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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위증교사' 재판…공동 피고인 소원대로 빨리 끝날까 [이재명 재판 취재파일(8)]

●검찰, 공소사실 20분 만에 읽어…'PPT 500쪽' 대장동 재판과 대비
●쟁점 훨씬 간단하지만 리스크 더 커…'녹취 재생'
●"위증 안 시켰다"는 사람 VS "위증 요청받았다"는 사람
●"이재명 나가 달라", "재판 빨리 끝내 달라" 요청 들어줄까
●다음 재판 순서는? 총선 전 끝날까

영장심사 마친 이재명 대표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가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재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법원 국정감사에서도 다른 주요 현안들을 제치고 가장 많이 언급될 정도였습니다. 별도로 기소된 이 사건을 이 대표의 다른 재판(대장동 등)과 합치느냐 마느냐가 핵심이었습니다. 비교적 분량이 적은 이 사건을 따로 떼 재판할 경우 총선 전에도 선고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위증교사' 재판이 조용히 닻을 올렸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첫 재판을 열었고, 오는 26일 두 번째 재판을 열 예정입니다.
 
위증교사 사건은 2년 넘게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방대한 분량의 '대장동 개발사업' 사건과는 다릅니다. 시간은 2002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분당 파크뷰 의혹'을 취재하던 KBS PD와 이재명 대표는 김병량 전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했고, 이 때문에 공무원자격 사칭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대표는 이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벌금 150만 원)를 확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 당시 "옆에서 도와준 걸로 누명을 썼다"는 취지로 해명했고, 공직선거법위반 혐의(허위사실 공표)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이후 재판에서 이 대표가 무죄를 받기 위해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모 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청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이 대표와 함께 위증교사 의혹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시간은 오래됐지만 쟁점은 훨씬 간단합니다. '이 대표가 실제로 김 씨에게 위증을 요구했느냐'입니다. 지난해 검찰이 이 대표와(위증교사) 김 씨를(위증) 재판에 넘길 때 공소장은 16쪽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첫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발표도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사건 재판에서 검찰이 공소사실 발표를 PPT 500쪽 5시간 분량으로 준비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내용은 훨씬 간략하지만 이 대표에게 리스크는 더 커 보입니다. 공동 피고인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 씨가 '위증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검찰은 이 대표와 김 씨 사이의 녹취파일을 갖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어디까지 얼마나 관여했는지 일일이 증인들의 말을 통해 확인하는 '대장동 재판'과는 속도도, 분위기도 다릅니다.
 

"사실 대로 말하라고 한 게 위증인가"


피습 후 첫 재판 출석한 이재명 (사진=연합뉴스)

이날 검찰은 이 대표가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김 씨에게 수차례 연락했고 적극적으로 위증을 교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사 사칭 사건에서 KBS와 김 전 성남시장이 이 대표 자신을 '주범'으로 몰기로 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며 그 취지로 증언해 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이재명을 주범으로 하고)김 전 시장과 KBS 사이 고소는 취하하기로 했다고 해주면 딱 좋죠',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씨에게 구체적으로 이렇게 위증을 요청했다고 주장합니다. 김 씨에게 참고할 '변론 요약본'도 텔레그램으로 보내줬다고 주장합니다.
 
공동 피고인 김 씨 측은 '위증교사가 있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해 이 대표의 구속영장실질심사 당시 이미 재판부에서도 충분히 소명됐다고 본 사건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이날 녹음파일을 직접 법정에서 틀기도 했습니다.
 
<통화녹음 中 이 대표 육성>
정치적인 거래가 있는 그런 사건이었다는 거.. 생각해 보면 KBS하고 (김병량)시장님하고는 실제로 얘기가 좀 된 거는 맞아. KBS 피디하고 회사 측하고 징계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주도를 했다, 질문하는 도중에 메모를 하며 질문 내용을 알려줬다 이런 건데. KBS 하고 (성남)시청 측이 일종의 협의를 한 것, 그 부분을 좀 기억을 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시도 그렇고 KBS도 그렇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일치됐다 이런.. 그런 얘기들을 좀 기억을 되살려서 혹시 기회 되면.. 뭐 그런.. 뉘앙스, 그런 분위기 때문에.. 벌금 150만 원 정도로 끝날 사건이긴 한데 어쨌든 시장님 모시고 있던 입장에서 전체적으로 한번 얘기를 해주면 크게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생각을 한번 되살려봐 주시고.
 
