.

농협생명보험도 같은 시기 571억 원을 투자했으나, 현재 평가 금액이 0원이었습니다.

누적 배당금은 23억 원이며, IRR은 -98.35%로 하나손해보험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두 회사 모두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198호'이라는 사모펀드에 거액을 집어넣었다가 낭패를 본 경우입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8년 6월 인도 주요 도시의 부동산 4곳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에 15억 2천400만 원을 투입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현재 평가 금액이 1천202만 원으로, 평가 수익률은 -99.21%입니다.

16년 동안 받은 누적 배당금이 34만 원이었습니다.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 가운데 상당수가 2020년 이후 집행됐습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역사적인 저금리 국면에서 금융그룹들이 과감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총 49조 1천994억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기록한 5대 금융그룹이 나라 밖에서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든 모양새입니다.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에 대출 채권, 신용공여, 채무보증 등 대출 형태로 집행한 투자 규모는 약 9조 9천421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하나금융이 3조 6천297억 원(98건)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도 2조 8천494억 원(47건)에 달했습니다.

이어 우리금융(1조 7천86억 원, 63건), 신한금융(1조 2천193억 원, 49건), 농협금융(5천351억 원, 13건) 등 순이었습니다.

대출의 경우 대부분 투자 금액과 현재 평가 금액이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등 담보 가치가 크게 하락해 손실을 본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내 증권사 한 곳은 지난 2022년 12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상업용 빌딩에 약 1천356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이 증권사는 대출 채권의 형태로 643억 원을, 수익증권의 형태로 713억 원을 투자했는데 현재 대출 채권과 수익증권 모두 전액 손실처리됐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연내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금융그룹들의 연쇄 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금융그룹들은 저마다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등 '초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전환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추가 조정이 예상된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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