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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Ⅱ 잇단 수출 쾌거…숨은 주인공은 ADD [취재파일]

천궁-Ⅱ 잇단 수출 쾌거…숨은 주인공은 ADD [취재파일]
그제(6일) 국산 중거리 요격체계 천궁-Ⅱ 10개 포대의 사우디아라비아 수출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32억 달러, 우리 돈 4조 2천5백억 원 규모입니다. 2년 전 아랍에미리트 UAE 수출에 이어 두 번째 쾌거입니다. 중동의 큰손 사우디와 UAE가 구매한 만큼 중동과 유럽 추가 수출도 기대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산수출의 스피커는 방사청이 자처했는데 이번에는 국방부가 나섰습니다. 국방부는 "LIG넥스원의 천궁-Ⅱ 10개 포대 사우디 수출 계약"이라고 발표했습니다. LIG넥스원이 큰일을 한 것은 맞지만 LIG넥스원은 천궁-Ⅱ의 유도탄과 전체 체계만 담당합니다. 한화 계열사의 몫도 큽니다. 그래서 한화 측은 그젯밤 "한화시스템이 천궁-Ⅱ의 레이더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천궁-Ⅱ의 포대를 각각 제작한다"는 언론 긴급공지를 냈습니다. 천궁-Ⅱ 사우디 수출은 우리 방산 2인3각의 작품입니다.

방산업체에 앞서 꼭 짚어야 할 데가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 ADD입니다. 천궁-Ⅱ 개발을 책임지고 총지휘한 기관이 ADD입니다. ADD는 천궁-Ⅱ 원천기술을 개발해 업체들에 이식하며 천궁-Ⅱ 사업을 주관했습니다. 즉, 천궁-Ⅱ 개발의 주인공은 ADD입니다. 누가 달리 호명하지 않았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천궁-Ⅱ 개발의 주인공, ADD

국방과학연구소 ADD 전경

ADD는 20세기 후반 30년간 태동, 성장, 도약의 시기를 거쳐 21세기에 본격적으로 비상하고 있다고 자평합니다. 2009년까지 국방과학 선진권에 진입했고, 2010년부터 세계 수준의 연구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ADD가 세계 수준 연구개발의 첫 주자로 꼽는 것이 바로 철매-Ⅱ 성능개량입니다. 철매-Ⅱ는 천궁-Ⅱ의 프로젝트명입니다.

천궁 또는 철매-Ⅰ은 항공기 요격용입니다. 이것을 성능개량해 탄도탄을 요격하도록 개발한 것이 천궁-Ⅱ입니다. ADD의 6년여 연구개발 결과, 천궁-Ⅱ는 2017년 6월 전투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한 해 전인 2016년 ADD 안흥시험장에서 약 10회의 개발 요격 시험에서 백발백중했고, 전투적합평가 요격 시험에서도 하루에 4발 쏴서 표적탄 3발과 무인 표적기 1대를 모두 요격했습니다.

위기도 있었습니다. 개발이 끝난 2017년 11월 국방장관 등 정부의 권력자들이 천궁-Ⅱ의 양산에 반기를 드는 기행을 벌였습니다. ADD를 비롯해 각계가 뜯어말려 정부의 보류 의사를 겨우 꺾었습니다. 왜 그들이 천궁-Ⅱ 양산을 막으려 했는지, 지금까지도 미스터리입니다.

2018년부터 양산됐고, 공장에서 나오는 족족 전력화됐습니다. 당초 계획된 전력화 개시 시점이 2021년이었으니까 천궁-Ⅱ 성능개량사업은 몇 년 앞당겨 성공한 것입니다. 첨단 국산 무기 개발 역사에서 천궁-Ⅱ처럼 기간을 줄인 성공 사례는 없습니다. 권력의 방해 뚫고 양산하는 사례는 앞으로도 나타나기 어렵습니다. ADD 고위 관계자는 "가장 보람 있는 개발인 동시에, 가장 험난했던 개발"이라고 회상했습니다.

음지에서 일하는 국산 무기 '젖줄' ADD

천궁-Ⅱ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ADD는 장거리요격체계 L-SAM, 한국형 아이언돔 LAMD, KF-21용 장거리공대지미사일 천룡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미 개발한 미사일 또는 요격탄은 탄도·순항의 현무를 필두로 비궁, 비룡, 현궁, 천검, 홍상어, 해룡, 해성, 전술지대지, 천마, 신궁, 천무 등 두 손으로 헤아리기도 어렵습니다. 천무 등은 이미 수출돼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최고의 미사일 전문가로 통하는 박종승 소장이 ADD 안에 세계적 규모의 미사일연구원을 세운 이래 "ADD 미사일 과잉"이라는 비판도 따랐지만 미사일연구원은 '미사일 명가' ADD에 화룡점정했습니다.

폴란드 수출로 각광받은 K2와 K9, FA-50도 ADD가 개발 총책입니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과 얼마 전 쏘아 올린 정찰위성도 ADD 작품입니다. 음지에서 일하는 탓에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았을 뿐, ADD는 국산 무기의 진정한 메카입니다. 오늘도 대한민국 국방과학의 절정 고수들이 집결해 불가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분명,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시스템은 천궁-Ⅱ 수출에 공헌했습니다. 그럼에도 천궁-Ⅱ 수출로 제일 큰 박수받을 데는 ADD입니다. ADD에 개혁할 일이 많다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에 양지에서 박수받으면 ADD의 국방과학자들은 국산 무기 개발에 더 신명날 것입니다. 특히 외부의 비전문가들이 차기 ADD 소장을 노린다는 전례 없는 소식에 낙담하고 있는 ADD 과학자들에게 어느 때보다 격려와 응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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