우리 주장에 대해서, 한번 보내드릴게 기억을 되살려 보시고, 판결문 하고.. 우리가 했던 주장을.. 보내드릴게요. 텔레그램 써요? 그럼 텔레그램으로.
 
사건에 대해 증언하면 그렇게 갈 수밖에 없을 거 같아.. 그래요 꼭 좀 부탁드릴게요. 그때 당시 분위기가 그랬다, 어쨌든 이재명을 걸어 넣어야 할 입장이었다
 
이 대표 측은 사실대로 말해 달라고 한 것이란 주장을 펼쳤습니다. 위증을 요구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6~7년 만에 처음으로 김 씨에게 연락한 것이었는데 오랜만에 전화해서 "너 위증 좀 해줘라"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재명 대표는 직접 "김 씨와는 애증의 관계다, 김 씨가 김 전 시장을 대리해 고소한 일로 제가 인생 최초로 구속됐고 제가 백현 정자 지구 폭로한 건으로 김 씨도 구속돼 평생 상흔으로 남았다"며 "위증을 요구할 관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KBS PD의 통화 당시 옆에 있었을 뿐 내용을 직접 듣지도 못했고 나서서 검사를 사칭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시장이 KBS와 협의해 자신만 주범으로 몰았다고 재차 주장했습니다. 이에 맞서기 위해 김 씨에게 연락한 거라는 겁니다. 이 대표 측은 "알고 있는 사실을 설명해 달라고 하는 게 거짓말 해 달라는 요구냐"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검찰이 통화 녹음 중 유리한 부분만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오히려 그 녹취 내용을 보면 이분이 위증의 뉘앙스를 주기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반복적으로 '기억나는 대로 있는 대로 이야기해 달라', '기억 되살려라 안 본 거 본 거처럼 얘기해선 안 된다'고 했다"며 검찰이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만 발췌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재판부 바뀌기 전에 끝내주세요"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 씨는 지금까지 재판부에 몇 가지를 요청해 왔습니다. 김 씨의 요청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 사건을 이 대표의 다른 재판과 병합하지 말아 달라
-이 대표와 함께 재판받지 않게 해 달라
-재판부가 바뀌기 전에 끝내 달라

 
첫 번째, 재판을 분리해 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여 졌습니다. 이 사건은 이 대표의 다른 재판과 같은 합의부에 배당돼 재판장도 같지만, 별도의 사건으로 따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김 씨 측은 첫 재판을 앞두고 의견서를 통해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며 피고인 신문 등에 있어서 이 대표를 퇴정시켜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자녀들이 재판이 나올 때마다 '아빠, 제발 빨리 끝내면 안돼?', '괜히 자극해서 우리만 큰일 나는 것 아니야?'라고 하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재판 자체를 빨리 끝내 달라는 요청도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이 요청도 '일부' 들어줬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첫 재판에서 변론을 마치고 김 씨 측과 분리돼 약 2시간 만에 조기 퇴정했습니다. 이후 재판부는 김 씨에 대한 증거 조사를 이어갔습니다.
 
세 번째, 김 씨 측은 첫 재판에서 "녹음파일을 직접 들은 재판부가 다른 재판부로 바뀌면 또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며 김 씨에 대해선 재판부 변경 전에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부분은 어려울 것 같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해당 재판부에서는 배석 판사 1명이 바뀔 예정이라 재판 갱신 절차를 거칠 예정입니다.
 

총선 전 끝날 수 있을까


다음 재판은 2월 26일 2시 30분입니다. 재판부는 김 씨 측의 요청에 따라 피고인 신문, 증인 신문 등을 모두 이 대표와 분리해 진행할 예정입니다. 재판부는 '판결'도 분리해서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또 김 씨에 대해선 이날 한 차례 피고인 신문을 더 한 뒤 결심 공판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해선 증인 신문 진행 등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위증했음을 자백하고 있는 김 씨와 달리 이 대표는 위증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관계자들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김 씨에 대해선 총선 전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 대표의 경우 총선 전 재판이 마무리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한 법원 관계자는 "통상 위증교사 사건의 경우 자백 사건은 6개월 전후로 끝나고, 다투는 사건은 평균 1년에서 1년 6개월까지도 걸린다"며 이 대표의 경우 다투고 있기 때문에 총선 전까지 끝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김 씨 측이 위증을 했다는 선고 결과가 나올 경우 이 대표와 총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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