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프] 20년 전 죽은 '해피'가 다시 나를 찾아왔다…'펫로스 증후군'에 고통받는 사람들

[핫스프] 뉴스토리 <당신의 반려동물 복제하시겠습니까?> 취재후기②

 

스프 뉴스토리 동물복제
18살 어느 비 오는 여름날 밤. 아버지는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아버지 뒷모습을 보며 동생과 목 놓아 울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를 붙잡진 못했습니다. 검은 비닐봉지 안엔, 3년 간 키웠던 반려견 '해피'의 사체가 담겨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새벽이 돼서야 들어오셨습니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습니다. "해피, 어떻게 했어?" 아버지께 물었지만 아무 답도 듣지 못했습니다. 20년이 넘게 지났지만 아버지는 지금까지도 그날 밤 이야기를 하신 적이 없습니다.

11살 노견으로 입양 와서 3년의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 주고 무지개다리를 건넌 해피. 반려동물이란 단어도 생소하던 시절,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줘야 하는 건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지금처럼 추모 공간을 마련하며 그리움을 달래는 일은 거의 없던 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해피의 마지막은 제 기억 속에 온몸이 뻣뻣해지며 걷지 못하던 모습, 그리고 아버지 손에 들려있던 검은 봉지로 남아 있습니다. 인생 첫 반려견이었던 해피가 떠난 후 저희 집은 더 이상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았습니다.

이미 희미해진 기억이라 생각했는데, 20년 전 죽은 해피가 기억의 늪을 건너 다시 저를 찾아왔습니다. 반려동물 복제 관련 취재를 하며 '펫로스 증후군'으로 고통받는 반려인들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기억 저장소처럼,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서 회색빛으로 변해가던 기억 구슬이 또르르 굴러온 느낌이랄까요. 이렇게 그날의 순간순간을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걸 저 자신도 몰랐습니다.

스프 뉴스토리 동물복제
심용희 수의사|펫로스 증후군 상담사
기자님처럼 한 번 (반려견을) 기르신 다음에 그 아픈 마음 때문에 못 기르시는 경우도 펫로스의 감정이 치유가 안 됐다고 보거든요. 그 감정이 극복되고 지나가면 반려견과 같이 있었을 때 행복했던 감정이 더 느껴지시면서 다른 아이를 데려오시는데 그렇지 못했다면 슬픔이 극복이 안 된 거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공감받지 못하는 슬픔 '펫로스 증후군'

스프 뉴스토리 동물복제
국립국어원은 '펫로스(pet loss) 증후군'을 반려동물의 실종이나 죽음으로 상실감, 슬픔, 우울감, 절망감 등을 느끼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가족처럼 함께했던 반려동물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심각한 우울증을 겪으며 약물이나 병원 치료를 받는 경우도,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힘든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교수 연구팀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137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태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JKMS' 최근 호에 게재했는데요, 전체의 절반 이상(55%)이 슬픔 반응 평가에서 기준점인 25점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인 사별의 수준을 넘어 지속해서 심리적 부적응을 초래할 정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이 1년 넘게 지속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연구팀은 조사 대상의 상당수가 정신과적인 개입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심용희 수의사|펫로스 증후군 상담사
반려동물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또 과거에는 집에서 개를 키워도 주로 마당에서 지냈죠. 애정을 갖고 돌보는 존재였던 건 같지만 생활권이 분리된 상태에서 살았기 때문에 교감과 애착은 현재 집 안에서 함께 사는 반려견과는 확실하게 차이가 있습니다. 과거와 비교해 교감하고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 것이죠.

펫로스 증후군은 '공감받지 못하는 슬픔' 또는 '인정받지 못하는 비애' 등으로도 표현됩니다. 비 반려인들은 물론, 반려동물을 함께 키운 가족 간에도 애착 정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과 슬픔 공감 정도에도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심용희 수의사|펫로스 증후군 상담사
어떤 사람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는 걸 아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강아지 한 마리 죽은 걸 갖고 왜 그렇게 유난이냐고 할 수도 있는 거죠. 심지어 가족 간에도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와 관계가 다를 수가 있고 공감을 해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나는 생활이 어려울 만큼 슬픈데 주변에선 공감을 해주지 않으니 그 감정을 꾹꾹 누르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 펫로스 증후군으로 고통받는 반려인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대인기피증이 생겼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고,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으며 약물 치료를 받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복제는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업계에 따르면 반려견 복제나, 복제를 염두에 두고 체세포를 보관하는 고객들 다수가 이런 펫로스 증후군으로 고통받고 있는 경우라고 합니다. 취재 과정에서 반려견 복제를 실제 진행 중인 분, 그리고 언젠가 복제를 염두에 두고 사망한 반려견의 체세포를 보관 중인 분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이 두 분 모두 그런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15년 가까이 가족처럼 함께 지내온 반려견의 빈자리 때문이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