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프] 반려견을 복제했다는 유튜버도, 업체도, 교수도…그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뭘까

뉴스토리 〈당신의 반려동물 복제하시겠습니까?〉 취재 후기①

숨진 반려견 '티코'를 복제한 유튜버
한 유튜버가 사망한 자신의 반려견을 복제했다는 영상을 본 건 지난 1월 초 출근길이었습니다. 황우석 박사 같은 연구자가 아니어도, 또 사우디의 만수르나 이건희 삼성 회장 같은 재력가가 아니어도 동물을 복제할 수 있는 세상이라니. 영상 내용은 놀랍기도 또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대중의 반응도 폭발적이었습니다. 복제견의 모습을 담은 유튜버의 영상은 며칠 새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동물 복제에 대한 찬반 여론이 갈라지며 논란도 일었습니다. 유튜버는 해명 영상을 올리기도 했고, 복제를 했다고 알려진 업체의 홈페이지는 다운되기도 했습니다. 

반려동물 복제가 얼마나 대중화가 돼 있는 건지, 또 복제를 위한 생명공학 기술은 얼마나 발전했는지, 많은 사람들의 우려처럼 복제 과정에서 불필요한 동물의 희생은 없는 것인지 취재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이슈가 된 사안인 만큼 취재도 수월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누구도 선뜻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반려동물을 복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 취재를 시작하며 가장 우선순위로 생각했던 부분입니다. 대중에게 복제 사실을 공개했던 유튜버에게 먼저 연락을 했습니다. 복제 사실을 공개한 영상에서 “저로 인해 누군가는 복제를 알게 되고 펫로스(반려동물 상실 증후군)를 극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 만큼 인터뷰를 통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유튜버는 여러 차례의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했습니다. 거절의 이유를 정확히 들을 순 없었습니다. 다만 이 유튜버가 소속된 MCN 회사 담당자는 기자에게 ‘영상을 올리기 전부터 언론 취재 요청은 다 거절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사례자를 찾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내에는 반려동물 복제는 물론 연구 목적의 동물 복제도 정확히 몇 건이 이뤄지고 있는지 집계된 통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비공식 통계는, 2018년부터 국내에서 반려동물 복제 중개 및 체세포 보관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업체의 고객 규모였습니다.

이 업체 대표는 SBS와 인터뷰에서 “2018년 사업을 시작했고 이제까지 200여 명이 반려견의 체세포를 보관하고 있다. 이중 복제가 실제로 진행된 경우는 10건 이하다. 한 해에 1~2건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최소 10명 정도가 지난 5년 간 국내에서 반려견 복제를 실제 진행했다는 주장. 대표를 통해 이들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인터뷰로 이어지진 못했습니다. 결국 단 한 명의 실제 복제 사례자를 인터뷰 할 수 있었는데, 미국 업체를 통해 복제를 진행 중인 미국 거주 한국인이었습니다. 

 

실제 반려견 복제업체를 알아내기까지 계속된 ‘수수께끼’

유튜버의 반려견 복제 사실이 알려진 후 대중들의 의구심이 집중됐던 곳은 ‘복제업체’였습니다. 이 업체는 룩셀바이오라는 곳인데 등기상 설립일은 2022년 7월. 유튜버 반려견의 사망 시점은 2022년 11월인데 대중들은 만들어진 지 1년도 안 된 업체가 복제를 할 수 있냐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이 업체가 홈페이지에 복제견에 문제가 있을 경우 재복제, A/S도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동물을 물건처럼 본다는 비판도 쏟아졌습니다. 동물보호단체가 이 업체를 동물생산업 및 판매업 허가를 받지 않은 미허가 업체라고 고발하면서 의혹은 더 커졌습니다. 

직접 입장을 듣고 싶었습니다. 취재진은 여러 차례 설득 끝에 1월 10일, 1월 30일 두 차례에 걸쳐 이 업체의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하지만 두 차례의 만남에도 ‘들을 수 있는 말’보단 ‘들을 수 없는 말’이 더 많았습니다. 첫 인터뷰에서 룩셀바이오는 어떤 회사인지, 만들어진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회사가 복제를 할 수 있는지 의혹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저희 본사는 미국에 있습니다. (1년도 되지 않은 회사에 무엇을 믿고 맡기느냐 논란 관련해선) 그분들의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질문이 그렇게 되면 또 실제로는 어디서, 뭐 이런 게 연결이 되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이후 이메일로 공식 질문을 다시 보냈습니다. 〈룩셀바이오는 정확히 어떤 업체인가〉 〈유튜버 반려견 복제와 관련해 룩셀바이오가 한 일은 정확히 무엇인가〉 〈복제견 재복제, A/S 논란에 대한 입장〉 등 총 7개의 질문이었습니다. 변호사와 상의를 거쳐 일주일 후 답을 하겠다던 대표는 정확히 일주일 후 “언론사의 모든 질문에 우리가 답을 할 의무는 없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방송 예정일 나흘 전, 대표는 먼저 기자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취재진은 이미 해당 업체가 실제 복제를 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상태였습니다. 7개의 질문 중 재복제 관련 논란에 대한 질문 등 일부만 답을 할 의지가 있다는 연락이었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 인터뷰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반려견 복제
Q. 룩셀바이오는 어떤 회사인가요?
A.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분들을 치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되었고, 해외를 중심으로 복제 에이전시 운영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Q. 국내에서 이미 사업을 하고 계신 거 아닌가요?
A. 해외를 중심으로 말씀드린 겁니다. 

Q. 국내를 중심으로는 어떤 가요?
A. 그 부분은 답변드리기가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Q. 국내외 바이오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복제를 원하는 고객들을 연결해 주는 곳인가요?
A. 네 맞습니다. 

Q. 문제견 재복제와 관련한 비판에 대한 입장은 어떠신가요?
A. 기형이 나와서 이 부분을 재복제한다라기보다는 환경 변화 또는 케어 미흡에 따른 단순한 건강상의 문제에서 이제 만에 하나 계약자분이 거부하게 될 경우에 기본적인 건강 문제를 저희가 치료를 하고 또 다른 곳에 아이를 좀 필요로 하는 곳에 무료로 분양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의 희박한 가능성이고 이때까지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자신들이 복제 중개업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했지만 실제 유튜버의 반려견을 복제한 곳이 어딘지를 직접 밝히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습니다.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한 비공개 인터뷰에서도 실제 복제업체를 ‘연구소’라고 칭할 뿐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업체의 취재 과정은 한 달에 걸쳐 수수께끼를 푸는 느낌이었습니다. 

 

충남대 농업생명공학관 2층 ‘반려동물 복제업체’


동물 복제
취재를 하며 새로운 사실을 알아갈 때, 양파 껍질을 하나씩 벗기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유튜버가 실제 복제를 의뢰하고, 복제가 이뤄진 곳을 확인했을 때 감정도 비슷했습니다. 취재 결과 그곳은 국립 충남대학교 농업생업생명공학관 2층에 거점을 두고 있는 바이오업체였습니다. 꽁꽁 숨어있는 업체인가 싶었는데 그렇진 않았습니다. 이 업체의 홈페이지엔 ‘치유와 행복, 나아가 사랑을 이어주는 기술’이라며 반려동물 복제 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방송이 나간 후 홈페이지는 현재 리뉴얼을 이유로 닫힌 상태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