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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의 수상한 탄원서…'뭔가 이상한데' 확인해보니

<앵커>

보석으로 풀려나기 위해 가짜 탄원서를 쓴 마약 사범이 검찰에 적발됐습니다. 탄원서 내용이 어색하다고 느낀 검사가 확인해봤더니, 챗GPT를 이용해 만든 것이었습니다.

김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 공판부 검사실에 들어온 탄원서 한 장입니다.

발신자는 한 지자체 체육회 팀장이라는 A 씨, 필로폰 투약 등 혐의로 기소돼 법정구속 상태로 1심 재판을 받던 30대 김 모 씨를 선처해달라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를 받아본 검사는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기훈/서울중앙지검 검사 : 이 사람을 지칭하다가 중간에 '그는' 이런 식의 문장이 등장해서 '어 이걸 탄원을 해주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작성하나? 누가 작성해서 번역기를 돌렸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김 씨가 체육회에서 활동하며 기여한 것이 무엇인지 불분명했고, "누구도 나서지 않은 당내 불미스러운 일조차 정의란 명목으로 홀로 싸운다"는 생뚱맞은 문장도 있었던 것입니다.

1심 재판부가 김 씨에게 징역 1년 3개월 형을 선고한 뒤 검사는 본격 수사에 착수했고, 가짜 탄원서였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김 씨는 A 씨가 속한 체육회에서 활동한 적이 없었습니다.

구치소에 있던 김 씨가 보석 석방을 노리고, 바깥에 있는 지인에게 챗GPT를 활용해 몇 가지 키워드를 넣은 뒤 가짜 탄원서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김 씨는 사문서 위조와 행사 혐의로 추가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정기훈/서울중앙지검 검사 : '챗GPT'라는 게 일반인들에게는 좀 더 대중화돼 있는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이것을 이용해서 수사 기관이나 법원을 속이려고 시도한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검찰은 생성형 AI 활용이 늘고 있는 만큼 이를 악용한 신종 증거 조작과 위조 범행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하륭, 영상편집 : 박기덕, 디자인 : 방명환·김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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