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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동물 복제는 '복사 + 붙여넣기'가 아닙니다"

뉴스토리 <당신의 반려동물 복제하시겠습니까?> 취재후기③

 

반려동물 복제 관련 취재를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두 가지를 궁금해했습니다. 첫 번째는 '얼마냐', 두 번째는 '얼마나 닮았나'였습니다. (비용은 지난 편에 소개한 대로 해외 업체는 5만 달러, 국내 업체는 공개된 가격은 없지만 평균 8천~1억 2천만 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논란이 된 유튜버는 8천만 원보다는 낮은 금액이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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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복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재 국내외 동물 복제업체가 주로 사용하는 방식은 체세포를 활용한 복제입니다. 먼저 복제를 원하는 반려동물의 피부 조직을 떼어내 체세포를 채취합니다. 그다음 암컷 동물에게서 수정되지 않은 난자를 추출하고 핵을 제거합니다. (이 암컷 동물은 난자 공여용으로만 쓰입니다.)

이렇게 암컷 동물의 DNA가 지워진 난자에 체세포의 핵을 투입해 수정란을 만듭니다. 분열 과정을 거친 수정란을 대리모 역할을 하는 암컷 동물의 자궁에 착상시킨 뒤 2-3개월 후 정상적으로 출산이 이뤄지면 복제동물이 탄생하는 겁니다.
 

"유전적으로 98% 이상 동일"-"쌍둥이보다 덜 닮아"

이런 과정을 거친 복제 동물은 기존의 동물과 얼마나 비슷할까요? 우선 반려동물 복제 중개업체들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A 중개업체 대표
일단은 유전적으로도 98퍼센트 이상 동일하고 한 마디로 외형이 동일한 거죠. 게다가 같은 견주가 비슷한 환경에서 강아지(복제견)를 키우다 보니 행동 양식도 굉장히 비슷해지는 경우가 많이 있나 봐요. 고객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때도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라고 만족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B 중개업체 대표
하나의 난자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닮기만 한 게 아니라 성격도 다 똑같은 아이죠. 다른 생명체이긴 하지만 일란성 쌍둥이보다도 더한 복제니까요.

이런 복제업체들의 설명은 "복제 동물이 기존 동물과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이런 동일성은 인간 일란성 쌍둥이에서 관찰된 것과 유사하다"는 2018년 발표된 국내 연구 논문 등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논문에선 "복제견은 체세포를 기증한 기존 개와 해부학적, 생리학적, 신경학적 성장 특성은 물론 유사한 행동패턴을 가지고 있다"며 "복제견은 자연적으로 사육된 개와 비슷한 수명을 가질 수 있다"고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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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복제견의 유전자 유사성에 대해 신중한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도 있었습니다. 구본경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취재팀과 인터뷰에서 동물 복제에 대한 의견은 다양할 수 있지만, 한 가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동물 복제는 '복사+붙여넣기'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어로는 클로닝(cloning)이잖아요. 한국말로 '복제'라고 번역하는데 저는 단어 선택이 정확하지 않은 것 같아요. 복제라고 하면 카피 앤 페이스트(copy&paste)를 떠올리게 되잖아요. 고민을 해봤는데 가장 정확한 우리말 표현은 '꺾꽂이'인 것 같아요. 여러 개의 이파리 중 일부를 떼어서 새로운 식물을 만드는 것인데, 그렇게 만든 식물이 그전 식물과 똑같나요? 동일하진 않잖아요? 동물 복제도 마찬가지거든요. '복제'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오해의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체세포 핵을 이용한 복제 과정을 거쳐도 똑같은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업체들이 설명하는 것처럼 일란성 쌍둥이, 혹은 그보다 더 비슷하다고 봐야할까요?

"쌍둥이보다는 좀 다르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고, 형제보다는 훨씬 비슷하다고 답을 해야 합니다. 쌍둥이와 형제 사이 정도로 비슷한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것은 사실이고요."

구 단장이 복제견의 유전자 유사성을 좀 더 신중하게 보는 이유는 '돌연변이'의 발생, 그리고 핵을 제거한 난자에도 DNA가 남아있을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었습니다.

"모든 세포 분열은 반드시 돌연변이를 어느 정도는 수반하게 됩니다. 왜 그러냐면 DNA를 복제하는 우리 생명의 기계가 완벽하지가 않아서 오탈자를 만들어요 거의 항상. 한 사람의 왼손과 오른손에 있는 세포도 엄밀히 이야기하면 DNA가 이미 돌연변이 때문에 달라졌거든요. 그런데 복제를 할 때는 몸 안에 있는 여러 세포 중에 하나를 떼서 그 세포의 핵을 이용하잖아요. 이미 어느 정도 거리가 생기는 거죠."

"또 암컷의 난자를 채취하며 핵을 제거했다고 하더라도 미토콘드리아라고 하는 세포 내 소기관이 남아 있어요. 이 미토콘드리아도 자체적으로 DNA를 갖고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의 DNA가 핵의 DNA가 갖고 있는 정보보다는 훨씬 적으니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주장도 맞는 말이긴 한데요, 그렇다고 해서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유전자가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기자: 난자공여견이 갖고 있던 어떤 유전적 질병이 미토콘드리아 DNA로 인해 복제된 동물에게 나타날 수도 있단 말씀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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